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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국가와 끝까지 싸우겠다는 대통령의 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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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거리의 인문학자' 작가 최준영 "대국민담화, 전형적인 발뺌"

29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최순실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한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노숙인 등 사회적 약자에게 인문학을 전파해 오면서 '거리의 인문학자'로 불리우는 작가 최준영(50)은, 29일 비선 조직의 국정 농단 사태와 관련한 박근혜 대통령의 세 번째 대국민담화를 두고 "전형적인 발뺌"이라고 일축했다.

이날 박 대통령의 4분 30초에 걸친 대국민담화가 끝난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최준영은 '간단하게 총평을 해달라'는 말에 한숨부터 쉰 뒤 "쉽지 않다"고 운을 뗐다

"크게 실망스럽습니다. 대통령이 국민의 목소리에 전혀 귀기울이지 않고, 국민과 정치권을 향해 또 다시 정치적 술수를 썼어요. 정치 술수 대 정치 술수로 다시 한 번 싸워 보자는, 대결을 선언한 겁니다."

그는 박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 내용의 핵심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이 사태의 와중에도 자신은 절대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다는 점이 변함없어요.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몇몇이 안 좋은 일을 했을 뿐이라는, '나는 죄가 없다'는 전형적인 발뺌입니다."

최준영은 '대통령 임기 단축을 포함해 국회의 결정에 맞기겠다'는 세 번째 핵심에 주목했다. 그의 표현을 오롯이 빌리면 "지금 야당 내에서조차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탄핵 일정 등을 두고 여러 가지로 불협화음을 내는 상황에서, 기가 막히게 국회의 구멍을 보고 거기에 돌을 던졌다"는 것이다.

"일단 정치권에서 전술적으로 대통령 탄핵이 추진되려면 현실적으로 여당의 일부가 이에 찬성해야 합니다. (이번 대국민담화 내용의 세 번째 핵심은) 이러한 동력을 소진시키려는 술수죠. 당장 친박 쪽에서는 '대통령이 임기 단축까지 포함해 모든 것을 국회에 맡기겠다고 했는데 굳이 탄핵까지 갈 필요가 있냐'는 말이 나오잖아요. 지금까지는 야당에서 일부 새누리당 내 일부 비주류 의원들을 포섭해 왔다면, 이제는 거꾸로 친박 쪽에서 비박을 설득하는 작업이 벌어지겠죠. 결국 국회 내 자중지란을 유도한 겁니다."

결국 "(박 대통령이 던진) 이 돌을 두고 국회 내에서는 각자 다른 주장을 하게 될 것이고, 또 다시 국회발 혼란이 야기될 것이고, 그 책임이 대통령과 최순실에서 정국을 책임지지 못하는 국회에 대한 비난으로 일정 정도 변형될 것을 노렸다"는 말이다.

"박 대통령이 국회에서 결정해 주면 일정과 법에 따라 대통령직을 중단할 수 있다는 식의 발언을 했는데, 결국 '전략적 모호성'을 던진 거죠. 탄핵의 경우 국회의원 200명 이상이 찬성하면 탄핵안이 가결되고 이후 헌법재판소에서 판단해 탄핵을 인용한다는 법 절차가 명시돼 있잖아요. 반면에 '국회에서 결정해 주면'이라는 대통령의 조건에 대해서는 아무런 법적 절차가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국회의원 300명 중에서 151명의 찬성으로 거국내각을 구성해 총리를 선임한 뒤 대통령의 모든 권한을 이양하고 사퇴하라고 건의했을 때, (박 대통령이) '나는 과반이 아니라 개헌선까지의 찬성을 원한다'고 말을 바꿀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이 최준영의 우려다.

◇ "광장의 촛불이 이끄는 대로 정국 해소 방안 나와야 한다"

작가 최준영(사진=최준영 페이스북 페이지 화면 갈무리)

 

앞서 최준영은 지난달 13일,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내가 바라는 다음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훌륭한 대통령은 못 돼도 괜찮다. 다만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정말, 사람이기만 했으면 좋겠다"며 박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이번 국정농단 사태를 지켜보면서 그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은 상징적인 표현이었는데, 그것을 지금 상황에 맞춰 정확하게 표현하면 '정상적인 사람'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대국민담화를 보면 지난번 2차 때에 비해 표정도 엄숙해 보이지 않았어요. 마치 고심 끝에 하나의 돌파구를 마련한 듯한, 묘수를 발견한 듯한 아주 태연한 표정이었거든요. 자기 나름대로는 먹히는 승부수라고 생각하고 들고 나온 것 같은, 여유 있는 모습까지 모였으니까요."

그는 박 대통령을 두고 "승부근성이 철저하게 몸에 밴 사람"이라면서도 "이번 (대국민담화를 통해 던진) 승부수는 철저한 오판"이라고 선을 그었다.

"과거 영애로서 반쯤 통치자 역할도 하면서 승부근성이라는 게 철저하게 몸에 배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자신에게 불리하든 유리하든 간에 모든 국면을 승부의 국면으로 보는 거죠. 그 승부근성을 갖고 나름의 정치적 성과도 이뤄왔으니, 지금의 결정적인 순간에 또 한 번 그 근성을 발휘한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런데 과거의 승부가 동료 정치인들과의 승부였다면, 이번에는 국민과 국가를 향해 승부를 건 것이기에 언어도단입니다. 쉽게 말해 국민, 국가와 끝까지 싸우겠다는 건데, 논리가 없어요. 안타깝게도 철저한 오판입니다."

최준영은 1987년 6월항쟁 당시 연일 광장을 지켰던 한 사람으로서, 당대 혁명적 열기가 야권의 분열로 전두환 정권의 연장선상에 있는 노태우 정권에 헌납됐던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 지금의 정국이 그 역사를 반복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금 여권을 추스리고 있는 세력이 있어요. 이 세력이 분열한 야권과 붙어서 어부지리로 정권을 가져갈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듭니다. 어찌 됐든 이 혼란 정국을 박근혜가 주도하게 둘 수는 없잖아죠. 박근혜가 제시한 일정대로 따라가는 것은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니까요. 정치권은 당략이나 개인의 이득을 취할 게 아니라 이 거대한 역사의 커다란 뜻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는 "결국 광장의 촛불이 이끄는 대로 정국 해소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역설했다. "촛불이 원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광장의 방식을 우선하는, 촛불의 정신을 우선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광장의 촛불은 모든 것을 녹여내는 어마어마한 힘입니다. 그 촛불은 어떠한 논리도 무력화시킬 수 있을 만큼 거대해요. 그러나 그것은 현실의 힘이 아니라 상징적인 힘이에요. 그 거대한 힘을 현실의 힘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해요. 그렇기 때문에 야권의 모든 지도자, 당파가 촛불을 중심으로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거죠. 그러한 엄중한 책임에 바탕을 둔 정국 해소 방안이 나와야 합니다. 국민이 모아 준 촛불의 힘을 야권에서 제대로 살려내지 못한다면, 그들 또한 박근혜와 함께 역사의 죄인으로 전락해 버리고 말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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