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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김제동을 '상식의 투사'로 만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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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김제동이 지난 6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청내 야외광장에서 열린 '사람이 사람에게' 토크 콘서트에 참석해 시민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한국 사회의 부조리를 명쾌하게 꼬집어내는 방송인 김제동의 돌직구 발언에 시민들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누가, 무엇이 김제동을 '상식의 투사' '시민의 대변자'로 만들었을까.

김제동은 지난 6일 경기 성남시청 야외광장에서 열린 '김제동의 토크콘서트'를 통해 "만약 (국정 감사에서) 나를 부르면 언제든지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며 "하지만 준비를 잘 하시고 감당할 준비가 돼 있는지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5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백승주 의원의 뜬금없는 발언에 대한 김제동의 반격이었다.

당시 백 의원은 김제동이 한 종편 프로그램에서 '대장(大將)의 배우자를 아주머니라고 불렀다가 13일간 영창에 수감됐다'는 취지의 일화를 담은 영상을 보여준 뒤,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우리 군 간부를 조롱한 영상으로 군 이미지를 실추하고 있다"며 진상 파악과 함께, 김제동의 증인 출석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김제동은 "당시 방위병인데도 일과 시간 이후 영내에 남아 회식 자리에서 사회를 봤다. 사회를 본 자체가 군법에 위반된다. 이 얘기를 시작하면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국정감사에서는 내 얘기가 아니고, 국방의 얘기를 해야 한다. 제 발언을 두고 제가 방송사와 얘기할 수 있지만, 세금 받고 일하는 국방위 공무원은 세금 주는 국민들의 안위에 대해 얘기해야 상식적으로 맞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튿날인 7일, 국회 국방위는 합동참모본부 국감에 앞서 백 의원이 제출한, 김제동에 대한 일반증인 출석 요구서를 심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여야 간사 사이의 사전 합의로 아예 안건으로 올리지 않음으로써 김제동의 국감 증인 채택은 없던 일이 됐다. "국방현안이 쌓여 있는 상황에서 연예인을 출석시켜 발언하게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결국 김제동의 강공에 가뜩이나 명분 없던 백 의원이 한 발 물러선 셈이 됐다.

김제동은 SNS를 통해 누리꾼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사회 현안에 대한 정보와 의견을 널리 공유하는 것으로도 이름높다. 그는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였다.

"쌀알은 대패질하는 것이 아니라 고마워하며 꼭꼭 씹어먹는 건데. 쌀알은 농사 짓는 이들이 세상을 먹이는 이들이란 걸 잊지 말라고 있는 건데. 그분들에게 섬세하고 집중하라고 당신들에게도 밥 드리고 세금 드리는 건데. 쌀알 대패질하지 마시고 잘 챙겨드세요. 꼭꼭 씹어서."

이는 7일간의 단식을 마치고 입원 중이던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같은 날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남긴 말에 대한 풍자였다. 당시 이 대표는 "잃어버린 4일을 국민에게 보상하기 위해서라도 한 톨의 쌀알을 대패질하는 심정으로 집중력과 섬세함을 가지고 민생국감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했다.

이렇듯 김제동은 고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세월호 정국 등 한국 사회의 상식을 뒤흔든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소신 발언과 행동을 이어가며, 시민들의 뜻과 의지를 모으는 데 큰 몫을 담당해 왔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 "막힌 '언로'가 김제동을 시민의 '대변자'로 부각시켜"

방송인 김제동이 지난 6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청내 야외광장에서 열린 '사람이 사람에게' 토크 콘서트에 참석해 시민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그런데 이 과정에서 방송인으로서 김제동의 삶은 결코 순탄치 못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 그가 별다른 이유 없이 출연 중이던 방송에서 하차한다는 소식을 빈번하게 접해 온 까닭이다. 그때마다 매번 외압설이 따라다녔다. 정권을 비판하는 발언을 이어간 데 따른 보복성 조치라는 의혹이었다.

가장 가깝게는 지난달 7일, 김제동이 SBS 예능 프로그램 '다시 쓰는 육아일기-미운 우리 새끼'에서 하차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외압설이 돌았다. 한반도 사드 배치에 공개적으로 반대해 온 데 따른 보복 하차라는 의혹이 또다시 번졌다.

당시 '미운 우리 새끼' 파일럿 방송에 출연했던 김제동은 이 프로그램이 정규 편성된 뒤 1, 2회에 모습을 보이지 않아 하차 의혹을 낳았다. 마지막 방송이던 3회에서 전파를 타는 김제동의 방송분도 파일럿 당시 촬영했던 분량이었다.

하차 소식이 전해지기 한 달여 전인 지난 8월 5일, 사드 배치가 결정됐던 경북 성주를 찾은 김제동은 자유발언을 통해 "(사드 배치 결정은) 대한민국의 문제이기 때문에 외부인은 있을 수 없다. 성주군민 아닌 사람이 모두 외부세력이라면 대통령도 국무총리도 외부세력"이라며 "지금 성주에서 외부세력은 오로지 사드 하나밖에 없다. 사드만 대한민국 주민등록증이 없다"고 강조했다.

해당 프로그램 제작진은 "외압 같은 건 전혀 없었다. 여건이 되면 다음에라도 (김제동의) 출연을 희망한다"고 해명했으나, 누리꾼들의 의혹과 비난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문화평론가 하재근 씨는 7일, 이번 국감에서 김제동이 언급된 것에 대해 "국회 국방위의 경우 사드, 방산비리, 북핵, 군대 내부 문제 등이 산적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갑자기 연예인 이야기를 끄집어냈는지, 매우 황당하고 부적절했다"며 "김제동이라는 인물이 현 정권의 표적이 돼 미운 털 박힌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국감장에 김제동을 부르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났는데, 만약에 (김제동이) 국감 출석까지 했다면 진짜 코미디가 될 뻔했다"고 꼬집었다.

김제동이 '시민의 대변자' 격으로 떠오른 것에 대해 그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민들이 서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언로가 막힌 점, 그로 인해 김제동이 방송 활동에 불이익을 당하는 것으로 보이는 정황들이 쌓이면서 김제동이라는 인물을 특별한 위치에 서게 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며 "우리 사회 민주화의 수준이 그만큼 퇴보했고, 여타 선진국에 못 미치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미국만 봐도 연예인들이 정치 활동을 많이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것이 거의 금기시 되고 있다. 일종의 표현의 자유가 제약되는 면이 있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제동이 우리 사회에 대한 정치적 소신을 지혜롭게 드러내고 있으니 상당히 인정할 만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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