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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도승우 "깊이 없는 요즘 힙합, 꼬집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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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키네틱플로우 비도승우

비도승우(사진=스나이퍼사운드 제공)

 

래퍼 비도승우가 긴 슬럼프를 깨고 다시 힘찬 날갯짓을 시작한다. U.L.T(유엘티)와 힙합듀오 키네틱플로우로 활동한 비도승우는 지난 2006년 피아니스트 이루마와 함께한 '몽환의 숲'이 실린 데뷔 앨범 'Challenge 3 da Change'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독자노선을 걸으며 활동을 이어온 비도승우는 10년 만에 1집 프로듀서 MC스나이퍼와 재회, 음악을 그만둘 뻔 했던 자신의 삶을 녹여낸 솔로 EP 앨범 'Mind Rob 1.0 ver.'을 만들었다.

"스나이퍼 사운드를 나온 뒤 2009년부터 마가 꼈어요. 있는 돈 없는 돈 모아서 앨범을 만들었는데, 매니저에게 사기를 당해 모든 게 물거품이 됐죠. 그때부터 나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어요. 한번 하강 곡선을 타니 가속도가 붙어서 끝도 없이 추락하더라고요.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힘들었죠."

사기를 당한 이후 팀 멤버 U.L.T는 자신의 길을 찾아 곁을 떠났다. 비도승우 역시 편의점을 운영하며 생계를 유지했고, 자연스럽게 음악과 멀어진 삶을 살았다. 그런 그에게 다시 손을 내민 건 MC스나이퍼였다.

"어느 날 스나이퍼 형에게 신세한탄을 했는데, '넌 다시 음악하는게 맞는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어차피 아플 거면 차라리 음악을 하면서 아픈 게 낫지 않겠냐'고요. 그 말을 듣고 마음이 움직였어요. 어떻게 보면 뻔한 이야기인데, 그 뻔한 이야기를 상상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힘든 상태였거든요. 고마운 제안이었죠."

'Mind Rob 1.0 Ver'

 

'Mind Rob 1.0 ver.'은 그렇게 세상에 나온 앨범. 비도승우는 인트로곡인 '솔개처럼(Remix)'에 우여곡절 끝에 다시 랩을 시작하게 된 심경을 담았다. "5~6년 만에 제대로 가사를 써봤어요. 작년 말 스나이퍼 형 앨범을 통해 먼저 선보였는데, 제가 하고 싶었던 말들이 다 녹아있는 곡이고 애착이 많아서 리믹스 버전으로 앨범에 수록하게 됐죠."

2번 트랙 'Sorry my Brother(Feat. MC스나이퍼)'는 길을 잃고 헤메던 자신을 다시 품어준 MC스나이퍼에게 바치는 곡이다. "혼자 술을 마시다가 문득 형과 함께했던 추억들이 떠올랐고 울컥하면서 가사를 썼어요. 그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싶어 소주 2병을 마시고 녹음했고요. (웃음)."

타이틀곡은 편의점을 운영 중인 자신의 삶과 고통을 담은 4번 트랙 '인덕원가스펠'로 택했다. "취객의 시비, 몰지각한 손님의 인격 모독 등 편의점 일이 결코 쉬운 게 아니더군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가 아쉬웠어요. 다들 건드리면 터지는 시한폭탄 같다는 생각도 했고요. 아마 아르바이트를 한 번이라도 해본 분들이라면 가사에 공감하실 겁니다."

또 하나의 타이틀곡이자 앨범명과 동명의 곡인 6번 트랙은 '마인드 롭(Mind Rob)'은 두 여자를 소유하고픈 욕망을 가진 나쁜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곡이다. "연인이 있음에도 또 다른 욕심이 생기는 순간이 있잖아요. 그 순간을 남자의 시선을 쓴 곡입니다. 경험담에 약간의 픽션을 가미했죠."

비도승우(왼쪽)와 MC스나이퍼

 

비도승우는 3번 트랙 'My day(Feat. 일리닛)'를 통해 허세와 과장, 신파극과 같은 뻔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요즘 힙합씬에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좋은 실력을 갖추고 있으면서 언젠가부터 다들 똑같은 랩, 똑같은 이야기만 하고 있더라고요. 성공의 척도가 돈과 좋은 차이고, 트랩, 머니 스웩이 아니면 멋이 없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를 꼬집어주고 싶었어요."

'프로듀스101' 보컬 트레이너로 잘 알려진 AG성은이 참여한 5번 트랙 '힙합(90’s mind)'을 통해 힙합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히기도. "누굴 가르칠만한 능력이 없는 래퍼들이 랩 레슨을 하는 모습이 참 웃긴 거죠. 그래서 스타일이 비슷비슷한 이종의 '랩 성괴'들이 나오는 거고요. '올드하다'는 반응이 나올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나만의 색깔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앨범의 마지막 트랙 '똑바로 해'는 "나이가 들었으면 철이 들어야 한다"는 세상의 고정관념에 맞서는 곡이다. "역으로 생각해봤어요. 오히려 변한 건 넥타이를 매고 틀 안에 갇힌 당신들이라고. 그 생각을 너무 진지하지 않게 풀어봤죠. 난 변하지 않고 10년이 지나도 지금과 똑같이 지낼 거라고 이야기하는 곡이기도 하고요."

 

트렌디하고 화려하진 않지만, 진솔함이 묻어나는 'Mind Rob 1.0 ver.'은 비도승우의 음악 인생 2막을 알리는 앨범이다. 비도승우는 "대중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키네틱플로우 비도승우가 자기 색깔을 잃어버리지 않고 살아 돌아왔다는 걸 알리는 앨범"이라고 소개했다.

비도승우는 이번 앨범 발매를 계기로 다시 음악에 대한 열정에 불을 붙일 계획. 언젠가 U.L.T와 다시 뭉쳐 '제2의 몽환의 숲'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내년에는 무조건 후속작 2.0을 낼 겁니다. 그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아픈 이야기를 가사에 담으면서도 희망을 주는 앨범을 만들려고 해요. 자랑할 거 하나 없는 나 같은 아저씨도 희망을 가지고, 꿈을 품고 산다는 걸 알려주는 거죠. 그 자체가 일종의 스웩이 아닐까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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