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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기소한 검사…다정한 말투로 '잊으라'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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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 출범식…"잘못된 역사 바로잡으려는 시작"

서해성 작가 : 그 당시 선생님을 누가 중정(중앙정보부)으로 끌고 갔죠?

신인령 이화여대 전 총장 : 기억나지 않는다. 김근태 씨처럼 이름을 기억해야 하는데, 암기력이 없어서.(웃음) 나중에 중정이 만든 결과로 나를 기소했던 검사 이름은 기억한다. 박철언이다.

서해성 작가 : 그 후에 (박철언을) 만난 적이 있으세요?

신인령 이화여대 전 총장 : 있다. 어느 헌법학회에서였다. 가족이 헌법학자 회원이었나 보더라. 내 제자들이 ‘선생님, 박철언이 왔어요’ 하더라. 나는 멋쩍어서 쭈뼛거렸는데, 제자들이 박철언에게 가서 ‘당신이 우리 선생님을 (감옥에) 넣었다면서요’라고 농담하듯 얘기했다. 그러자 그분이 나에게 다가와서 다정한 말투로 말했다. '잊어먹으시라'.

12일 저녁 서울시청에서 열린 ‘반(反)헌법행위자 열전’ 편찬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한 신인령 편찬위 공동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소설가 서해성 씨, 신인령 편찬위 공동대표,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사진=황진환 기자/노컷뉴스)

 

‘반(反)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원회’ 출범식에서 신인령 전 총장이 서해성 작가와의 토크쇼 중 나눈 대화 일부이다.

신 전 총장은 1979년 소위 ‘크리스찬 아카데미 사건’으로 불리는 조작사건으로 인해 고문을 당하고 수감됐다.

신 전 총장만의 일일까. 아니다. 한국 근현대사에서 이같은 조작·고문 사건은 부지기수다. 더 심각한 문제는 피해자보다 가해자가 더 당당하고 떳떳한 세상이라는 점이다.

잘못을 잘못이라고 말하기 위해, 가해자를 가해자라고 부르기 위해, ‘반(反)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원회’(편찬위)가 12일 저녁 출범식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의 시작을 알렸다.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 ‘늦게 쓰는 시민공소장’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이날 출범식에는 편찬위 공동대표와 고문, 필진, 시민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반헌법행위자열전>은 내란, 학살, 고문, 간첩조작, 선거부정, 각종 인권유린 등 국가권력을 활용해 대한민국 헌법의 가치를 파괴한 대표적 인물들을 기록하는 작업이다.

공동대표를 맡은 이해동 평화박물관 대표는 “우리는 과거 역사의 잘잘못을 제대로 가려보지도 못했고 가해자를 가해자로 제대로 명명하지도 못했다”며 “그 결과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불러왔다”고 평가했다.

이어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원회 출범식은 그런 잘못된 역사를 시민들의 힘으로 바로 잡으려는 노력의 시작점이다”며 "매우 험한 길이 되겠지만, 정의가 승리하는 역사를 믿는 시민들과 함께 이겨나갔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이날 출범식에서 편찬위는 공동대표 7명, 고문단 64명, 1차 필진 100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이해동 대표, 신인령 전 총장을 비롯해 강우일 주교, 김정헌 공주대 명예교수, 김중배 언론광장 대표,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 홍세화 가장자리 대표가 공동대표를 맡았다.

이밖에 필진으로는 한홍구 교수, 김상봉 전남대 교수, 서중석 성균관대 명예교수, 조국 서울대 교수, 여성학자 정희진 등이 포함됐다.

편찬위는 자료 수집과 법률 검토 등을 거쳐 내년부터 수록대상자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또 편찬위는 <반헌법행위자열전>은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지지가 절실하다며, 시민편찬위원이 되어 함께해 달라고 당부했다.

다음은 공동대표와 고문, 1차 공개된 필진 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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