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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스펙'에 열광하는 TV…이대로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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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7-19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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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공부비법' '성적욕망' 등 홍보로 범벅…중학생에 "이런 식으로 하면 망해"…'스펙 쌓기' 부추겨

TV 속으로 들어온 우리 사회의 교육열은 독일까 약일까.

'사교육 없이 입시전쟁에서 살아남는 법을 알려주겠다'던 tvN '진짜 공부비법' '성적욕망'이나 10대의 목소리를 담는다는 취지의 tvN '10대 고교천왕', 전국의 영재를 찾아 보여주는 SBS '영재발굴단' 등 '교육'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들이 잇달아 제작되고 있지만 이들 프로그램을 향한 시선은 곱지 않다.

 

이들 프로그램은 입시 전쟁에서 살아남아야만 하는 이 시대의 청소년들, 그리고 그들의 부모에게 '사교육의 늪에서 구원해주겠다'는 달콤한 유혹을 보냈지만 오히려 시청자의 불안감과 위기감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성적과 스펙에 대한 과도한 열정이 수많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음에도 TV 프로그램이 토크쇼, 예능을 빙자해 경쟁심리를 자극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특정 사교육기업으로부터 제작지원을 받아 만들어진 tvN '진짜 공부비법' '성적욕망' 등은 업체의 홍보물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토크쇼야 광고야' 홍보물 전락

지난 2일 종영한 tvN 4부작 '성적욕망'은 '1타강사'(가장 먼저 수강 신청이 마감되는 강사) 4명을 통해 성적을 올리고 싶은 학생에게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홍보했다.

사교육업체인 스카이에듀의 과목별 대표강사인 이들 출연자는 "대치동 학생들은 무조건 열심히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공부한다" "공부는 학생이 하지만 누가 판을 짜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1타강사는 수능출제위원을 알 수 있고 문제도 예상할 수 있다" 등의 발언으로 교육 컨설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내가 만든 교재에 있는 5문제가 모의고사에 똑같이 나왔다" "사무실을 차려주고 연봉의 2배를 줄테니 1:1 과외를 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는 등 스스로를 홍보하기도 했다.

상담 신청 학생에게 현실적인 평가를 해준다는 명목으로 인터넷에 떠도는 '서연고 서성한…'을 외며 '대학 줄 세우기'를 했다.

'성적욕망'의 후속작인 '진짜 공부비법'은 인성과 창의성, 생활·학습습관 등을 망라한 자기주도학습법과 '펜타곤학습법'을 알려주겠다고 장담했다.

그런데 이 '자기주도학습' '펜타곤학습법'은 프로그램의 제작 지원을 맡은 에듀플렉스의 학습법. 지난해 tvN '이것이 진짜 공부다'를 제작지원하기도 했던 이 업체는 유튜브 등에 프로그램 이름, 로고와 함께 광고성 영상을 업데이트하고 있다.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은 서경석이 이 업체의 홍보모델이다.

 

◇'어마어마한 스펙'에 "우리 아이는?"

"좋은 학교는 급식도 다르다?"

지난 15일 종영한 tvN '고교 10대천왕'은 마지막 회에서 급식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출연자들은 민족사관학교와 한 외국어고등학교의 화려한 급식을 담은 사진을 본 뒤 "일반고등학교와는 다르다" "모든 학생들이 민사고·외고 급식 수준의 밥을 먹으며 건강하게 꿈을 키워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교별로 급식의 수준이 다를 수 있지만 굳이 특성화고등학교의 급식은 일반고등학교와 달리 고급스럽다는 인식을 심어주면서 괴리감을 주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러 사회적 이슈를 고등학생의 시각으로 풀어본다는 취지의 이 프로그램은 그러나 민족사관학교 조기 졸업자, 4개국어 능통자, 캐나다 최연소 윈드 심포니 단원, 연예인 딸 등 '엄친아' '엄친딸'들을 고정 출연자로 섭외했다.

이들은 취업 문제에 대해 "S대를 나와서 중소기업을 가라고 하면 억울한 일"이라거나 "(민사고) 학비가 비싸기는 하지만 학교에 제출할 수 있을 만한 이름있는 행사를 많이 해준다" 등 일반 학생들이 공감하기 어려운 발언을 쏟아냈다.

전국 곳곳의 영재들을 찾는 SBS '영재 발굴단'의 최근 방송분에는 영어, 중국어를 구사하고 천자문을 외우는 27개월 아이가 출연했다.

이 프로그램이 방송된 뒤 육아 커뮤니티에서는 "우리 아기는 영어는 전혀 모르고 파란색을 보면 '블루'가 아니라 '폴리'(만화 캐릭터)라고 하는데…. 지금부터라도 바로 잡아줘야 하나요?"(minm****)와 같은 걱정을 토로하는 글이 올라왔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밤새 상모를 돌리며 즐거워하던 표지훈 군은 그 덕에 신동 소리를 듣게 됐지만 9살이 된 지금은 엄마와 세상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연습에 또 연습을 하면서도 "너무 힘들다. 절벽에서 떨어져 죽고 싶다"고 말해 충격을 줬다.

평범한 누군가에게는 '나는, 내 자녀는 왜 저만큼 못할까'하는 경쟁심리를 심어주고 영재에게는 부담감을 씌우는 것이다.

 

◇"입시 경쟁 속 불안감에 기대 시청률 장사" 비판도

tvN '진짜 공부비법'에는 배우 박해미의 아들 황성재, 배우 이일재의 딸 이설, 방송인 설수현의 딸 이가예가 출연한다. 황성재와 이설은 중학생, 이가예는 초등학생이다.

성적이 중하위권이라는 이들을 테스트한 학습전문가는 "이대로 중학교 가면 큰일 납니다" "고등학교 가면 망합니다" "피눈물 흘리게 될 겁니다"라고 단호히 말한다.

성적이 낮으면 '큰일 난다'는 성적 지상주의가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공부가 마치 인생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듯 성적, 입시 결과에 집착하는 교육 관련 프로그램에 대해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성명을 통해 "방송의 할 일은 성적 지상주의, 학부모의 비정상적으로 과열된 경쟁의식을 완화시키고 상생과 협력으로 가는 길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단체는 "(방송은) 대놓고 이러한 문제를 인정하고 그 욕망을 실현할 길을 보여준다고 한다. 그 방법이 얼마나 정확한가의 문제와는 별도로, 그런 방송사의 태도는 방송의 공공성을 부정하는 발상이 아닐 수 없다"며 "방송이 아니더라도 아이들과 부모들은 이미 충분히 고통 받고 있다. 이러한 교육·육아 프로그램을 통해 입시 경쟁의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의 불안에 기대어 시청률 장사를 하려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tvN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방학기간에 맞춰 학생들에게 공부의 노하우를 알려주고, 시청자인 학생들의 사연을 받는 등 소통하려는 취지의 프로그램"이라며 "특정 업체나 강사를 홍보한다거나 경쟁심리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향후 제작할 때는 이런 점들을 유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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