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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의 혼' 김주성 "이제 내 꿈은 우승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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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번을 찍은 손' 동부 김주성이 지난 1월 5일 역대 최초 통산 1000블록 대기록 달성을 기념하는 핸드 프린팅 행사에서 손을 찍는 모습.(자료사진=KBL)

 

프로농구(KBL) 전통의 강호 동부의 올 시즌이 막을 내렸다. 온갖 악재, 특히 부상 악령 속에서도 플레이오프(PO)에 진출하는 저력을 보였지만 그들의 봄 농구는 가장 먼저 끝났다.

동부는 1일 강원도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오리온과 6강 PO 3차전에서 67-79로 졌다. 내리 3연패를 당하며 5전3승제 시리즈를 마감했고, 그러면서 동부의 올 시즌도 마무리됐다.

당초 동부는 올 시즌 재간둥이 가드 안재욱이 불법 스포츠 도박에 연루돼 제명 당하는 악재를 맞았다. 여기에 단신 외국인 선수가 시즌 중 두 차례나 교체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무엇보다 팀 기둥들의 부상이 컸다. 김주성(37 · 205cm)과 윤호영(32 · 197cm)이 부상을 당해 정규리그의 절반도 소화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동부는 6강 PO에 오르며 명문의 자존심을 세웠다. 다만 3전패로 마감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팀 간판 김주성도 누구보다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날 김주성은 15점을 올리며 역대 PO 통산 최다 득점 신기록(1449점)을 세웠다. 추승균 KCC 감독이 109경기 만에 세운 1435점을 91경기 만에 경신했다.

그러나 김주성은 기록의 기쁨보다 아쉬움이 더 컸다. 경기 뒤 김주성은 "올 시즌은 내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고 입맛을 다셨다. 김주성은 올 시즌 초반 발가락 골절상과 올해 첫날 무릎 부상을 당해 26경기만 뛰었다. 성실함의 대명사인 김주성이 시즌의 절반을 채우지 못한 것은 2002-03시즌 데뷔 후 처음이다.

첫 부상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두 번째 부상은 팀 동료 두경민이 김주성을 제대로 보지 못해 움직이다 부딪힌 불가항력적인 것이었다. 그럼에도 김주성은 "경민이가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이라고 후배를 감싸안았다. 이어 "부상을 당했지만 쉬는 동안 3점슛을 훈련해서 새 무기로 장착했다"면서 "아예 수확이 없지는 않았다"고 웃었다.

한국 농구 선수 중 유일하게 아시안게임 금메달 2개를 보유한 김주성은 올 시즌 연금을 장애우들에게 기부하기로 결정했다.(자료사진=KBL)

 

어느덧 김주성은 KBL 14년차 최고참급에 속한다. 팀 동료이자 대학 동기 박지현과 함께 팀의 맏형이다. FA(자유계약선수) 기간도 1년을 남겼다. 이제 화려했던 선수 생활의 멋진 마무리를 계획해야 할 때. 김영만 동부 감독도 "이제 팀의 중심축을 김주성에서 다른 선수로 이동해야 할 것"이라고 개편에 대한 계획을 귀띔했다.

하지만 김주성이 해야 할 일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김주성은 챔피언결정전 우승 3회, 정규리그 우승 4회를 이끄는 등 동부를 명문 구단으로 만든 산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려한 영광의 순간을 누렸던 만큼 동부가 제 2의 전성기를 누리도록 다시금 토대를 쌓아야 할 책임이 있다.

김주성은 "앞으로 2~3년 더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면서 "남은 기간의 꿈은 우승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우승 뒤 은퇴는 모든 선수들이 꿈꾸는 화려한 결말이다. 허재 전 KCC 감독이 동부의 전신 TG삼보에서 신인 김주성을 받아 두 차례 우승을 이룬 뒤 2005년 은퇴한 바 있다.

김주성의 은퇴 전 꿈은 따로 있다. 바로 후배들이 명문 구단의 명성을 이어갈 기틀을 쌓도록 경험을 전해주는 것. 김주성은 "KBL 경력을 온전히 보낸 만큼 구단에 대한 애정이 깊다"면서 "어린 후배들이 동부라는 구단에서 오랫동안 좋은 성적을 거두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농구를 더 잘할 수 있도록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전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사실 대선배인 김주성과 2년차 허웅의 나이 차는 무려 14년이나 난다. 김주성이 신인 시절 허 감독(51)과 꼭 같은 차이다. 사실 가까이 하기 어려운 터울이지만 김주성은 먼저 다가갔다. 김주성은 "예전 숙소는 아파트여서 선수들을 불러모아 여러 얘기를 해줄 수 있었다"면서 "그러나 개인 방으로 숙소가 바뀌면서 올 시즌은 그러기 어려웠지만 그래도 해줄 얘기는 해줬다"고 돌아봤다.

아쉬움 속에 희망도 발견했다. 김주성은 "두경민과 허웅이 많이 성장했다"면서 "올 시즌은 둘이 이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비시즌 동안 더 배우고 호흡을 맞춘다면 다음 시즌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면서 "이제는 내가 아닌 젊은 선수들이 해줘서 주목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0년대 이후 한국 농구와 KBL을 이끌어왔던 거목 김주성. 그의 14번째 시즌은 아쉽게 마무리됐지만 그의 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선수 생활의 멋진 마지막을 그리는 김주성의 진심이 아름다운 결실로 맺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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