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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바둑의 전설'은 이세돌의 압승을 점쳤다…"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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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봉수 9단이 본 이세돌-알파고 맞대결 전망

지난달 22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열린 이세돌 9단 VS 알파고 5번기 사전 기자회견에서 이세돌 프로바둑기사가 소감을 말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노컷뉴스)

 

한국 바둑사상 프로 통산 첫 1000승이라는 대기록에 빛나는 서봉수(64) 9단. '한국 바둑의 전설'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그는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대국 결과를 어떻게 점치고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서 9단은 이세돌 9단의 압승을 예상했다. "알파고가 얼마나 버티느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알파고를 '대(大)천재'에 비유하며 "컴퓨터가 이 정도로 바둑을 둘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는 100만 달러(약 12억 원)의 상금을 두고 9일부터 15일까지 모두 다섯 차례의 대결을 벌인다. 매 대국은 접바둑이 아닌 호선으로 진행되며, 백돌을 잡은 기사에게 덤 7.5집을 주는 중국 바둑 규칙에 따른다.

서 9단은 7일 "알파고의 기보(바둑을 두어 나간 내용을 기록한 것)를 통해 고수들이 두는 묘수풀이(궁지에 몰렸을 때 재치 있는 수로 이를 헤쳐 나가는 일)를 부분적으로 접했는데, 그것을 알파고가 풀어내 유럽의 1인자라는 중국 출신 판후이 2단을 이기는 걸 봤다"며 "중급자 정도 되겠지라며 알파고를 우습게 생각했는데, 이 정도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데 솔직히 놀랐다"고 전했다.

서봉수 9단(사진=한국기원 제공)

 

그는 이세돌 9단과 비교했을 때 알파고의 기력을 두점 접바둑 수준의 세미프로로 봤다.

"오래전 컴퓨터가 두던 바둑을 본 적이 있는데, 중저급자 수준이었다. 누군가 바둑을 두는 컴퓨터를 개발하고 있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바둑에서 컴퓨터가 인간을 이긴다는 게 아득히 먼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는데, 앞으로는 인간이 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서 9단은 "잘 알려진 대로 이세돌은 변화무쌍하고 전투에 강하며 반전을 즐긴다"며 "알파고는 이세돌에게 한 판도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봤다. "두 점 하수 정도 된다고 보면 알파고가 이세돌을 (호선으로) 이기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이어 "결국 알파고가 얼마나 버티느냐의 문제다. 이는 알파고에게 기본기, 그러니까 사람이 기본적으로 '물 속에 들어가면 죽는다'는 걸 아는 것처럼 대국시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을 일일이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얼마나 잘 갖춰져 있느냐에 달렸다"며 "이 점에서, 스스로 학습하며 산에서 야생으로 키워진 격인 알파고에 의심이 가는데, 기본기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으면 이세돌 9단이 어렵지 않게 이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 9단은 "이세돌이 한 판을 지냐 마냐의 수준까지 알파고가 올라왔다는 건 대단하다"며 "소위 제대로 된 교육도 안 받고 스스로 발전해서 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은 셈인데, 프로 수준까지 올라와 앞서 판후이 2단을 이겼다는 건 이미 대단한 일을 성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알파고를 보면서 기계가 인간을 정복한다는 영화 속 한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체스는 이미 컴퓨터가 인간을 이겼고 이제 바둑에 도전장을 내민 건데, 이 자체로 대단하게 다가온다"며 "인간으로 비유하자면 대천재가 태어난 것이다. 알파고에게 굉장히 큰 관심이 가는데, 구글에서 바둑 전문가를 연구자로 써 준다면 들어가서 인공지능 개발에 일조하고 싶은 생각도 든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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