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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최동훈의 후예들, 아직 충무로 미래는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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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영화부터 판타지 애니메이션까지. 충무로의 미래를 책임질 한국영화아카데미(이하 KAFA)의 감독들과 작품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KAFA 감독들의 영화로 채워진 'KAFA FILMS 2015: 나쁜 영화들'에서는 8일 아직 대중에 공개되지 않은 영화 '선지자의 밤', 애니메이션 영화 '창백한 얼굴들', '화산고래' 등을 선보였다.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이들 영화는 신인 감독들 특유의 독창적인 색채로 가득하다.

김성무 감독의 '선지자의 밤'은 1992년 실제로 발생한 '휴거 사건'을 담아냈다.

'휴거 사건'은 다미 선교회의 이장림 목사가 그 해 10월 28일에 '휴거'(예수가 세상을 심판하기 위해 재림할 때 구원 받는 사람을 공중으로 들어 올리는 것)가 일어날 것이라며 시한부 종말론을 퍼뜨린 사건을 말한다.

고민상담 콜센터의 우수사원 여주는 고객 정보를 심부름 센터에 넘기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여주는 한 남성에게 납치되는데 그 남성은 여주가 어릴 적 어머니와 함께 들어간 기도원에서 만났던 인물이다. 잊고 살았던 과거를 떠올리는 순간, 여주의 무미건조한 삶은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한다. 그와 동시에 여주가 넘긴 정보로 인해 한 가정의 운명이 뒤바뀌는 사건이 일어난다.

여주의 과거와 현재는 절묘하게 교차한다. 어린 신도였던 과거에도, 콜센터 우수사원인 현재에도 여주가 불어 넣은 헛된 희망은 한 인간의 삶을 극한으로 몰아간다. 그래서인지 여주는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이기도 하다. 결국 영화는 삶으로부터 도망치던 여주가 '책임'을 알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휴거 사건' 당시 9세였던 김 감독은 해당 사건을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간직해왔다. 자료 조사는 물론, 실제로 연루됐던 신도들을 취재하고 이야기를 들었다. 실제로 여주처럼 어린 아이가 집단 내에서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는 "20년도 더 지난 일을 꺼낸 이유는 번영의 시대라고 불리는 IMF 이전 90년대에도 종말을 믿었던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저는 지금과 그 때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진정한 희망이 무엇일까, 잘못된 믿음으로 인해 잘못된 희망을 갖고 살아가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창백한 얼굴들'과 '화산고래'는 국산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의 자존심을 살렸다.

두 영화는 모두 상상 속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창백한 얼굴들'의 세계는 온통 무채색이고, '화산고래'의 시점은 인류가 위기를 맞이한 2070년이다.

'창백한 얼굴들'은 우리 사회 속 다름에 대한 '차별'을 똑바로 직시한다.

무채색인 세상에서 유색인으로 태어난 민재는 평생을 숨어 살다 지명수배 대상이 된다. 외톨이인 그에게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이 다가오면서 무채색과도 같았던 유색인 민재의 삶에도 변화가 찾아온다.

할리우드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처럼 화려한 영상미는 없다. 그러나 그 투박함 속에는 이 사회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꿔나가고자 하는 올바른 진심이 녹아 있다.

메가폰을 잡은 허범욱 감독은 "한 개인이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 영화가 다소 불편하게 다가올 수도 있지만 그게 맞다고 본다"고 이야기했다.

'화산고래'는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이 떠오르는 영화다. 박혜미 감독은 이 소설에서 모티브를 따오기도 했다.

대지진과 화산폭발로 유령도시가 된 부산. 고래와 대화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하진은 해적단을 따라 고래를 찾으러 바다로 나간다. 이들은 서로 가족처럼 끈끈한 정을 쌓아가지만 고래를 마주한 순간, 인간 내면의 광기가 드러나게 된다.

박 감독은 포스트 아포칼립스(대재앙 이후의 세계)와 디스토피아(유토피아와 반대되는 부정적 가상사회) 세계관 속에서 인간의 숨겨진 본질을 파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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