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 김운하 씨 노제. (사진=유원정 기자)
어느 무명 배우가 사십 평생을 바쳤던 삶의 터전에 종소리가 울려퍼졌다.
스님이 한 바퀴를 다 도는 동안 가수 장사익의 '찔레꽃'은 절정을 향해 치달았다.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굴곡진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구슬펐다.
평소라면 활기찼을 공원 한복판. 침통한 얼굴을 한 젊은이들이 극장 앞에 늘어섰다. 배우 고(故) 김운하(본명 김창규·40) 씨를 기리기 위해서였다.
김 씨의 노제는 25일 오후 12시 서울 종로구 동숭동 마로니에 공원에 위치한 아르코 예술극장 앞에서 열렸다. 신록이 우거진 나무그늘 아래에서 고인은 아픔도, 괴로움도 모르는 것처럼 웃고 있었다.
사회를 맡은 배우 홍대성 씨는 "젊은 배우의 갑작스럽고 안타까운 죽음에 모두가 마음을 모아 고인의 마지막을 함께 하기 위한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이어진 추도사에서 배우 박주형 씨는 "연락을 받고 빈소에 갔을 때부터 잘못된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갈 사람이 아니다"라며 터지는 울음에 말을 잇지 못했다.
배우 고 김운하 씨 노제. (사진=유원정 기자)
박 씨는 "기쁘고 축하해 줄 일이 있을 때면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주던 사람이었다. 그곳에서는 좌절하지도, 힘들어하지도 말아라. 늘 밝게 웃길 바란다. 형은 멋진 사람이었다"고 추도사를 낭독했다.
열 명 남짓 모인 고인의 생전 동료들은 조문을 마치고도 그곳을 떠나지 못했다. 대신 한데 모여 격려하고 위로를 나눴다. 누군가는 하염없이 영정 사진을 바라보고, 다른 누군가는 북받치는 감정에 오열을 터뜨렸다.
시민들도 가던 걸음을 잠시 멈춘 채, 그 광경을 바라봤다.
직장인 유승연 씨는 "무명 연극 배우 분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오늘 여기서 이렇게 노제를 할 줄은 몰랐다"면서 "알지 못하는 분이고 심지어 이 분의 공연을 본 적도 없지만 대학로에서 일하며 연극 배우들을 많이 본다. 그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가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마음이 먹먹하다"고 이야기했다.
1시간을 조금 못 채우고, 고인의 노제는 그렇게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