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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9-07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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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문학상 작가의 일본 극우작가 표절 의혹 자체가 "수치"표절·저작권 침해 판별·징계 제도 정밀해져야

 

"방향성 없이 어지러이 맞부딪히는 욕망의 분출이었을 뿐일까? 아니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변화를 알리는 서곡일까?"

소설가 신경숙의 단편 '전설'이 일본 극우 성향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을 표절했다는 지난 6월의 의혹 제기 이후 일파만파 확산한 논전의 양상은 올여름 문단을 넘어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군 '이슈'였다.

표절 자체는 물론, 의혹 제기 이후에도 책임 있는 주체들이 미온적이고 소극적인 대응의 모습을 보인 데 대한 질타와 비판의 분출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강도로 우리 사회를 휩쓸었다.

'광풍'의 폐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들 또한 적지 않았다. 여론재판과 선정적 언론 보도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반론이 대두했다.

어느 쪽에 무게를 두든 이번 표절 사태 이후 한국문학 판도의 근본적 변화는 피할 수 없으리란 게 중론이다. 상찬만 받아온 한국문학의 대표 작가 신경숙의 위상은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이미 문학동네의 인적 쇄신이 시작됐으며, 창비 또한 대대적 쇄신을 예고했다.

주요 출판사들의 가을 계간지 발표를 통해 1차 논쟁이 일단락된 지금, 신경숙 표절 논쟁 자체에 대한 발전적 매듭짓기와 이른바 '문학권력'에 대한 성찰과 제도적 개선, 표절에 대한 사회적 논의 심화 등의 과제는 여전히 우리 문단과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대중과 유리된 채 질식사의 수순을 밟고 있다는 암울한 진단까지 받아온 한국문학이 바야흐로 회생을 넘어 새로운 도약으로 나아갈지 여부는 앞으로 이뤄질 또 다른 논쟁과 혁신의 실천에 달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표절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풍부하게 하고 제도적 개선에 나섬으로써 창작자의 권리 보호와 창조적 역량 증진의 조화를 이룰 중요한 전기가 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 '만해문학상' 작가가 일 극우작가 표절? "의혹 자체가 참담"

신경숙 씨는 표절 의혹을 받는 문제작 '전설'을 출간한 창작과비평사 측을 통한 입장 표명과 모 일간지 인터뷰를 통해 사실상 표절 의혹 자체에 대해 시인하고 사과했지만, 소극적 태도와 함께 이른바 '유체이탈식' 화법이 또 다른 논란과 비난을 샀다.

창작과비평사가 그 과정에서 취했던 입장 또한 비슷한 맥락에서 비난을 사기는 마찬가지였다.

표절에 대한 여론재판이 적절하느냐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이 같은 신 씨와 창비 측의 소극적 입장 표명은 신 씨 개인에 대한 표절 논란을 키우는 배경이다.

소설가 겸 시인 김재진(60) 씨는 연합뉴스에 "만해문학상 수상자로서 미시마 유키오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나온 것 자체에 대해 수치심을 느껴야 한다"며 "이와 관련해 어떤 책임있는 언급이나 행동이 없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김씨는 KBS PD 재직시 신 씨와 함께 일해본 경험이 있다. 그는 "해외에서도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의 반열에 오른 만큼 그에 합당한 처신을 요구하는 것이 무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표절 논란은 신 씨의 문학적 업적에 대한 재평가 움직임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신 씨는 '외딴 방'(1995)으로 창비가 주관하는 만해문학상을 역대 최연소,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받았다. 당시 백낙청 창비 편집인의 '외딴 방' 비평은 그 주요한 근거가 됐으며, 이후 신 씨에 대한 평단의 상찬을 이끄는 효시가 됐다.
문학사 전공인 천정환 성균관대 교수는 역사비평 가을호에 게재한 1990년대 여성문학 발흥에 대한 비판적 성찰의 글에서 "신경숙 문학과 '외딴 방'은 탈(脫)-1980년대 문학 '탈 민중/민족문학'의 알리바이가 필요했던 남성 주류 비평가들의 구미에 맞는 것이었다"고 평했다.
물론 평단의 신 씨 옹호도 없지 않다. 윤지관 평론가는 한국작가회의 연재 글과 이를 다듬어 창작과비평 가을호에 게재한 '문학의 법정과 비판의 윤리'에서 '전설'의 작품성을 옹호하며 표절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개진했다.
그러나 '문학과사회' 가을호, 부산의 대표 문예지인 '오늘의 문예비평' 가을호에 실린 대담 등에서도 작품성 평가 및 표절이 아니라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반박 주장들이 잇따랐다.

◇ "관심 증대 자체가 선진화 방증…저작권과 구별한 실효적 잣대 필요"

한국 사회에서 표절 공방은 '법'을 통한 해결보다는 공론장 논의에 그치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다보니 억울한 피해자가 양산되기도 하고, 실제 표절 의혹이 짙어 책임을 져야 할 이들이 유야무야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남형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2월 출간한 '표절론'에서 '표절'과 '저작권 침해' 구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학계를 포함해 많은 경우에 이를 혼동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그러다보니 표절 논란은 의미 있는 논의의 진전이나 책임 규명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우선은 남 교수의 지적처럼 표절 논란이 이토록 확산될 수 있는 환경 변화 자체가 긍정적일 수 있다. 그는 표절론에서 "활발한 표절 논의는 선진사회에 진입했다는 증거"라고 밝혔다.

동시에 학계에 존재하는 '침묵의 카르텔'과 사회 저변의 '온정주의', 그리고 앞서 제기한 엄밀한 표절의 잣대 부재 등은 극복하거나 시급히 나아가야 할 지향점이 된다.

신 씨에 대한 앞서의 표절 의혹 제기는 물론, 평론가 이명원 씨가 지난 2000년 한국 문학비평계의 태두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를 향해 제기한 일본 평론가 가라타니 고진의 표절 의혹이나 공지영 소설가의 하종강 성공회대 교수 표절 의혹 등은 여전히 미진함을 많이 남긴 채 유야무야된 공방의 사례들이다.

다만 저작권 침해가 표절을 한 쪽과 표절을 당한 당사자간의 법적 소송을 통한 해결에 무게를 싣고 있는 반면, 표절은 도덕적 윤리 규범 위반에 속하는 문제다.

신 씨를 상대로 한 표절 의혹은 물론, 그간 제기됐던 다양한 표절 의혹들에 대해 다양한 수준의 논의가 이뤄져 이를 기초로 최소한의 사회적 용인의 범위를 마련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우리 시대의 과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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