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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삼류 뗐다' 한화, 일류 도약 위한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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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더 분발하자' 강경학, 이용규, 김태완, 이시찬(왼쪽부터) 등 한화 선수들이 17일 SK와 홈 경기를 더그아웃에서 지켜보는 모습.(대전=한화 이글스)

 

올해 프로야구 최고 화제의 팀 한화의 4연승이 또 무산됐다. 손에 잡힐 것 같던 상위권도 다음으로 도약을 미루게 됐다. 일류팀으로 환골탈태를 위해서는 할 일이 여전히 많다.

한화는 17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SK와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홈 경기에서 6-7 패배를 안았다. 끝까지 따라붙었지만 2% 부족했다.

연승 행진을 3경기에서 마감했다. 2경기였던 1위와 승차도 2.5경기로 늘었다. 35승30패로 순위는 그대로 5위, 이날 롯데에 덜미를 잡힌 4위 넥센(36승29패)를 따라잡을 기회였으나 무산됐다.

고비를 넘지 못하고 있다. 올해만 벌써 5번째 4연승 무산이다. 한화는 올 시즌 3연패가 없는 유일한 팀이지만 또 10개 팀 중 4연승도 없는 구단이기도 하다. 막내 케이티도 올 시즌 5연승을 거둔 바 있다.

연패가 없다는 것은 칭찬할 만하지만 연승이 짧다는 것은 또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특히 중위권이 아닌 선두권을 목표로 한다면 연승은 필수다. 꾸역꾸역 연패를 막으며 버티는 것은 한계가 있다. 연승 신바람을 타야 선두권과 승차를 줄일 수 있다. 이는 김성근 한화 감독도 인정한 부분이다.

사실 한화가 올해 이 정도까지 선전하는 것도 대단하긴 하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이자 최근 6시즌 중 5번이나 꼴찌를 한 팀이다. 그러나 김 감독의 조련 속에 팀이 달라지고 최근 보강한 FA(자유계약선수)들이 바야흐로 몸값을 해주면서 7년 만의 가을야구 꿈이 부풀고 있다.

▲'QS 최하위' 배영수 등 분발 절실

하지만 아직 시즌의 반도 치르지 않았다. 갈 길이 멀다. 특히 포스트시즌을 위해, 상위권 도약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올해 한화는 35승 중 22승이 역전승이었다. 전체 승리의 약 63%나 된다. 특히 6월 9승 중 8승이 역전승이었다. 뒤집는 승부가 많은 만큼 짜릿한 재미는 있다.

'한화 선발 야구의 조건' 지난 시즌 뒤 한화가 야심차게 영입한 FA 듀오 배영수(왼쪽)-송은범은 올해 한화의 선발 야구를 좌우할 선수들이다.(자료사진=한화)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상대적으로 안정감은 떨어진다. 뒷심이 강하다고 하나 언제나 뒤집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17일 경기가 그랬다. 한화는 SK에 5회까지 0-4, 7회까지 3-7로 뒤졌지만 8회 3점을 내며 턱밑까지 추격했다. 그러나 9회말 끝내 뒤집지는 못했다. 역전으로만 연승을 달리기는 버겁다.

이는 자연스럽게 선발 야구로 귀결된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선발 투수들이 버텨줘야 계산이 선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한화의 야구는 불펜이었다. 선발진이 살아난 것은 최근 들어서였다.

올해 한화는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가 꼴찌다.최근 좋아졌다고는 하나 13번에 그쳐 신생팀 케이티(17번)보다 못하다. 시즌 성적 1위인 삼성(37번)의 3분의 1 수준이다. 두산이 블론세이브 최다(10번)에도 2위를 달리는 것도 퀄리티스타트 3위(26번)인 선발진의 힘이 크다.

한화는 선발진 중 FA 듀오 배영수, 송은범의 부활이 절실하다. 한화는 최근 미치 탈보트가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탈바꿈하고 안영명이 제 페이스를 찾았다. 쉐인 유먼도 불안하긴 하지만 그럭저럭 제몫을 해준다. 송창식은 임시 선발이다. 결국 2군에 내려간 송은범과 3승3패 평균자책점(ERA) 7.28에 머물러 있는 배영수가 받쳐줘야 한화의 선발 야구가 이뤄질 수 있다.

▲하위권 공-수-주, 세밀함 늘려야

마운드만이 아니다. 공격과 수비, 주루 등에서도 강팀이 되기 위해서는 해결 과제가 적잖다. 단기간에 짜임새가 많이 갖춰졌으나 여전히 세밀함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수비에서 한화는 올해 실책 1위의 불명예를 안고 있다. 63개로 올해 1군에 합류한 신생팀 케이티(61개)보다 많다. 두산(34개), 삼성(36개), NC(42개) 등 실책이 적은 팀이 상위권을 이루고 있는 점을 봐야 한다. 수비율에서도 한화는 10위(.975)다.

'도루 대신 번트, 투수 실책 1위?' 한화는 도루 등 부족한 기동력을 희생번트로 메우고 있으나 수비 실책 1위 등 세밀함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다. 사진은 번트를 대고 있는 정근우(왼쪽)와 올해 투수 실책 1위의 유먼.(자료사진=한화)

 

한창 분위기가 좋았던 6월에도 실책은 한화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 4일 넥센과 목동 원정 2-15 대패 때 4회 상대 빅이닝에는 한화 실책이 섞였다. 7-10으로 져 4연승이 무산됐던 12일 LG전도 4개의 실책이 쏟아졌다.

기동력에서도 한화는 처진다. 도루 9위(45)에 성공률도 8위(.652)에 머물러 있다. 이용규(18개), 정근우(8개)가 있지만 시도 자체가 9위(69번)일 정도로 뛸 선수가 부족하다. 2007년부터 2011년 중반까지 김성근 감독이 이룬 SK 왕조는 팀 도루 1, 2위를 다퉜던 기동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래서 한화는 희생번트가 최다다. 76개로 2위 LG(44개)보다 30개 이상 많아 부족한 기동력을 메운다. 고된 훈련 속에 성공률도 60%가 넘어 최상위권이다. 하지만 시도가 많다 보니 실패 횟수도 잦다. 17일 SK전도 1점 차로 추격한 9회말 무사 1루에서 고동진의 희생번트가 뜬공으로 잡힌 게 뼈아팠다.

한화의 팀 타율은 2할6푼5리, 득점권 타율은 2할5푼6리로 모두 8위다. 최근 이용규와 정근우, 김태균, 최진행 등 중심 타자들의 선전은 고무적이나 역시 수치를 더 높여야 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지금 이 성적도 최근 몇 년 동안의 한화를 감안하면 괄목할 만하다. 삼류 야구는 벗어났지만 아직은 여러 지표상 2류라고 봐야 한다. 김 감독이 바라는 선두권 도전을 위해서는 더 채워야 한다. 팬들이 간절히 원하는 '어게인(Again) 1999'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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