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4월 사스 환자 치료를 위해 외부와 격리된 베이징 시내의 한 대형병원. 마스크를 한 의료진들이 걸어가고 있다.(사진 촬영=변이철 기자)
2015년 6월 대한민국이 ‘메르스(MERS) 공포’에 휩싸였다.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인 2003년 4월 중국의 심장 ‘베이징’도 ‘사스(SARS) 창궐’로 도시 전체가 공황에 빠졌었다. 당시 기자는 칭화대학에서 어학연수 중이었다. ‘메르스 방역’에 필요한 교훈을 찾고자 베이징의 상황을 날짜별로 되짚어본다. [편집자 주]<글 싣는="" 순서="">
① "왜 괴질 발생을 숨기나요?"② "정보 통제…괴담만 키운다"③ 뒤늦은 '실토'…'패닉'에 빠진 도시④ '사재기'로 폭발한 공포와 혼란⑤ 공포의 대상이 된 '대중교통'⑥ '충격'과 '공포'…숨죽인 베이징 ⑦ "아빠 꼭 와요"…의료진의 '사투'경기도 성남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 가족의 대응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에 근무하는 이 환자의 남편은 지난 6일 오후 부인의 감염 사실을 확인하고 더 큰 위험을 막고자 자녀가 다니던 초등학교에 이 사실을 알렸다.
메르스가 병원을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의료진도 이처럼 직접적인 감염피해를 입고 있다.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은 7일 오전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지금까지 의사 2명, 간호사 1명 등 병원 의료진 3명이 메르스에 감염됐다"고 밝혔다.
또 "지난 27일 내원한 14번째(35) 메르스 환자에 노출된 의료진 등 직원이 218명이다"고 전했다.
박창일 건양대병원 의료원장도 "메르스 확진환자와 접촉한 것으로 보이는 의료진 50명과 실습학생 23명을 격리해 관찰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2003년 4월 사스(SARS)가 급속히 퍼져 큰 혼란에 빠졌던 중국 베이징에서도 최일선에서 환자 진료와 치료를 맡았던 의료진의 희생이 컸다.
당시 사스와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의 모습을 방영한 TV 프로그램을 잠시 들여다보자.
<병원 앞="" 정원이="" 온통="" 눈물바다다.="" 흰="" 마스크와="" 파란색="" 방독모를="" 쓴="" 간호원들.="" 서로="" 부둥켜안거나="" 얼굴을="" 쓰다듬으며="" 모두="" 작별인사를="" 나눈다.="" 떠나는="" 사람들에게는="" 커다란="" 꽃다발도="" 증정됐다.="" 이윽고="" 이들을="" 태운="" 대형버스가="" 차례로="" 병원을="" 빠져나간다.="" 간호사들은="" 마지막까지="" 창문="" 밖으로="" 손을="" 흔들어댄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사스와의="" 전쟁.="" 그="" 전쟁터의="" 한복판으로="" 들어가는="" 이들의="" 눈가엔="" 눈물이="" 연신="" 흘러내렸다.="">
북경에서 사스 환자가 급증하자, 대형병원의 의사와 간호사들이 지역의 각 병원으로 파견근무를 떠나는 모습이다.
2003년 4월 사스 환자 치료를 위해 외부와 격리된 베이징 시내의 한 대형병원(사진 촬영=변이철 기자)
당시 TV에서는 ‘사스’ 확산을 막기 위해 눈물겨운 헌신을 펼친 의사들의 애타는 사연을 연일 방송했다. 주로 아내와 자녀의 ‘인터뷰’나 ‘편지’를 소개했다.
다음은 방송에 소개된 아빠에게 보내는 한 소학교 여학생의 편지 내용이다.
"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요. 하지만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아빠의 일이 너무나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아요. 저는 엄마랑 잘 지내고 있어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빠, 몸 건강히 가족 품으로 꼭 다시 돌아와야 해요."
광동성에서 끝내 사스에 감염돼 숨진 노(老) 의사의 이야기와 파견근무지가 서로 달라 갓 결혼한 부부의사의 이별이야기도 뉴스에 소개됐다.
중국 언론이 이렇게 각별한 관심을 보였던 것은 ‘당시 의료진이 그만큼 악전고투했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의료진들은 벌써 한 달 이상 환자들과 함께 병원에서 격리생활을 하고 있었다.
사스에 감염된 의료진도 잇따라 발생하면서 몇몇 병원은 아예 폐쇄되기도 했다. 쉴 새 없이 밀려드는 환자와 부족한 병상, 누적된 피로, 사스 감염에 대한 공포, 날이 갈수록 떨어지는 사기…. 하지만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그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다시 TV에 소개된 한 의사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한다.
“북경에서 SARS가 급속히 퍼져나갈 때, 우리는 제대로 준비가 안돼 있었어요. 사스라는 전염병에 대한 사전지식도 부족했고요. 그리고 의사도 인간이니까 감염에 대한 두려움도 완전히 떨쳐버릴 수가 없죠. 하지만 일을 할 때는 너무 바빠서 공포를 느낄 시간조차 없어요. 가족의 대소사를 챙기는 일은 이미 포기한 지 오래입니다. 지금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전 인민들의 격려와 믿음뿐입니다.”
중국정부는 이들에게 ‘영웅칭호’를 부여하고, 격리생활을 하는 이들이 불편한 점이 없도록 각종 물품을 충분히 공급하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이들에겐 특별수당도 지급했다.
베이징대학과 인민대학 등 주요각 대학들도 ‘이들 자녀의 특례입학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잇따라 발표하고 나섰다.
CBS노컷뉴스 변이철 기자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