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사자가 아닌 공룡입니다." 박석민이 정든 삼성을 떠나 NC 유니폼을 입는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NC가 승부수를 던졌다. 4년 96억원(계약금 56억원+4년 연봉 30억원+옵션 10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해 3루수 박석민을 영입했다.
2013년 처음 1군 무대로 뛰어든 NC는 FA로 재미를 봤다. 1군 합류 전 이호준을 FA로 영입해 팀의 중심을 잡았고, 이종욱과 손시헌도 데려왔다. 덕분에 팀은 더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창단 2년 차인 2014년 포스트시즌에 나갔고, 올해는 페넌트레이스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특히 NC는 올해가 아쉽기만 하다.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했지만, 두산에 덜미를 잡혔다. 막판 페넌트레이스 1위 경쟁에서 밀린 것도 아쉽다.
NC는 올해 9명의 타자가 규정 타석을 달성했다. 9개 포지션 모두 확고한 주전이 있었다. KBO 리그 역대 최초 기록. 그런데 그 중 3루가 가장 약했다. 지석훈이 2할6푼7리 홈런 11개로 커리어 하이를 찍었지만,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는 1.05였다. 9개 포지션 중 꼴찌다. 백업 3루수 모창민의 WAR도 1.05. 물론 기록에 불과하지만, 누가 뛰었어도 승패에는 변함이 없다는 의미다.
그래서 영입한 것이 바로 박석민이다.
NC는 "박석민이 원 소속팀과 협상이 결렬돼 새로운 팀을 찾는다는 소식을 확인한 뒤 본격적인 협상에 착수했다"면서 "이에 앞서 시즌 후 구단의 전력강화 회의 결과 우리 팀을 강하게 키우기 위해 필요한 포지션이 어디인지 검토하고 FA 영입 대상에 대한 검토를 해왔다. 다각적인 데이터 분석의 결과 등을 바탕으로 박석민의 영입이 필요하다는 결정을 내렸고 협상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박석민은 KBO 리그 최고 3루수다. 지난해 골든글러브 수상자로 올해도 3할2푼1리 홈런 26개를 기록했다. 타점도 117타점을 올렸다. 10개 구단 3루수 가운데 타율 2위, 홈런 2위, 타점 1위다. WAR는 6.72로 단연 1위다. 올해도 골든글러브 1순위다.
2위 앤디 마르테(케이티)만 5.35로 그나마 경쟁이 됐을 뿐 황재균(롯데, 3.95), 이범호(KIA, 3.85), 김민성(넥센, 3.08)은 꽤 격차가 컸다.
단순히 WAR로만 계산한다면 NC 3루수로 박석민이 서면 5승 이상은 더 거둘 수 있다. 만약 올해 5승을 더 거뒀다면 삼성을 밀어내고 페넌트레이서 정상에 설 수 있었다.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면 또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96억원이라는 거액은 우승을 위한 투자다.
NC는 "국내 최고 3루수에 맞춰 대우했다. 영입 경쟁이 붙으면서 금액 오른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지난 2년간 마지막 순간 팬들께 아쉬움을 드린 결과가 나왔고 우리팀에 꼭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했다. 구단의 전력분석 회의 등을 거쳐 데이터 분석까지 면밀히 진행했을 때 박석민의 가치가 크다고 판단했다. WAR 등 분석결과 박석민은 국내 야수 중 최정상급 성적을 최근 수년간 꾸준히 내고 있다. 4~5승을 더 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박석민의 가세로 기존 나성범, 에릭 테임즈, 이호준과 함께 강력한 중심 타선을 꾸릴 수 있게 됐다. 네 타자 모두 100타점 이상을 올린 해결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