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은 버려라."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 (사진=현대캐피탈 제공)
후반기 현대캐피탈의 기세는 무서웠다. 4~6라운드 18경기를 모두 이겼다. V-리그 최다 연승 기록과 함께 정규리그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정규리그 우승팀 자격으로 직행한 챔피언결정전 역시 쉽게 끝낼 기세였다.
하지만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1차전을 앞두고 '장기전'이라는 말을 꺼냈다.
최태웅 감독은 "챔피언결정전을 장기전으로 보고 있다. 후반으로 갈 수록 우리가 더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휴식기가 다소 길긴 했지만, 18연승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팀에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단어였다.
최태웅 감독이 '장기전'이라는 말을 꺼낸 이유는 3차전에서 밝혀졌다. 바로 OK저축은행의 외국인 선수 시몬 때문이었다.
시몬은 V-리그 최고의 외국인 공격수다. 원래 포지션이 센터인 덕분에 속공까지 가능하다. 백어택 역시 일품이다.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는 현대캐피탈은 물론 V-리그에서는 막기 어려운 세계적인 선수다.
결국 최태웅 감독은 시몬에 대한 해법을 체력에서 찾았다. '시몬에게 득점을 주라'고 선수들에게 지시했다. 대신 다른 공격루트는 확실히 차단해 시몬의 공격 비중을 올린다는 해법이었다.
1~2차전은 작전 실패였다.
시몬은 1차전 28점, 2차전 23점을 올렸다. 내줄 만큼 내줬다. 다만 문제는 송명근이었다. 송명근은 1차전 22점, 2차전 13점을 기록하며 시몬의 뒤를 받쳤다. 송명근마저 막지 못하니 이길 방도가 없었다.
최태웅 감독도 "1~2차전에서 송명근이 그렇게 잘 할 줄은 몰랐다"고 털어놨다.
3차전에서는 작전이 통했다. 송명근을 틀어막았다. 송명근은 12점을 올렸지만, 공격성공률은 35.71%에 그쳤다.
반면 시몬에게는 1세트 17점을 포함해 무려 37점을 내줬지만, 경기는 의도한대로 흘러갔다. 송명근을 막으면 당연히 시몬의 공격 비중이 늘어난다. 제 아무리 시몬이라도 공격점유율이 올라가면 지치기 마련. 시몬은 4세트에서 단 1점에 그쳤다. '장기전'이라는 발언의 진짜 의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