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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했던 700번째 경기, 김병지가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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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아내, 자녀가 지켜보는 가운데 나이 잊은 맹활약

26일 제주와 K리그 23라운드에 출전하는 김병지의 유니폼에 새겨진 등 번호 700은 그의 36년 축구 인생을 상징하는 기록이다.(자료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대기록 달성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님을 향한 효심이었다.

26일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3라운드. 이 경기는 전남 드래곤즈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맞대결보다 '현역 최고령' 김병지(전남)의 K리그 통산 700번째 경기라는 점에서 더 큰 관심을 받았다. 이 때문에 올 시즌 전남의 평균 관중보다 많은 5409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아 김병지의 대기록 달성을 함께했다.

자신을 향한 큰 관심을 잘 알고 있는 듯 경기 전 만난 김병지에게서는 좀처럼 웃음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K리그 33년 역사상 전에 없던, 그리고 앞으로도 나오기 힘든 700경기 출전의 대기록 달성을 앞둔 만큼 김병지에게서는 평소와 다른 비장함이 느껴졌다.

“평상시와 같은 준비를 했다”는 김병지가 비장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는 “연로하신 부모님이 멀리서 구경을 오시기 때문에 돌아가시는 발걸음을 가볍게 하기 위해서라고 꼭 이겨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경기할 것”이라고 반드시 자신의 700번째 경기에서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선보였다.

사실 김병지는 출장을 기념하는 경기에서는 유독 약했다. 100번째 경기에서 승리한 뒤 200번째 경기부터 300번째, 400번째, 500번째, 600번째 경기까지 한 번도 웃지 못했다. 이 때문에 노상래 감독은 “기록이 좋지 않아 사실 병지를 뺄까도 고민했다”고 우스갯소리를 했을 정도다.

그러나 나이를 잊은 선방을 선보인 김병지의 활약에 2골 1도움의 맹활약을 한 오르샤, 1골을 넣은 이종호의 활약을 더한 전남은 기분 좋은 3-1 승리로 활짝 웃었다.

프로 24년차, 어느새 45세가 됐지만 김병지는 여전히 K리그 골키퍼 가운데 손꼽히는 활약을 하고 있다.(자료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김병지 역시 밝은 표정을 되찾았다. 활짝 웃는 그의 입에서 가장 먼저 나온 짧은 한마디 역시 “이겼습니다”였다. 이어 “질 때마다 수고했다고 격려해주시는 부모님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하지만 오랜만에 부모님께서 경기를 보셨는데 이겨서 기쁘다. 의미있는 700경기가 됐다”고 기뻐했다.

24년의 프로 인생에서 700경기 출전이라는 ‘꾸준함’을 보여준 김병지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축구선수로서 활약하겠다는 꿈을 숨기지 않았다.

“24, 5살 때는 물만 먹고도 1, 2년은 뛸 수 있다는 그림이 그려졌는데 이제는 정말 쉽지 않다”고 새삼 나이가 든 자신의 현실을 털어놓은 김병지지만 “힘든 여정이겠지만 지금까지 최선을 다했던 것처럼 계속 나아가겠다. 아마 지금까지 24년 해온 것보다 77경기를 더 하는 것이 힘들겠지만 지금의 컨디션이라면 앞으로 1년 이상은 자신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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