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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눈으로 본 영화 '타이타닉'과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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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원재훈 영화 에세이집 '엔딩 크레딧'…"사랑이 사람을 구원합니다"

영화 '타이타닉' 스틸(사진=이십세기폭스 코리아 제공)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연출한 영화 '타이타닉'(1997)에서 차디찬 바다에 몸을 담그고 있는 잭(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과 난파된 선박의 조각에 타고 있는 로즈(케이트 윈슬렛)가 마지막 순간에 나누는 대화다.

1912년 4월 15일 빙산에 부딪혀 침몰한 타이타닉호를 소재로 한 이 영화를 최근 다시 보면서, 시인 원재훈(55)은 100여 년 뒤인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를 떠올렸다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엔딩 크레딧/원재훈/라꽁떼

 

그의 머릿속에 깊이 각인된 영화 30편에 대한 감상평을 엮은 에세이집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엔딩 크레딧'(라꽁떼)에서다.

원재훈은 이 책에서 영화 타이타닉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전한다.

"영화는 절망의 순간에 인간이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지 다양한 앵글로 잡아내고 있습니다. 특히 선원들과 승객들의 구조 임무를 끝까지 책임지고 선박과 함께 운명하는 선장과 선원들의 모습은 이 참사의 실제 상황과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고 합니다. (…) 얼음 바다 위에서 추위를 견디며 로즈가 난파된 선반의 조각에 타고 있고, 잭은 그녀를 살리기 위해 올라타지 못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버리는 선택을 합니다. 연인의 희생으로 살아난 그녀가 타이타닉을 회상하면서 한 말, '그 사람은 내 기억 속에서 유일한 존재이다'는 치유될 수 없을 것 같았던 상처를 치료하는 말입니다." (106쪽)

시인의 이야기는 자연스레 세월호 참사로 이어진다. "백번 양보해서 세월호와 관련된 일들을 용서한다고 해도 절대 잊을 수 없는 참사"라며.

"영화는 타이타닉이라는 거대한 선박의 참사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두 남녀의 사랑을 통해 희망의 메시지,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진지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월호를 배경으로 러브 스토리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얼마나 시간이 지나야 가능한 일일까? 저는 언젠가 이 상처 자리가 조금이라도 아물면 좋은 영화가 나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분노의 자리에 용서의 꽃을 심어야 하니까요.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잊지 못한다고 분노하는 마음과 더불어 그 가여운 영혼을 위한 진혼곡은 살아남은 우리가 불러야 할 지상의 노래입니다." (107, 108쪽)

◇ "그 사람은 내 기억 속의 유일한 존재입니다"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농성 1주년을 사흘 앞뒀던 지난 11일 광화문광장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분향을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하지만 "한국 사회의 각박한 시스템 안에서 세월호 참사가 벌써 희미하게 지워지는 느낌이 든다"며 그는 안타까운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이 참사 이후에 신문의 일면을 장식하는 대형사고가 여기저기에서 터지고 있고, 한쪽에서는 세월호 이야기를 하면서 그만 좀 했으면 좋겠다고 짜증을 내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타이타닉호가 당대의 사회상을 그대로 보여주었다면, 드라마로 만들기 힘든 세월호 참사는 그 자체로 현재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이 참사는 우리 사회가 지니고 있는 문제점을 단 한 순간에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살아남은 가족들이 온전하게 그 고통의 짐을 지고 겨우 버티고 있습니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은 그 깊이를 가늠하기 힘들 지경입니다. 그것이 가슴 아픈 일입니다." (108쪽)

시인 원재훈은 "이러한 종류의 트라우마는 어떠한 외상보다도 오래 남는 상처"라며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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