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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한 폭죽 부상' 이승현, 되레 미안함 전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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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목 호랑이 괜찮아?' 오리온 이승현이 4일 삼성과 홈 경기에서 승리하면서 터진 폭죽 내용물에 맞아 부상을 입고 쓰러진 뒤 일어나 라커룸으로 들어가는 모습.(고양=KBL)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 간판 이승현(24 · 197cm)이 큰 부상으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을 맞았다. 괴물 용병 듀오의 파상 공세를 끄덕 없이 막아냈지만 정작 경기 후 벤치에 있다가 쓰러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승현은 4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삼성과 '2016-2017 KCC 프로농구' 홈 경기에서 100-85 대승을 이끌었다. 2득점에 그쳤지만 6리바운드 4도움 2블록슛 등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특히 육중한 상대 외국인 선수 2명의 공세를 버텨냈다. 이승현은 이날 최강 외인 리카르도 라틀리프(199cm · 110kg)와 마이클 크레익(188cm · 117kg)을 육탄 방어했다. 105kg의 이승현은 이들보다 몸무게는 적지만 초등학교 유도 선수 출신의 힘과 기술로 막아냈다.

오리온은 이날 이승현이 기본적으로 라틀리프를 맡고 애런 헤인즈 등 동료들이 펼치는 협력 수비를 들고 나섰다. 삼성뿐 아니라 오리온은 이승현이 상대 장신 외인을 주로 맡는다. 키는 다소 작지만 힘이 강한 이승현이 버티면 오리온이 자랑하는 장신 포워드들이 더블팀 수비를 오는 패턴이다.

이날도 오리온의 수비는 잘 먹혔다. 전날 KGC인삼공사와 원정에서 무려 33점 12리바운드 4블록슛을 기록한 라틀리프는 1쿼터부터 이승현을 축으로 한 오리온의 겹수비에 애를 먹었다. 외곽으로 패스를 제대로 빼주지 못했고, 노마크 레이업과 손쉬운 골밑슛을 3번이나 놓치는 등 20점 11리바운드에 그쳤다.

삼성이 자랑하는 크레익도 이승현에 블록슛을 당하는 등 12점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승현을 중심으로 골밑이 굳건해진 오리온은 문태종, 김동욱 등 외곽포가 터졌다. 골밑 수비 부담을 던 헤인즈는 35점으로 펄펄 날았다. 오리온은 리바운드 37-31, 블록슛 6-1로 삼성을 압도하며 지난달 패배를 설욕하고 1위에 올랐다.

'토종 장사 vs 외인 괴물' 오리온 이승현(33번)이 4일 삼성과 홈 경기에서 리카르도 라틀리프와 리바운드를 다투는 모습.(고양=KBL)

 

하지만 정작 문제적 상황은 경기 후 벌어졌다. 15점차 대승의 축포가 울리던 순간이었다. 종료 1분 40초 전 교체돼 벤치에서 쉬고 있던 이승현이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일어나 움직이다 갑자기 쓰러졌다.

상황은 이랬다. 이승현이 걸어가는 도중 폭죽이 터지면서 부상을 입은 것. 동료들과 승리의 기쁨을 나누기 위해 이동하던 이승현이 미처 폭죽이 터질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폭죽 안의 종이 내용물에 얼굴 부위를 맞은 이승현은 손으로 상처를 만지며 한동안 바닥에 누워 일어나지 못했다.

일단 오리온 관계자는 "우리도 깜짝 놀랐다"면서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고 얼굴과 목에 찰과상을 입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폭죽이라고 하지만 안전 문제 때문에 화약이 아닌 공기를 강하게 쏘는 에어샷"이라면서 "이승현도 놀랐는데 괜찮다고 하더라"고 상황을 전했다. 만약 눈에 들어갔다면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아찔한 상황을 맞았지만 이승현은 오히려 미안함을 전해왔다. 자신으로 인해 애꿎게 관계자가 피해를 입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다.

당시 상황을 보면 이승현이 폭죽 앞에서 제지하는 진행요원을 미처 보지 못했다. 진행요원도 이승현이 걸어올 것을 예상치 못하다 살짝 제지가 늦었다. 오리온 관계자는 "이승현이 자신보다 행사 진행요원을 더 걱정하더라"면서 "자신 때문에 진행요원이 안 좋은 말을 들을까 미안해 했다"고 전했다.

오리온도 단독 1위에 올랐지만 기쁨을 온전히 누리지는 못했다. 구단 관계자는 "괜히 우리 때문에 다른 구단들 행사에 영향이 미칠까 미안하다"면서 "프로 출범 뒤 에어샷은 계속 써왔는데 이런 일은 처음인 것 같다"며 황망해 했다. 이어 "논의를 해야겠지만 승리를 축하할 새로운 방법을 강구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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