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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박태환 찍히고 협박당하고…'최순실 게이트'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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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 선수 박태환(왼쪽)과 피겨 선수 김연아 (사진=자료사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국민 남매'로 불리며 대한민국 스포츠 위상을 드높인 박태환과 김연아도 적잖은 피해와 협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스포츠 대통령'으로 불리며 체육계에서 엄청난 권력을 자랑하던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은 국가대표 수영선수 박태환에 2016 리우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도록 협박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박태환 측은 김 전 차관이 지난 5월 25일 소속사 및 대한체육회 관계자와 함께한 자리에서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면 기업 스폰서와 연결해주겠지만, 출전을 고집하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협박을 했다고 19일 밝혔다.

박태환 측이 작성한 녹취록에는 김 전 차관의 영향력이 전방위적으로 퍼져 있다는 것을 가늠할 수 있는 내용도 있었다. 김 전 차관은 "(기업 스폰서) 그런 것은 내가 약속해줄 수 있다"며 "단국대학교 교수 해야할 것 아니냐. 교수가 최고야. 교수가 돼야 뭔가 할 수 있어"라고 박태환을 회유했다. 리우 올림픽에 나가지 않는다면 자신이 뭐든 해주겠다는 뉘앙스를 풍긴 것이다.

하지만 생각만큼 일이 잘 풀리지 않자 김 전 차관을 박태환을 협박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금메달 땄으니까 광고 달라 그러면 광고가 들어와? 대한체육회에서 인정하지 않으면 어느 광고주가 태환이한테 붙겠느냐"며 ""(박태환과 정부 사이에) 앙금이 생기면 단국대학이 부담 안 가질 것 같아? 기업이 부담 안 가질 것 같아? 대한체육회하고 싸워서 이겨도 이긴 게 아니다"라는 말로 압박했다.

김 전 차관은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선수 안현수까지 거론하며 박태환을 흔들었다. 그는 "안현수가 금메달을 따고 러시아에서 인정 받아? 걘 그냥 메달 딴 애야"라면서 "국민은 금방 잊는다"는 말로 올림픽 출전 포기를 종용했다.

'피겨 여왕' 김연아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피해자인 정황이 드러났다.

최순실의 최측근이자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는 차은택과 문체부가 주도해 만든 늘품체조. 무려 3억 5천만원의 예산이 투입된 생활체조다. 하지만 이 체조로 인해 김연아는 정부로부터 미운털이 박혔다.

지난 2014년 11월 26일 열린 늘품체조의 시연회. 박 대통령도 자리에 함께했다. 당시 김연아 측은 정부로부터 참석 요청을 받았지만 자신의 이미지와 맞지 않은 체조 행사이고 평창 올림픽 홍보대사 업무로 인해 거절 의사를 전했다. 하지만 이것이 최순실 일가의 심기를 건든 꼴이 됐다.

이와 관련해 최순실의 조카이자 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 이권개입을 노린 의혹을 받고 있는 장시호는 "김연아는 찍혔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의 측근은 "'(장시호가) 김연아는 문체부에 찍혔다'라는 말을 해서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찍혔어, 안좋아'라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늘품체조 행사에 불참했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가능한 상황이다.

정부로부터 미운털이 박힌 김연아는 공교롭게 대한체육회가 선정하는 2015년 스포츠영웅에서 제외되는 일을 겪었다. 인터넷 투표에서 12명의 후보 가운데 82.3%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지만 최종적으로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규정에도 없던 나이 제한에 걸리는 촌극이 벌어진 것이다.

당시 선정위원회 회의에서 스포츠 영웅은 50세 이상이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팬들의 항의는 거셌지만 결과는 번복되지 않았다. 하지만 여론을 의식한 듯 나이 제한은 다시 사라졌고 김연아는 이듬해 스포츠 영웅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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