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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지, 주목할 만한 싱어송라이터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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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익숙치 않은 이름. 알려진 정보도 거의 없다. 프로필에는 얼굴과 나이 대신 투박한 모양의 로봇이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싱어송라이터 케이지(Kei.G)에 대한 이야기다. 처음엔 그저 그런 얼굴 없는 가수가 또 한 명 등장했나 싶었는데, 노래를 듣고 나서 생각이 확 바뀌었다. 곡의 멜로디는 세련되고 섬세하다. 감미로운 음색, 부드럽게 쭉 뻗는 고음은 단번에 귀를 잡아끈다. 케이지는 단연 '주목할 만한' 싱어송라이터다.

케이지는 그간 케이지 트래버스(KEIG TRAVUS)란 이름으로 브라운아이드소울, 김예림, 버즈 등 다수의 뮤지션들과 작업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최근 돛을 올린 산타뮤직의 형제 레이블 플라네타리움을 선봉에서 이끄는 프로듀서이기도 하다. '생초보' 신인은 아니라는 의미. 그렇다고 경력이 오래된 건 또 아니다. 음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햇수로 4~5년 정도로 남들보다 조금 늦게 가요계에 발을 들였다.

"실용음악을 전공하진 않았어요. 전공은 미디어아트였고, 이런 저런 자격증을 취득하고 컴퓨터 관련 일을 전전했죠. 왜 뒤늦게 음악을 시작했냐고요? 딱히 이유는 없어요. 항상 그때 그때 하고 싶은 일을 해왔고, 하다보니 음악이 재밌었죠. 그나마 제가 잘 할 수 있는게 이거다 싶었고요."

 

서울 마포구 서교동 인근 카페에서 만난 케이지는 '별것 아닌 일'이라는 듯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독학'으로 음악을 공부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심지어 그렇게 만든 자작곡으로 관계자들의 마음까지 훔쳤다. 케이지는 음악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위해 미국 유학을 준비하던 중 데모곡을 듣고 마음을 빼앗긴 현 소속사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계약을 맺었다. 재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죠. 집요함과 인내심이 필요한 지루하고 고된 일인데, 대부분 독학하는 사람들이 그걸 못 견디더라고요. 전 즐기면서 공부했어요. 책으로 화성학 등 이론을 공부했고, 유튜브 영상을 일시 정지해가면서 프로듀서들이 어떤 장비를 사용하는지 찾아보기도 했죠. 물론, 어느 정도 재능이 있어야겠죠. 나얼 형 말을 빌리자면, 하늘이 주신 달란트 같은 게 저에게 있나 봐요. 그렇다고 '천재'로 포장되는 건 부담스럽네요. 나중에 화살이 되어 돌아올지 모르니까요. (웃음)."

케이지는 "난 천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지만, 소속사 관계자들은 그를 '멀티 지니어스'라고 소개한다. 이유가 있다. 케이지는 여러 방면에 재능을 보인다. 작사, 작곡, 노래는 물론 옴니버스 구성이 돋보이는 뮤직비디오 연출까지 직접 도맡았다. 심지어 티저 영상 제작까지. 얼굴 대신 전면에 내세운 로봇인 '버튼'을 직접 디자인하고 조립한 것도 그다. 무엇하나 허투루 하는 법 없이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내놓는다.

"뮤직비디오 스토리보드부터 시작해서 배우 섭외, 숙소 예약, 장소 협상까지 도맡아 하느라 쉴 틈이 없었어요. 재밌을 것 같았는데, 지옥 문이 열린거죠. 로봇 제작은 뮤직비디오에 귀여운 로봇을 출연시키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어요. LED, 스피커, 턴테이블의 톤 암, 트랜지스터 등 세운상가를 뒤져가면서 재료를 구했죠. 혹자는 저를 보고 '완벽 주의자'라고 하는데, 가만히 있지 못 하는 편이긴 해요. 앞으로 제가 또 무슨 짓을 할지 모르겠네요. (웃음)."

케이지가 공들여 만든 결과물들은 최근 세상 밖으로 나왔다. 지난 11일 '지금여기'를 시작으로, 19일 '샤인', 26일 '널 봐(Feat.정진우)'를 순차적으로 공개했는데, 뛰어난 음악성으로 평단과 대중의 호평을 동시에 받고 있다. 감성적인 발라드곡부터, 리듬감 넘치는 미디움템포 알앤비 곡까지 폭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자랑, 단 3곡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대중음악 안에서 의외적인 시도를 꾸준히 해보고 싶어요. 알앤비는 꺾고, 발라드는 울고불고하는 일종의 클리셰가 있잖아요, 그걸 뒤섞은 음악을 만들어 보고 싶기도 하고, 재미 있는 주제를 음악으로 표현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죠. 말처럼 쉬울 것 같진 않지만, 다채로운 스타일의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뮤직비디오 스틸컷

 

케이지는 독특하게도 자신의 싱글에 '레벨(Level)'이라는 부제를 붙였다. 가장 먼저 발표한 첫 번째 싱글 '지금 여기'가 레벨1이고, 세 번째 싱글인 '널 봐'가 레벨3이다. 그는 "롤플레잉 게임을 좋아해 떠올린 아이디어"라며 "올해 '10렙'까지 올릴 계획"이라며 웃었다.

"만들어 놓은 곡이 150곡 정도 남았어요. 일단 올해 '10렙'까지 올리려고요. (웃음). 향후 발표할 정규 앨범에는 14~15곡 정도를 수록하고 싶어요. 소장가치가 있는 앨범을 만들어보는 게 목표죠. 싱글과 달리 정규 앨범은 레벨이 아닌 다른 부제를 붙일 생각입니다."

케이지는 '한방'이 아닌 '꾸준함'을 추구한다. "음원순위에 올랐다가 '차트 아웃' 되면 버림받는 거잖아요. 그게 참 무서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번에 발표한 싱글이 순위에 오르진 못했지만, 반응이 좋아서 기뻤어요. '오래 들어주시겠구나' 싶었죠. 앞으로도 유행을 타지 않는 오래 사랑받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케이지라는 이름을 알리고 난 뒤에는 얼굴을 드러내고 라이브 무대로 팬들을 만날 예정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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