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 - 12년 전 삼전동 살인방화사건 미스터리'의 한 장면(사진=SBS 제공)
목격자도 CCTV도 없는 참혹한 살해 현장, 단서는 결혼을 앞뒀던 피해자가 움켜쥔 13가닥의 머리카락뿐…. 11일 밤 11시 10분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12년 전 벌어진 서울 삼전동 살인방화사건의 미스터리를 추적한다.
전향규(가명) 씨에게는 아흔 살 노모를 위해 오랫동안 가슴에 묻어 온 비밀이 하나 있다. 12년 전인 2003년 말의 어느 새벽, 전 씨는 "조카들이 모두 사망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고는 한달음에 경찰서로 달려갔다.
"살해됐대요…. 시신이며 목에 찔린 자국이며 다 봤는데… 눈물도 안 나오더라고요. 믿기지 않았으니까…." (전 씨 인터뷰 중)
더욱이 사건 발생일은 둘째 조카 전다영(가명) 씨와 예비 신랑 김진욱(가명) 씨의 양가 상견례가 있던 날이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저녁을 먹고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갔다는 전 씨 남매와 약혼자 김 씨가 한 시간 뒤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것이다.
사건 현장은 참혹했다. 전 씨 남매와 약혼자 김 씨는 날카로운 흉기에 각각 12곳, 9곳, 4곳을 찔려 다량의 피를 흘린 채 사망해 있었다. 당시 수사를 담당한 형사는 "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문을 열자마자 코를 찌르던 비릿한 피 냄새를 잊을 수 없다"고 잔했다.
◇ 진일보한 모발 정보 분석 기법…사건 해결 실마리 되나경찰에 따르면 범인의 잔혹한 수법과 현장에서 도난당한 금품이 없었던 점으로 봤을 때 사건을 단순 강도의 소행으로 여기기는 어려웠다. 사건이 발생한 시각은 인적이 드문 새벽 1시. 사건 현장 주변에는 CCTV도 목격자도 없었다.
피해자 중 가장 건장한 체격의 약혼자 김 씨는 술에 취한 채 방 안에서 무방비 상태로 자고 있었다. 당시 집안에는 남매가 기르던 애완견이 있었는데, 개 짖는 소리를 들은 이웃은 없었다는 점이 의아했다. 사건 현장은 이미 불에 타고 물에 휩쓸려나가 단서를 찾기 어려웠다. 그런데 중요한 단서가 나왔다.
"머리카락 한 움큼을 쥐고 죽었는데 굉장히 세게 쥐었더라고요. 꽉 쥐고 있었어요. 손에서 내가 머리카락을 떼어냈거든요." (사건 당시 수사 관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