"공은 괜찮은데 기회가 없네." 넥센 필승조 조상우(왼쪽)와 손승락. (자료사진=넥센 히어로즈)
넥센 염경엽 감독은 지난해 "우리는 뒤지고 있어도 3~4점 차는 언제든지 뒤집을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자신감이었다. 지난해 넥센 타선은 말 그대로 무시무시했다. 팀 타율 2할9푼8리(2위)에 팀 홈런 199개(1위)를 기록했다. 팀 득점 역시 841점으로 전체 1위였다. 한 이닝에도 3~4점은 쉽게 뽑을 수 있는 타선이었다.
하지만 그 자신감의 뒤에는 필승조가 있었다.
이길 수 있다고 생각되는 경기에는 조상우-한현희-손승락으로 이어지는 필승조를 투입해 경기를 그대로 끝내거나, 뒤집을 기회를 만들었다. 한현희는 31홀드(1위), 조상우는 11홀드를 기록했고, 손승락은 32세이브(1위)를 올렸다. 이처럼 필승조가 3~4이닝을 막아주면서 지던 경기도 뒤집을 수 있었다.
넥센이 창단 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삼성과 접전을 펼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심상치 않다. 강정호가 메이저리그 진출로 빠졌고, 김민성과 서건창도 차례로 부상을 당해 전력에서 이탈했다. 그럼에도 팀 타율 2위(2할7푼4리), 팀 홈런 4위(14개)로 버티고 있다.
하지만 필승조가 필승조 역할을 못하고 있다. 벌써 12경기를 치렀지만, 조상우의 홀드는 '0'개, 손승락의 세이브 역시 '0'개에 머물고 있다. 10개 구단 가운데 홀드와 세이브가 없는 유일한 구단이 바로 넥센이다.
문제는 선발진이다. 지난해부터 넥센을 괴롭힌 고질병이다. 외국인 투수 앤디 밴 헤켄, 라이언 피어밴드에 필승조였던 한현희를 선발로 돌리기까지 했지만, 선발 평균자책점 6.15로 최하위다. 밴 헤켄만 평균자책점 2.55로 버티고 있을 뿐 나머지 투수들은 평균자책점이 5점대 이상이다.
조상우와 손승락이 함께 등판한 경기는 3경기. 그 중 3월28일 한화와 개막전에서 4-4로 맞선 8회초 조상우, 연장 10회초 손승락이 등판해 1이닝씩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홀드나 세이브는 없었지만, 넥센이 연장 12회말 서건창의 끝내기 홈런으로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개막전 이후 필승조는 개점 휴업 상태다.
조상우는 5경기 7이닝 무실점, 손승락은 4경기 4이닝 무실점을 기록 중이다. 여전히 위력적인 투구를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홀드나 세이브 기록은 없다. 조상우는 지고 있는 경기에 나서고 있고, 손승락은 컨디션 유지 차원에서의 등판이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