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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야구 독배' 또 기꺼이 받아든 국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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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 KBO 기술위원장, 프리미어12 사령탑 선임

'한국 야구 외면할 수 없다' 2015 프리미어12 국가대표 사령탑으로 선임된 김인식 KBO 기술위원장. 사진은 지난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출정식 때 다부진 출사표를 밝히는 모습.(자료사진)

 

이번에도 결론은 '국민 감독'이었다.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68)이 또 한번 한국 야구를 위해 노구를 이끌고 소매를 걷어붙인다.

KBO는 29일 "김인식 위원장을 '2015 프리미어 12'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회가 오는 11월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가 종료되는 시점에 열리는 만큼 대표팀 운영 규정상 지난해 우승 또는 준우승팀 감독이 지휘하기에는 일정상 무리가 있다고 판단해 이번 대회는 전임 감독이 대표팀을 이끌도록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당초 이번 대회 사령탑으로는 규정상 지난해 우승팀 삼성 류중일 감독, 또는 염경엽 넥센 감독이 맡아야 했다. 하지만 KBO의 설명대로 11월 8일 개막하는 '프리미어12'는 리그 일정과 겹친다. 포스트시즌이 길어질 경우 대표팀 소집과 훈련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류 감독과 염 감독도 이런 이유로 고사할 뜻을 시사하기도 했다. 때문에 이번만큼은 전임 감독제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높았다. 결국 KBO는 또 한번 김 감독에게 구원을 요청한 것이다.

이런 상황이 김 감독에게는 익숙하다. 이전에도 다른 감독들이 손사래를 치던 곤란한 상황에서 김 감독은 기꺼이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았기 때문이다.

2006년 WBC 당시 한국 대표팀이 숙적 일본을 꺾은 뒤 얼싸안고 기뻐하는 모습.(자료사진)

 

KBO 이사회는 지난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회 대회 사령탑으로 김 감독을 만장일치로 선임했다. 2005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선동열 당시 삼성 감독과 준우승한 김경문 당시 두산 감독(현 NC) 등 후보들은 있었다.

하지만 한, 미, 일 등 야구 강국들이 참가하는 첫 대회인 만큼 국내외 무대에서 공로를 세운 명망 있는 당시 한화를 맡고 있던 김 감독에게 중책을 맡겼다. 당시도 김 감독은 "첫 대회라 부담스럽고, 소속팀 한화도 걱정"이라면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김 감독은 숙적 일본과 미국을 연파하는 등 WBC 4강 신화를 이뤄냈다.

2009년 WBC 2회 대회 때는 상황이 더 나빴다. 1회 WBC 이후 KBO 리그 우승팀 감독이 대표팀을 맡기로 규정이 생겼지만 KBO의 사령탑 선임은 난관에 빠졌다. 2007, 08년 우승을 이끈 김성근 당시 SK 감독(현 한화)은 건강 상의 이유로 고사했다.(KBO의 다소 무성의한 요청에 마음이 돌아섰는 얘기도 있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이끈 김경문 당시 두산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김 감독은 사실 2007년 올림픽 예선 때부터 선동열 감독의 고사로 대표팀 지휘봉을 어렵게 수락해 9전 전승 우승 신화를 이미 썼던 터였다.

이에 KBO는 다시 김인식 감독에게 SOS를 보냈고, 김 감독은 이번에도 마다하지 않았다. 당시 김 감독은 뇌졸중 후유증으로 걸음이 불편한 상황이었다. 당시 하일성 KBO 사무총장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김 감독이 힘든 결정을 내려줬다"면서 고마움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역시 일본과 멕시코 등 강국들을 넘어 준우승이라는 쾌거를 견인했고, '국민 감독'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2009년 WBC 대표팀이 출정식에서 필승을 다짐하는 모습.(자료사진)

 

하지만 김 감독은 그 시즌 한화가 부진에 빠져 재계약에 실패했다. 이후 현장에서는 한 걸음 물러나 있었다. 다만 KBO 기술위원장으로서 광저우,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에 힘을 보탰다.

이런 가운데 노장은 다시 한국 야구를 위해 어려운 자리를 외면하지 않았다. 사실 야구 대표팀 감독은 축구 못지 않게 '독이 든 성배'라는 얘기가 나오는 힘든 자리다. 김 감독이 현직에 없어 부담이 덜하다지만 2000년 시드니올림픽 동메달(코치), 2002 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 등 이전의 명성이 한순간에 허물어질 위험도 있다.

김 감독은 CBS 노컷뉴스와 통화에서 "공교롭게도 이번에도 어려운 상황에서 대표팀 감독을 맡게 됐다"며 일단 웃었다. 이어 "전년도 우승팀 감독 등 현직에서 맡는 게 맞지만 리그 일정상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면서 "지난주 화요일 (구본능 KBO) 총재님께서 처음 말씀해주셨고, 금요일에 답을 드렸다"고 말했다.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6년 만의 현장 복귀가 설레기도 한다. 김 감독은 "그동안 관련 일을 하고 야구장을 떠나진 않았지만 그래도 현장에 온다는 게 설렌다"면서 "대표팀에 대한 책임이 무겁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실 프리미어12는 한국 야구 입장에서는 '계륵'과 같은 대회다. 기존 WBC와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가 있는 상황에서 신설된 대회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이 메이저리그가 주관하는 WBC에 맞서 만든 대회로, 한국이 이전 KBO 리그 1.5군과 아마추어 선수들로 내보냈던 야구 월드컵의 후신이다.

세계 랭킹 12위까지 상위권 국가들이 나선다고는 하지만 메이저리거들이 대거 빠질 공산이 크다. 다만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야구를 정식 종목으로 채택하기 위해 WBSC와 공조해 최강팀 구성을 벌써부터 공언하는 등 적극적이다. 이런 차원에서는 한국도 빠질 수는 없으나 선수 구성이 아무래도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너네들 금 땄다고 안 오는 거 아니지?'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대만을 누르고 금메달을 확정한 대표팀 선수들이 기뻐하는 모습.(자료사진=황진환 기자)

 

하지만 김 감독의 생각은 다르다. 김 감독은 "이번 대회는 올림픽 예선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한다. 사실상 도쿄올림픽에서 야구의 부활이 기정사실이라고 보면 이번 대회는 그 전초전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김 감독은 "이전 WBC와 올림픽 등에서 한국 야구가 한때는 세계 랭킹이 3위까지 올랐는데 이번에 보니 8위더라"면서 "KBO 리그 일정으로 야구 월드컵 등에 1.5군을 내보내서 그런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하지만 이번에 랭킹을 올린다면 올림픽 예선 대진에서 (시드 배정 등) 유리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이번 대회 출전에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선수들도 적잖다. 늘어난 KBO 리그 일정에 잦아진 국제대회까지 체력과 부상에 대한 부담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선수들 사이에서 신망이 높은 김 감독의 선임은 KBO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김 감독은 "빨리 감독이 선임됐어야 하는데 조금 늦었다"면서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힘을 모아 최강의 멤버를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6년 세월이 지났지만 승부사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힘이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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