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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홈에 깃발을 꽂아라' 성남-수원 '깃발 더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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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를 통해 '깃발 더비'를 완성시킨 성남FC 구단주 이재명 성남 시장과 수원FC 구단주 염태영 수원 시장. (사진=트위터 캡처)

 

깃발의 의미 중 하나는 '정복'이다. 전쟁에서 승리하면 적진 한 가운데서 깃발을 흔들었고, 미지의 세계를 정복할 때도 가장 먼저 깃발을 꽂았다.

그런데 잘못하다간 상대 깃발이 자신의 홈 구장에서 휘날리는 상식밖의 일이 벌어지는 상황이 연출될 수 도 있다.

K리그 클래식의 시민구단인 성남FC와 수원FC. 구단주인 성남 이재명 시장과 수원 염태영 시장이 구단 깃발을 걸고 내기를 했다. 내기 조건은 간단하다. 19일 첫 맞대결에서 지는 팀이 홈 구장에 이기는 팀의 깃발을 사흘간 걸어놓는 조건이다. K리그 클래식 최초의 '깃발 전쟁'이다.

성남의 핵심 미드필더 김두현.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SNS로 시작된 깃발 전쟁

전쟁의 포문은 이재명 시장이 열었다. 지난 2일 SNS를 통해 외국인 선수 피투 영입 기사를 링크하면서 "피투가 피 튀길지도…. 염태영 수원FC 구단주님 혹 쫄리시나요? 성남 첫 원정 경기 상대가 수원FC인데 수원에서 만납시다"라고 도발했다.

이에 염태영 시장도 "예 고대하고 있슴다. 우리는 막내로서 별 부담없는데, 시즌 시작 직전까지 외국선수 영입해야 할 정도로 걱정되시나요? 축구명가 수원에서 멍석깔고 기다리겠슴다"라고 맞받아쳤다.

결국 내기로 이어졌다.

이재명 시장이 5일 SNS를 통해 "성남 수원 시민 여러분과 염태영 시장님. 축구팬들이 수원FC:성남FC 개막전 내기로 '이긴 시청기를 진 시청에 걸기'하라는데 어떨까요?"라고 제안했고, 염태영 시장은 "이재명 시장님 세게 나오시네요^^ 축구팬들이 원하시고 즐거워하신다면 좋습니다. 단 처음인데 시청기보다는 구단기로 시작하시죠?"라고 답하며 내기가 성사됐다.

이후에도 설전은 계속됐다.

내기가 성사된 뒤 이재명 시장이 "새내기엔 잔인한 일이지만 선배로서 한마디 한다면 프로세계의 쓴맛을 일찍 보는 게 팀 성장엔 도움될겁니다"라고 하자, 염태영 시장도 "이재명 성남시장님, 작년 우리 수원의 큰형(수원 삼성)에게 당한 설움, 올해 막내에게 풀려는 건 아니죠? 설마 이게 프로의 쓴 맛인가요? ㅎㅎ 12일 성남에서 수원의 큰형에게 너무 힘 빼지 마시고요"라고 응수했다.

설전이 오가면서 내기의 최종 조건이 만들어졌다. 바로 이기는 팀 구단 깃발을 상대 홈 구장에 사흘간 거는 것. 당초 시청에서 구장으로 한 발씩 물러났다. 하지만 지는 팀 입장에서는 경기에서도 지고, 사흘 동안 홈 구장에 걸린 상대 깃발을 봐야 하니 자존심마저 구겨지는 건 마찬가지다.

두 시장도 '깃발 더비'를 대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성남 이재명 시장은 지난 16일 성남 선수단을 불러 회식을 했다. 수원 염태영 시장 역시 계속해서 성남전 준비 상황에 관심을 쏟고 있다.

전남과 개막전에서 무승부를 이끌어낸 수원FC 외국인 선수 레이어와 블라단.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전력은 성남이 앞서지만

성남은 K리그 클래식 전통의 강호다. 시민구단으로 전환하면서 다소 주춤했지만, 김학범 감독과 함께 지옥훈련을 이겨냈다. 황진성을 영입했고, 유창현, 조재철 등 알짜배기 선수들을 합류시켰다.

특히 K리그 개막전에서 수원 삼성을 2-0으로 잡고 상승세를 탔다.

개막전부터 골맛을 본 미드필더 김두현과 지난해 15골을 뽑은 공격수 황의조의 존재는 성남을 강팀으로 꼽기에 충분하다.

수원은 지난해 K리그 챌린지(2부) 3위에 오른 뒤 플레이오프를 거쳐 꿈에 그리던 클래식 무대를 밟았다. 승격 후 이승현을 비롯해 클래식에서 뛰던 선수들을 영입해 전력을 강화했지만, 나머지 구단에 비하면 전력이 약해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만만한 팀은 아니었다. 조덕제 감독 특유의 '막공'으로 전남과 개막전을 0-0으로 마쳤다. 벨기에 대표 출신 오군지미와 스페인 출신 가빌란 없이도 쉴 새 없이 전남을 몰아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여기에 개막전에 나서지 못한 오군지미와 가빌란의 출격 가능성도 점쳐진다. 성남에게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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