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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전사'로 변신하는 유럽 무슬림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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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연쇄 테러를 계기로, 유럽 출신이면서도 시리아로 넘어가 IS에 투신하는 젊은이들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번 파리 연쇄 테러를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진 압델하미드 아바우드(27)도 전형적인 유럽 출신 지하디스트다. 모로코계지만 벨기에에서 나고 자란 유럽인이며, 어린 시절에는 학업 성적이 우수해 브뤼셀 명문 고등학교에 다닐 정도로 명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 때는 종교에 심취한 모습도 전혀 없었다는 것이 가족들의 전언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인물이 불과 몇년 새에 IS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와 밀접하게 연락을 주고받는 관계가 된 것일까?

◇ 평범한 학생에서 IS 중책이 되기까지

촉망 받는 학생이었던 아바우드는 고교 이후 지역 갱단과 어울리며 절도·강도 등 사소한 범죄에 휘말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다가 지난 2014년 1월 처음 시리아로 건너갔고 IS에 가담한 것으로 파악된다. IS 전사용 예명을 얻었으며, 리비아와 시리아의 연락책도 맡았다.

시리아행을 기점으로 가족들과는 연락을 끊었다. 벨기에에 남겨진 가족들은 몇달 뒤 아바우드가 사망했다는 소식만 전해 들었다. 벨기에 정보당국은 이때부터 아바우드가 유럽 내 테러를 조직하기 위해 자신의 사망설을 일부러 꾸며낸 것으로 보고 있다.

아바우드가 당국의 레이더망에 본격 등장한 것은 지난 1월 벨기에 베르비에 검거 작전 때다. 당시 IS 조직원들이 경찰 테러를 준비하고 있다는 첩보를 확보한 경찰은 대대적인 검거 작전을 벌였지만, 아바우드는 포위망을 빠져 나갔다.

이후 벨기에 당국이 통화 내역을 추적한 결과 아바우드가 그리스에서 통화한 정황이 포착됐다. 그가 단지 종교에 빠져 홀로 활동하는 '자생적 테러리스트'가 아니라 국외 IS 총책과도 연락하는 핵심 인물일 수 있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실제로 현재 아바우드는 유럽 내 IS 조직원들의 활동을 관리하면서 시리아 본부와 접촉하는 중간급 인물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번 연쇄 테러도 알바그다디로부터 직접 지령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 아바우드, 지하디 존, 파리 테러범들의 공통점

아바우드 뿐 아니라 이번 테러를 저지른 용의자들도 대부분 젊은 나이의 유럽 출신이면서 시리아에 다녀온 이력을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테러범 가운데 가장 먼저 신원이 밝혀졌던 프랑스인 오마르 이스마일 모스테파이는 2013년 시리아에 갔다가 이듬해 봄에 프랑스로 귀국했다.

바타클랑 극장 총격전 용의자인 사미 아미무르는 2012년부터 테러 분자와 연루됐다는 혐의를 받고 있었다. 그러나 아미무르는 가석방 상태에서 몰래 시리아로 넘어갔고, 1년 뒤쯤 프랑스로 돌아왔다.

이렇게 테러범 중 최소 5명이 시리아로 가 IS 근거지에서 활동한 뒤 프랑스나 벨기에 등 유럽으로 돌아온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최근 몇년 간 IS 세력에 가담하는 젊은층이 급격히 늘어났는데, 이제 이들이 어느 정도 훈련된 상태로 고국에 재투입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IS 지도자 알바그다디가 내세우는 주요 목표 중 하나가 서방에 '칼리파 제국'을 건설하는 것임을 주목한다.

서방을 겨냥하다 보니 비교적 자유롭게 유럽 등을 드나들 수 있고 현지에서 동맹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지하디스트 양성 필요성도 생겨났다는 것이다.

최근 공습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영국인 IS 조직원 '지하디 존'도 비슷한 예다. 지하디 존으로 알려진 무함마드 엠와지도 6살 때 쿠웨이트에서 영국으로 이주한 평범한 컴퓨터 전공 학생이었으나, 2012년 시리아로 떠난 뒤 IS 전사로 급변했다. 엠와지는 이후 IS의 인질 참수 동영상에서 수차례 모습을 드러내는 등 현지 무슬림을 상대로 한 선전에 나섰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1월 18살 김모군이 시리아로 밀입국해 IS에 가담한 뒤 군사훈련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김 군은 현재 행적 및 생존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난 여름에도 미국·캐나다 출신 등의 젊은 의대생들이 시리아로 넘어간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일었다. 영국은 지금까지 자국인 600여 명이 시리아로 가 IS에 합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유럽 출신 지하디스트들의 귀국을 정보당국이 전혀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전직 영국 정보국 MI6 고위 관계자는 파리 테러와 관련해 "이렇게까지 대규모 테러가 가능했다는 것은 관련 국가 정보 활동이 임무를 방기했다는 뜻밖에 안된다"라고 지적했다.

또 테러 조직의 네트워크는 점점 더 은밀하고 철저해지는 반면에 정보당국의 추적 능력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벨기에 내에서는 도청과 감시를 피하기 위해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4 게임기를 사용해 연락을 주고받은 테러조직 사례도 조사된 바 있다.

젊은 나이에 사회에 대한 희망을 저버리고 IS에 투신하는 이들이 늘어난다는 점도 이전부터 주목돼온 부분이다.

IS는 젊은 조직원을 모집하기 위해 진작부터 소셜미디어를 통한 선전 방식을 사용해왔다. 사회적·종교적으로 소외되고 차별 받는다고 느끼는 아랍계 유럽인들을 대상으로 일대일 메신저를 이용한 정교한 포섭 작전도 벌이고 있다. 유럽에서도 특히 프랑스나 영국 등 청년 실업율이 높아지는 곳이 타깃이다.

벨기에 검거 작전 이후 한 달 뒤인 지난 2월, IS 선전잡지인 다비크에 아바우드의 인터뷰가 실렸다. 아바우드는 인터뷰에서 "피가 흐르는 걸 보는 것이 즐거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불신자들의 피가 넘쳐 흐르는 것을 볼 때면 이따금 기쁨을 느낀다. 왜냐하면 우리는 TV를 통해 전세계의 무슬림들이 피 흘리는 장면을 지켜보면서 자라왔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무슬림계 유럽인들의 내면에서 자라난 박탈감과 불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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