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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홈플러스 사태'…영화 '카트'가 떠오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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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살자" 공감과 연대의 기록…"그들의 문제 아닌 우리 모두의 과제"

영화 '카트' 스틸컷(사진=명필름 제공)

 

국내 대형마트 업계 2위 홈플러스의 매각 소식에 한국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이곳의 소유주는 영국 테스코사다. 테스코사는 직접고용 2만 5000명, 간접고용 10만여 명에 달하는 이곳에 대한 매각을 추진 중이다.

매각 이후 효율적인 운영 등을 명목으로 한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게 될 노동자들이 다수 생길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홈플러스 사태를 접하면서 영화 '카트'(2014, 감독 부지영, 제작 명필름)를 떠올린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리라.

2007년 이랜드 홈에버 사태를 모티브로 한 영화 카트는 대형마트의 비정규직 직원들이 부당해고를 당한 이후 이에 맞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그러고보니 홈플러스의 전신이 홈에버다.

영화 속 대형마트 사측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하루 아침에 외주용역으로 돌려 버린다. 그 와중에 들려 온 "문제 있으면 법무팀에 문의해요"라는 한 간부의 말은 마치 '법은 우리 편이니까 아무 걱정 마'라는 선언처럼 느껴져 섬뜩한 느낌을 더한다.

아침마다 "회사가 살아야 우리도 산다" "고객은 왕이다"라는 최면 같은 구호를 외쳐 온, 각기 다른 이유로 대형마트 비정규직 노동자가 된 여성들의 꿈은 정규직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언제 일자리를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에서 벗어나 자식들 급식비나 수학여행비 마련할 걱정도, 가스비 전기세 수도세 낼 걱정도 덜 수 있으니 말이다.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몰려 생계를 잇지 못할 처지에 놓인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사람대접 해달라" "함께 살자"고 외치는 길뿐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마트를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간다.

하루면 끝날 것이라고 믿었던 점거농성은 법과 공권력, 그리고 언론매체를 등에 업은 사측의 버티기로 장기화된다. 사측은 "아줌마들이 해 봤자지"라며 그들을 마치 투명인간처럼 취급하고 지쳐서 나가떨어지기를 기다립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그동안 애써 외면해 왔을지도 모를 서로의 살아 온 이야기에 귀기울이면서 농성장을 해방구로 탈바꿈시킨다. 고도로 분업화되고 규격화된 일터에서 앵무새처럼 "사랑합니다, 고객님"을 외치던 때는 볼 수 없던 웃음꽃이 그들의 얼굴에 피어난 것도 그러한 연유에서다.

카메라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고용불안에 내몰리게 된 마트 정규직 노동자들의 합류, 농성장에 발이 묶인 가장의 부재 탓에 막막해진 생계를 잇고자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든 자식들의 처지까지 비추며, 이것이 단순히 비정규직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님을 부각시킨다.

영화 카트는 노동 문제가 특정 계급의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의 지속가능한 삶과 직결된 것임을 전한다. 이 영화의 키워드로 '공감'과 '연대'이 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카트의 개봉 당시 인터뷰에서 부지영 감독은 "카트 속 인물들은 노동운동을 하지만, 시작은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며 "다시 말하면 지금 노동운동을 하시는 분들의 싸움 안에 우리 모두의 모습이 담긴 것"이라며 "전 지구적으로 신자유주의가 득세하면서 우리를 정규직, 비정규직으로 나눠 경쟁시키고 약자인 을과 병이 갈수록 많아지는 사회인데도 노동문제가 마치 시대착오적인 이야기로 소외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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