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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마!" 팬들 연호에 울컥한 '눈물 왕자' 이형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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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웃고 싶어요' LG 이형종이 12일 롯데와 홈 경기에서 7회 역전 적시타를 날린 뒤 박용택의 2루타 때 쐐기 득점하는 모습.(잠실=LG)

 

나오려던 눈물을 애써 참았다. 굴곡졌던 지난날에 북받쳐 올랐지만 훗날 더 큰 감격이 밀려올 그날을 위해 아끼고 삼켰다.

LG 외야수 이형종(27)이 새로운 야구 인생을 힘차게 출발했다. 대형 투수로 주목을 받다 좌절하고 외도했던 지난 세월을 뒤로 하고 타자로의 변신과 성공의 첫 걸음을 내디뎠다.

이형종은 12일 잠실에서 열린 롯데와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홈 경기에서 2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의 맹활약으로 12-11 연장 10회 끝내기 승리에 힘을 보탰다. 지난 10일 SK 원정에서 데뷔 첫 안타를 신고한 이후 첫 타점까지 기록했다.

이날 이형종은 영웅이 될 만한 값진 활약을 펼쳤다. 8-8로 맞선 7회 1사 2, 3루에서 이형종은 상대 필승조 윤길현으로부터 2타점 중전 안타를 뽑아냈다. 이후 박용택의 2루타 때 홈까지 밟아 쐐기 득점까지 기록했다. 9회 구원 난조로 11-11 동점이 되지 않았다면 이형종이 이날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을 터였다.

9회말에도 이형종은 끝내기 기회를 맞았다. 2사에서 이성민을 상대로 우중간 3루타를 뽑아낸 것. 연이은 고의 사구로 찾아온 만루, 이형종은 끝내기 득점을 올릴 찬스였다. 다만 후속타 불발로 또 한번 아쉬움을 남겼다. 결국 연장 10회말 LG는 정주현의 끝내기 희생타로 12-11로 이겼다.

'데뷔 9년 만의 적시타' LG 이형종이 12일 롯데와 홈 경기에서 7회 역전 2타점 적시타를 날리는 모습.(잠실=LG)

 

하지만 이날 LG의 수훈선수상은 이형종이었다. 그동안의 기구했던 사연을 아는 구단은 시련을 극복해내고 첫 출발을 멋지게 장식한 이형종을 시상대에 세웠다.

이형종은 2008년 입단 당시만 해도 대형 투수로 기대를 모았다. 계약금 4억3000만 원을 받은 1차 지명 선수였다. 특히 서울고 에이스였던 이형종은 2007년 대통령배 고교대회 때 '눈물의 역투'로 화제를 모았다. 광주일고와 결승에서 9회 역전을 허용한 이형종은 눈물을 뿌리고 투구해 '눈물 에이스'로 단숨에 전국구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이형종의 눈에는 물기가 마르지 않았다. 부상과 재활 속에 입단 뒤 2년 만에야 첫 승을 올렸다. 2010년 5월23일 공교롭게도 잠실 롯데전이었다. 그러나 그게 투수로서 마지막 등판이었다. 팔꿈치 부상이 도져 8월 구단과 면담 끝에 스스로 방출을 결정했다.

이후 이형종은 골프 선수로 잠시 외도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야구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2012년 말 LG의 문을 다시 두드렸다. 2014년부터는 타자로 전향했고, 올 시즌 처음 1군 무대를 밟았다.

그리고 기다려준 팬들 앞에서 멋진 활약으로 보답했다. 경기 후 시상대에 선 이형종을 향해 자정이 가까운 시각에도 떠나지 않은 팬들은 "울지 마!"를 연호했다. 그의 방황과 재기의 과정을 아는 팬들이었다. 울컥한 듯 이형종은 잠시 후에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첫 감격' LG 이형종이 12일 롯데와 홈 경기를 승리로 이끈 뒤 수훈선수상을 받은 모습.(자료사진=LG)

 

이형종은 "팬들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벅차올랐다"고 감격적은 소감을 밝혔다. 이어 눈물이 나지 않았느냐는 말에 "아니요"라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조금 (나려고 했다), 너무 좋은 나머지"라고 쑥스럽게 웃었다. 고교생 때 계속돼온 별명이 다소 부담스럽기는 할 터.

이어 이형종은 "오늘 경기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처음으로 수훈상을 받았고 10일 SK전까지 2일 동안 좋은 결과가 나와줘서 자신감을 얻었다"는 이형종은 "야구를 잘 하는 데 있어서 큰 밑거름이 될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멀리 돌아온 만큼 꿈도 아직 멀다. 이형종은 "팀에 보탬이 되면서 좋은 성적 올리면 좋겠지만 팀에 필요한 선수, 언제든 쓰일 수 있는 그런 선수가 되는 게 첫 번째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눈물 에이스' 이미지는 버리고 "몸 담은 지도 9년째 되는 LG에 계속 남아서 프랜차이즈 선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눈물을 뿌리며 투구를 펼쳤던 19살, 아직 소년의 티를 벗지 못했던 고교생은 이제 20대 후반 어엿한 청년이 됐다. 그의 목소리는 패기가 넘치기보다는 인생의 신산함이 배어 신중했고, 조금은 느렸다.

물기가 가신 목소리는 목이 매는 듯 다소 건조했는데, 과연 이제 그의 야구 인생이 더는 눈물이 없을까. 이형종은 "또 경기에서 울 일이 있을까요?"라는 기자의 마지막 질문에 "아니요"라고 부인하다가 "그래도 한국시리즈 정상에 서면?"이라는 추임새에 "우승하면 저도 모르게 나오겠죠"라고 웃었다. 그의 눈물을 다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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