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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알바 "사고로 죽을까 두렵지만 굶어죽을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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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배달율 기록, 매장 고과평가에 반영
-속도, 신호위반은 기본, 인도까지 달린다
-야간엔 1인 다역, 청소하랴 배달하랴…
-안전보다 이윤이 우선, 인간답게 살고싶다

■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 (배달 알바)

집에서 누구나 쉽고 빠르게 즐길 수 있는 패스트푸드 배달음식, 많이 주문해서 드실 텐데요. 그 이면에 배달 아르바이트생들의 눈물이 숨어 있었습니다. 계속된 배달원들의 사망사고 때문에 폐지된 것처럼 보였던 패스트푸드점의 배달시간제가 슬그머니 부활했다는 주장이 나와서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또다시 죽음의 레이싱으로 내몰린 배달 아르바이트생들의 안전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실제로 현장에서 직접 배달업무를 하고 있는 아르바이트생의 목소리 들어보죠. 인터뷰 대상 보호를 위해 익명으로 연결합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 ○○○> 안녕하세요.

◇ 박재홍> 일단 현재 어떤 배달업종에서 일하고 계신가요.

◆ ○○○> 패스트푸드점에서 배달을 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 ○○○> 지금 일한 지는 6개월 됐습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6개월 동안 근무를 하신 거고요. 그런데 이제 근무를 하시면서 배달 시간의 압박을 많이 느끼신다고 하는데, 배달 시간을 어떻게 체크하면서 관리하는 건가요?

◆ ○○○> 이게 우선 고객이 배달을 주문하게 되면 바로 알람이 울리면서 30분의 타이머가 떠요. 그때부터 바로 카운트다운이 1초씩 떨어지는 게 바로 보입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 배달원들에게도 시계 같은 게 있어가지고 다 보이는군요, 그러면 30분 안에 배달을 해야 되는 그런 상황인데 만약 이 시간을 엄수하지 못하면 불이익을 받게 되는 건가요?

◆ ○○○> 30분 안에 배달을 못하게 되면 (시간을 지켰는지 평가하는) 퍼센테이지 같은 것이 계속 떨어지나 봐요. 본사에서 고과 점수나 매장을 평가하는데 활용되다 보니까 매장의 간부나 그런 분들이 간접적으로 저희한테 압박을 넣죠.

◇ 박재홍> 그래요? 그럼 실제로 점장이 어떻게 말을 하나요. ‘30분 안에 빨리 해라’ 이렇게 말을 하는 건가요?

◆ ○○○> 어떻게 압박을 넣는가하면… 보통 본사에서 정해 놓은 규칙은 배달을 한 번 나갈 때 무조건 한 주문씩만 가도록 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두세 집 것을 한꺼번에 가지고 나가게 되면 마지막 집은 음식이 식으니까요. 그래서 무조건 한 번 배달 나갈 때 한 집만 가도록 본사가 설정해 놨는데요. 실제로 매장에서는 두 집, 세 집 묶어서 갔다오라고 이야기를 하는 거죠. 그리고 저희는 본사 규칙대로 한 집에 하나씩 배달을 가고, 준법주행으로 배달을 하면 불가능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어요. 이런 환경이 배달 노동자한테 범법 행위를 간접적으로 강요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 박재홍> 그래요. 도로에서 신호도 안 지키고 쌩쌩 달릴 수밖에 없다는 말씀이신가 보네요?

◆ ○○○> 그렇습니다. 횡단보도에서 오토바이를 사람들과 같이 건너거나, 인도로 오토바이를 달리거나, 신호위반을 하기도 하고요. 규정속도를 넘어서 80~90km 속도로 달리기도 하죠.

◇ 박재홍> 그리고 야간에도 배달하시잖아요. 그러면 더 위험하실 것 같은데요.

◆ ○○○> 야간에는 음주운전하는 분들도 계시고 신호위반하시는 분들도 되게 많으신 것 같아요. 그리고 야간 같은 경우는 배달부 혼자서 매장 1, 2층을 다 청소를 해야 돼요. 그렇게 청소하다가 배달 알람이 뜨면 또 배달가는 식으로 하니까 배달부는 마음이 급한 거죠. 빨리 배달하고 와서 청소를 끝내야지 제시간에 퇴근을 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마음이 급해지니까 그렇게 빨리 배달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 박재홍> 배달 시간도 지키랴, 청소도 하시랴.

◆ ○○○> 진짜 죽겠어요.

◇ 박재홍> 참 그렇게 고되게 일하시고 밤에 일하시면 위험했던 순간도 있을 것 같은데요. 지난 6개월 동안 위험했던 순간 없으셨어요?

◆ ○○○> 진짜 아찔한 순간이 되게 많았어요. 죽을 뻔한 그런 순간이 많았는데요. 얼마 전에는 울산쪽에서 배달원이 일하다가 죽었다고 말을 들었어요. 그날 제가 일하는 날이었는데 막 2개, 3개 묶어서 배달 보내는 걸 몸이 안 좋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1건씩만 줄여서 가기도 했어요.

◇ 박재홍> 현장 배달업무 하시면서 그런 소식 들을 때마다 공포감도 느끼신다는 말씀이시네요.

◆ ○○○> 그렇죠. 사고 나서 죽을까 봐도 무서운데, 결국 배달을 안 하면 또 굶어죽겠으니까 어쩔 수 없이 위험한 환경으로 내몰리는 것 같아요.

◇ 박재홍> 그래요. 잘하셔도 걱정, 못해도 걱정이네요. 그리고 또 배달을 하는 과정에서 손님 집에 도착했을 때도 불친절하게 물건 받으시거나 그런 분도 있잖아요. 그런 어려움은 없으세요?

◆ ○○○> "진짜 왜 이렇게 늦게 왔냐", "다시 가져와라"고 하는 손님도 있으시고요. '이런 것도 제대로 못하니까 아르바이트나 하고 있지.' 이렇게 말하시는 분도 계시고 심지어는 돈을 주시면서 다른 것도 같이 주시는 거예요. 비닐봉지를 같이 주셔서 뭔가 싶었는데 쓰레기인 거에요. 쓰레기를 밖에 가는 김에 버려달라고 하는 손님도 있고, 정말 상식이 없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아요.

◇ 박재홍> 무슨 종 부리듯이 그런 건 참 너무하네요. 그리고 만약에 사고를 당하시면 보험처리나 산재처리가 되는 건가요? 그러한 경우도 쉽지 않으실 것 같은데.

◆ ○○○> 예전에 일하시는 분의 이야기를 들으니까 산재처리가 되게 껄끄럽다고 들었거든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산재처리를 했던 그분은 그 뒤에 회복해서 일을 하는데 근무시간을 조금씩 줄이면서 결국 그만두게 만드는 분위기로 가는 것 같아요.

◇ 박재홍> 그래요. 그리고 사정을 잘 모르시는 분들은 이렇게 힘들게 일을 하시는 아르바이트생들의 입장을 모르시고 또 너무 난폭하게 운전한다고 욕을 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아요. 어떻습니까?

◆ ○○○> 정말 답답해요. 느리게 가면 손님한테 욕을 먹잖아요. 어쩔 수 없이 신호위반 같은 걸 하다가 경찰 오토바이에 걸릴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때는 참 하루 일하는 게 다 날아가게 되는 거죠.

◇ 박재홍> 만약에 걸리게 되면 어떻게 됩니까? 매장에서 돈을 주는 게 아니고.

◆ ○○○> 우리가 벌금을 냅니다.

◇ 박재홍> 아르바이트생들이 벌금을 내요? 참 어렵네요. 이런 아르바이트를 하시면서 패스트푸드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셨을 것 같아요. ‘이 음식 먹기도 싫다.’는 생각도 들 것 같은데요.

◆ ○○○> 정말 '대형 패스트푸드점 사람들은 사람보다 이윤을 남기려고 하는구나', '진짜 이윤을 사람 목숨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 박재홍> 그랬군요. 참 힘든 환경 속에서 하루하루 어렵게 근무하고 계십니다. 아르바이트생 입장에서 '최소한 이러한 환경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라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뭐가 있을까요.

◆ ○○○> 일단 근무자 수를 더 늘려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근무자 수를 늘리게 되면 서두르지 않아도 되잖아요.

◇ 박재홍> 네. 그리고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고…

◆ ○○○> 네. 노동의 가치를… 정말 인간답게 살고 싶습니다.

◇ 박재홍> 네. 오늘도 일을 하실 텐데. 또 안전하게 일을 하시면 좋겠습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 ○○○> 고맙습니다.

◇ 박재홍> 현장에서 직접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패스트푸드점 직원의 목소리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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