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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외전' 자리에 '데드풀'…수저론으로 들끓는 극장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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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외전'이 가고 나니 '데드풀'이 왔다. 지난 17일 개봉한 '데드풀'은 하루 동안 25만825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검사외전'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그러나 두 영화가 벌이는 1위 경쟁을 마냥 순수하게 바라볼 수만은 없다. 이들 모두 대형 상업영화들의 고질적인 문제로 얼룩졌기 때문이다.

'데드풀'은 정식 개봉을 하기도 전에 '변칙개봉' 논란에 휩싸였다. 원래대로라면 17일 개봉이었지만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이 뜨겁다'는 이유로 13일과 14일에 유료 시사회를 열었다.

해당 시사회에서 유입된 관객은 8만8천585명. 이후 비난이 쏟아졌지만 '데드풀'은 17일이 아닌 16일 '전야개봉'까지 감행해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데드풀'은 개봉 전부터 '마블 코믹스 원작'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라는 점에서 경쟁작들보다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도 각종 '변칙'을 통해 동시기 경쟁작들을 제치고 우위를 선점한 셈이다.

이 같은 '변칙개봉'은 영화 산업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중대한 문제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18일 CBS노컷뉴스에 "'데드풀' 유료시사가 배급 성공 사례로 나오면 들불처럼 번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주말 유료시사는 달콤한 카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는 것은 다른 영화에 피해가 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개봉 전주 유료시사 반응이 좋을 경우, 스크린 배정에서도 혜택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작은 영화들은 상영관과 좋은 회차를 확보하기 더욱 어려워진다.

이 관계자는 "'데드풀'은 반응이 좋았기 때문에 극장이 흥행을 확신하게 된다. 그러면 스크린 배정이 훨씬 유리하고, 피해를 보는 작은 영화가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아마 입소문이 나서 예매율도 올라갔으리라고 본다. 한 마디로 출발선상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시장 질서 유지를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국내 대형 배급사들은 앞서 동반성장협의회에서 이 같은 변칙개봉을 자제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여기에 '데드풀'의 배급사인 이십세기폭스 등의 직배사들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관계자는 "직배사들을 강제할 수는 없는 상황인데 만약에 이런 식으로 전략을 갖고 나오면 시장이 교란된다.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데드풀' 이전에 왕좌를 차지했던 '검사외전'도 예외는 아니다. 괴물같은 흥행력의 이 영화는 스크린 독점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설 연휴 동안 무려 1천800여 개의 상영관을 점령한 것이 문제였다. 상영횟수 역시 기존 설 연휴 흥행 영화들에 비해 2.2배나 많았다. 관객들뿐 아니라 스크린 점유율, 스크린수, 상영횟수까지 역대 최다를 기록한 것이다.

다른 영화들을 관람하길 원했던 관객들은 불만을 쏟아냈다. 다른 영화를 보고 싶어도 상영 시간대가 없고, '검사외전'이 좋은 시간대를 모두 차지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10~20분 간격으로 상영되는 '검사외전' 상영시간표를 두고, '지하철 시간표'라는 불명예스러운 별칭까지 생겼다.

 

대형 상업영화들이 벌이는 공격적인 흥행 마케팅은 도리어 관객들의 반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최근 들어 스크린 독점 형태가 더욱 심화됐을 뿐만 아니라, '변칙개봉'이라는 새로운 모델까지 등장한 탓이다. 무엇보다 '캐롤', '동주', '귀향' 등 이들 영화보다 규모는 작지만 가치있는 영화들에 대한 수요가 존재하고 있어 더욱 문제가 부각되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실화를 담은 영화 '귀향'이 한자릿수 상영관을 배정받아 아쉬움을 사기도 했다. 현재 귀향 상영관은 지속적으로 확대돼 51개관으로 늘었다. 24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시나리오가 탄생한지 14년 만에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제작비를 모아 만들어졌다.

'귀향'의 배급 담당자는 같은 날 CBS노컷뉴스에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상영관을 많이 배정받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 시기처럼 개봉작이 많고 경쟁이 심한 상황에서는 회차를 어떻게 배정할지도 미리 판단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메가박스뿐만 아니라 롯데시네마와 CGV 역시 '귀향' 상영에 동참할 예정이다.

이 담당자는 "'귀향'처럼 수많은 국민들이 상영을 요청한 영화를 본 적이 없다. 실제로도 국민들이 만든 영화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 (상영관 배정에 있어서) 상식 밖의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분명 늘어날 것으로 믿고 있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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