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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문재인의 백의종군 이끈 힘…호남·안철수·박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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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1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문재인 대표의 백의종군 선언으로 더불어민주당이 빠르게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40여일간 장기결석했던 당내 권력서열 2위 이종걸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최고위에 참석하는가 하면 새누리당行이 예상되는 조경태 의원의 전날 탈당을 제외하면 당내 추가탈당 분위기는 사실상 멈췄다.

문 대표는 19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선거대책위원회가 안정되는 대로 빠른 시간 안에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백의종군의 명분으로는 '야권통합'을 내세웠고, "총선에서 정권교체의 희망을 주지 못하면 내 역할은 여기까지"라며 정치생명도 걸었다. 대표직을 던짐으로써 흩어진 야권을 재편하고 여당의 총선 과반의석을 저지해 2017년 희망의 불씨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표의 결단은 엿새전인 지난 14일 김종인 선대위원장을 전격 영입하면서 이미 예견됐던 일이었다. 더민주는 오는 22일 김종인 선대위를 출범시키기로 하는 등 지도부 전권이양을 위한 후속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불과 1달 반전까지만 해도 문재인 대표는 정면돌파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보였다. 당내 비주류 진영이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문재인 대표 체제로 20대 총선에서 승리가 불가능하다'며 집단행동에 들어가자, 문 대표는 12월 초 "더이상 좌고우면하지 않고 총선을 준비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연대' 추진이 실패한 직후다.

그렇다면 문 대표의 백의종군을 이끈 힘은 어디서 왔을까?

첫째는 호남민심의 이반이다. 야당의 뿌리인 호남은 항시 든든한 버팀목이었는데 텃밭민심이 흔들리면 제아무리 제1야당이라도 기댈 언덕이 없어지는 셈이다. 호남출신 한 중진의원은 "호남민심 이반이 수도권까지 확산돼 당과 대표의 신뢰기반이 급속히 흔들리자 문 대표 본인이 사퇴요구를 뿌리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의 탈당과 야권분열의 현실화도 결심을 이끈 외적요인이었을 것이다. 한 수도권 중진의원은 "안철수 의원의 탈당과 추가 탈당행렬이 이어지고, 여론조사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의 지지도가 안철수 신당과 비슷하게 나오자 이러다간 공멸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야권분열이 총선참패를 낳는다면 문 대표는 분열의 책임을 크게 나누어 질 수밖에 없고 대권의 꿈도 접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박영선 전 원내대표의 침묵의 힘도 주목할 대목이다. 안철수 의원이 지난달 13일 탈당하고, 현역의원들의 추가탈당이 하루가 멀다하고 이어질 무렵, 박 의원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알에서 깨어나오기 위한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다"면서 문재인 대표에게는 "모든 것을 내려놓는 자세의 결단"을 촉구했다.

다만 결단의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대표의 결단이 되기 위해서는 대표의 입에서 먼저 나와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알에서 깨어나온다는 것은 민주화 시절의 과거의 야당 습성, 혹은 특정계파가 주도하는 이른바 '문재인당'이 아니라 대중정당으로 태어나는 걸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박 의원은 또다시 깊은 침묵에 들어갔다. 언론은 그의 탈당 여부에 스포트라이트를 맞췄다. 수도권 중진으로서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 '분당의 키 맨'이라 불릴 정도로 그의 거취는 수도권 민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사안이었던 만큼 문 대표에겐 압박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여러 가지 요인이 겹치자 문재인 대표는 책임있는 권한이양을 이루기 위해 선대위원장 영입에 공을 들였다. 우윤근 의원도 천거했고 박영선 의원은 김 위원장에게 선대위원장 수락을 강력히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문 대표가 '권한을 다 드리겠다'고 약속하자 일이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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