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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환 "내 채점은 파퀴아오 승…둘이 짜고 했을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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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박재홍의 뉴스쇼="">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홍수환 (前 세계챔피언)

세기의 복싱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메이웨더와 파퀴아오의 경기. 여러분 어제 어떻게 보셨습니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었다, 그렇지만 이건 너무 심한 건 아니냐, 이런 실망의 탄식, 더나아가 대전료를 지급해서는 안 된다, 이런 분노의 목소리까지 있었는데요. 전문가에게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전 세계권투챔피언이고 4전 5기의 신화, 한국 권투위원회의 홍수환 회장을 연결하겠습니다. 회장님, 안녕하세요?

◆ 홍수환> 예, 안녕하세요.

◇ 박재홍> 어제 세기의 대결 어떻게 보셨습니까?

◆ 홍수환> 그건 세기의 대결이 아니죠, 그거는. 제가 생각할 때는 격투기는 격투기다워야 되고 복싱은 복싱다워야 되는데. 보통 우리 복싱이 격투기의 가장 재미있는 시합들보다 45배의 파이트머니를 더 받습니다. 그런 자랑스러운 스포츠인데 어제는 한마디로 좀 실망스러운 것이, 파퀴아오의 선수는 심판이 말릴 때까지 때리는 선수입니다.

◇ 박재홍> 심판이 말릴 때까지, 공격적인 선수다.

◆ 홍수환> 그 선수가 때리다가 뒤로 나왔다는 건 저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같은 복싱을 했던 사람으로서. 우리나라의 한참 전성기 때 우리 유명우 선수나 장정구 선수, 이런 선수들이 시합을 하면 원래 그 챔피언의 자격이 있는 사람은 기회를 잡으면 놓치지를 않거든요. 그런데 그런 기회가 몇 번 있었고 참 뭐라고 할까요? 챔피언다운, 빅매치답지 않은 그런 시합이었습니다.

 

◇ 박재홍> 그런 기회마저 놓쳐서 아주 팬들이 실망스러운 경기였다, 이런 말씀이신데. 메이웨더 선수는 계산을 해보니까 초당 7500만원을 받았네요. 참 엄청난 액수인데.

◆ 홍수환> 메이웨더 선수야 기대를 안 했습니다, 저는. 왜냐하면 그 선수는 워낙에 빠르고, 뒤로 빠지고 카운터블로를 때리는 선수이기 때문에 그 사람의 그 파이팅은 별로 기대를 안 했거든요. 그런데 아시아인으로서 정말 파퀴아오가 정말 멋있게 싸워줄 줄 알았는데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 박재홍> 그러면 그 두 선수 모두에게 잘못이 있다, 이렇게 보시는 건가요?

◆ 홍수환> 저는 뭐라고 할까요? 파퀴아오는 일단 도전자 입장 아니겠습니까, 그렇죠? 그러니까 이제 도전자답지 않게, 그러니까 이제껏 쌓아왔던 오스카 델라 호야, 리키해튼, 쉐인 모슬리 이런 선수하고 시합 할 때와는 파퀴아오가 달랐다, 저는 그렇게 말씀을 드릴 수 있겠습니다.

◇ 박재홍> 그러면 왜 이런 시합이 됐을까요?

◆ 홍수환> 글쎄요. 그거야 뭐, 제가 그 사람 입장이 아니라 모르겠습니다마는, 물론 메이웨더가 빠르기는 빠릅니다. 그런데 파퀴아오 선수의 이때까지의 시합을 보면 이보다 체급이 높은 선수를 상대로 잘 싸워왔거든요. 그런데 뭔가 제가 말씀드리기는 좀 그렇습니다마는 뭔가... 농구 경기장에서 양 선수가 만나게 된 것이 이 시합을 성사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 조금 뭐라고 할까요, 개운치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 프로복서라는 것은 사실 매치메이커나 프로모터에 의해서 시합이 이루어지는 거지, 양 선수가 먼저 만나서 우리 한 번 하자고 했다는 것이 좀 시합의 긴장감을 떨어뜨리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이 됩니다.

◇ 박재홍> 그게 무슨 말씀이죠?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신다면?

◆ 홍수환> 그러니까 선수가 우리가 이제 예를 들어서 홍수환 선수하고 염동균 선수가 라이벌전을 한다고 하면 그러면 우리는 시합 전에 보통 안 만나거든요. 조인식 하는 날 만나서 이렇게 시합을 하고 그러는데, 이 선수들은 우연치 않게 농구장에서 같이 농구시합을 보다가 만나게 됐다는 것이 좀 살아 있는 긴장감을 좀... 친해지게 하지 않았나, 그런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홍수환 씨가 직접 평가한 메이웨더vs파퀴아오전 채점표

 

◇ 박재홍> 그러면 속된 말로 짜고 친 경기였다, 이런 말도 할 수 있습니까?

◆ 홍수환> 제가 생각하기로는 짜고 할 수야 없겠지만 글쎄요, 제가 시합을 권투전문가로서 볼 때는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오스카 델라 호야의 전성기 때는 제가 지금 이름이 기억이 안 납니다마는, 투 파운드를 하는 흑인 선수가 있었는데 그 선수들 둘을 제가 해설을 맡았을 때도 정말 최선을 다하지 않는 시합, 짜고 쳤다, 짜고 권투했다는 것보다는 두 선수가 다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돈, 정말... 프로복서라는 것은 사실 뭐라고 할까요. 몸값이죠. 2670억에 달하는 그러한 몸값을 해야 되는데 거기에 미치지 못했다는 거죠. 그리고 하나 섭섭한 이야기는 세계의 어느 복싱팬들도 이 시합의 재시합을 원치 않을 겁니다.

◇ 박재홍> 그러면 1회전에 보면 메이웨더와 파퀴아오가 뭔가 속삭이는 장면도 있었어요. 선수들이 경기를 할 때 그럴 때 무슨 말을 하는 건가요?

◆ 홍수환> 글쎄요. 시합을, 이 시합이 이루어지기 전의 두 선수라면 사실 서로 거의 원수간이었거든요. 6년 동안 하다가 말다가 되다가 말다가 이랬는데.

◇ 박재홍> 5년 만에 만들어진 매치였고.

◆ 홍수환> 그렇죠, 그 시합 자체도 굉장히 양 선수가 신경질적으로 해야 되고 이래야 되는데 너무 신사답고 웃고 이렇게 이야기하는 걸 볼 때 그런 면에서 이게 좀 최선을 다하지 않은 그런 몸값을 다 못 하는 그런 시합이 아니었나.

◇ 박재홍> 한마디로 2000억원이 넘는, 2600억원의 대전료의 가치가 없었다, 이런 말씀이네요.

◆ 홍수환> 그건 맞는 말씀이죠.

◇ 박재홍> 홍 회장님이 또 나름대로 점수를 채점을 하셨다고 했는데요. 회장님 채점 결과도 마찬가지였습니까? 메이웨더의 3:0 승리, 동의하십니까?

◆ 홍수환> 저는 파퀴아오에게 2점을 더 줬습니다.

◇ 박재홍> (웃음) 몇 점을 주셨나요?

◆ 홍수환> 어쨌든 공격적이었거든요, 어쨌든. 그런데 만일 파퀴아오가 실효성이 없는 공격을 했지만 제가 내 나름대로의 채점을 하기에는 2점을 이겼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만일 파퀴아오나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나 같이 미국 시장에 있기 때문에 필리핀 선수라고 하서 점수를 덜 줬다, 이것은 좀 저는 동의하지 않고요. 일단은 똑같은 입장에서 놓고 볼 때 전세계 프로복싱계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그렇게 홈그라운드의 채점은 저는 안 했다고 생각합니다.

◇ 박재홍> 그리고 회장님이 이런 말씀도 하셨어요. 김득구 선수에게 감사하고 둘 다 은퇴해라, 어떤 의미인가요?

◆ 홍수환> 그 말씀은 뭐냐하면 우리 김득구 선수에게 정말 고맙게 생각해야 돼요, 양 선수가. 왜냐하면 이 파퀴아오 선수의 8체급 석권이라는 것은 그날 체중을 재고 그날 밤에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김득구 선수가 레이 맨시니하고 경기를 하다가 정말 운명을 달리했기 때문에, 오늘 3시에 체중을 재면 내일 3시에 시합을 하니까 24시간 이후에 시합을 했거든요. 그러니까 저의 시대, 제가 선수 생활할 때는 아침 9시에 체중을 재고 저녁 8시나 7시에 시합을 했습니다.

◇ 박재홍> 그런 맥락에서 김득구 선수에게 감사해야 한다, 이런 말씀을 해 주셨군요.

◆ 홍수환> 그렇죠. 몸을 충분히 회복을 하고 하루 후에 시합을 할 수 있었으니 정말 우리 김득구 선수가 세계 복싱에 기여한 성격이 크죠.

◇ 박재홍> 네,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홍수환> 감사합니다.

◇ 박재홍> 한국권투위원회의 홍수환 회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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