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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종 딜레마' 에이스의 진심과 윤석민의 아픈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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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진출을 포기하고 KIA에 남아 우승에 도전할 뜻을 밝힌 좌완 에이스 양현종(왼쪽)과 2015시즌을 앞두고 MLB의 꿈을 접고 KIA로 복귀했지만 올해 부상에 이어 수술을 받아 내년 전반기 출전이 사실상 어려워진 우완 에이스 윤석민.(자료사진=KIA)

 

양현종(28)은 결단을 내렸고, 패를 깠다. FA(자유계약선수)의 최대 특권인 복수의 구매자에 대한 가능성을 스스로 닫은 것은 어쩌면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메시지도 던졌다. 해외 진출을 단념한 희생과 더불어 구단에 대한 단단한 충성심을 보였다. 여기에 해외 무대에서 형성된 몸값도 확인이 됐다.

그렇다면 양현종의 원 소속구단인 KIA는 이에 대한 확실한 보상을 해야 하는 부담을 안는다.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에 대한 예우를 해줘야 하는 상황이다. 어쩌면 양현종 측은 고도의 협상 기술로 구단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KIA는 적잖은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미 FA 시장에서 거액을 쏟아부은 상황에서 얼마만큼의 지출을 더 해야 하는가다. 여기에 투수 FA에 대한 쓴맛을 본 만큼 양현종에 대한 접근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략인가, 순수인가' 양현종의 압박

메이저리그(MLB)와 일본 등 해외 무대를 노리던 양현종은 국내 잔류를 선언했다. 국내가 아닌 KIA에 남겠다는 표현이 맞겠다. 양현종과 에이전트 측은 10일 여러 매체를 통해 "KIA에 남아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KIA 구단 역시 이를 받아들여 협상에 들어간다고 화답했다.

금액이 궁금하다. 계약에 대한 양 측의 뜻은 일단 확인됐다. 그러나 계약 규모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더욱이 계약을 앞두고 언론 플레이에 대한 의혹이 있어 양 측이 서로 신뢰를 갖는 게 급선무인 상황이다.

당초 양현종 측은 해외 진출을 추진하면서도 KIA가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지 않는 데 대한 서운함을 내비쳤다. 이에 KIA는 선수의 뜻을 존중해 해외 진출을 우선적으로 배려했는데 그런 말이 나와 자못 불쾌하다는 입장이었다. 이는 어쩌면 진짜 협상을 앞둔 일종의 기 싸움으로도 풀이됐다.

KIA 에이스 양현종은 올해 200이닝 이상 투구를 소화하며 확실한 팀의 에이스로 우뚝 섰다.(자료사진=KIA)

 

이런 가운데 9일 일본 요코하마가 양현종을 영입했다는 현지 보도가 전해졌다. 2년 총액 6억 엔(약 62억 원)이라는 구체적인 몸값까지 흘러나왔다. 양현종은 그러나 요코하마에 최종 입장을 통보하는 마감 시한인 10일 KIA 잔류를 선언했다.

상당히 극적인 상황의 연속이었다. 샅바 싸움이 진행되는가 싶었는데 일본에서 날아온 특급 대우. 그러나 이를 뿌리치고 의리를 택해 잔류를 선언한 에이스. 이 모든 과정이 언론을 통해 팬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잘 짜여진 드라마와도 같은 전개였다.

이것이 전략이든 순수한 마음이든 간에 이런 상황은 KIA 구단에는 상당한 압박으로 다가오는 게 사실이다. 어쨌든 해외 진출을 포기하고 남기로 한 양현종의 충성심에 대한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에이스에 대한 예우, 그러나 윤석민 때문에…

관심은 4년 총액 몸값이 100억 원을 넘을지 여부다. KIA가 이미 계약을 맺은 삼성 출신 거포 최형우(33)의 조건이다. 지난해 4년 최대 96억 원을 찍은 NC 박석민을 넘은 역대 최고액이다.

KIA는 최형우 외에도 적잖은 돈을 썼다. 나지완을 4년 40억 원에 붙들었고, 헥터 노에시와 팻 딘 등 외인들 3명에도 345만 달러(약 40억 원)를 지불했다. 양현종의 해외행을 염두에 둔 행보였다. 이런 가운데 양현종이 남는다면 KIA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300억 원 안팎의 지출을 해야 할 상황이다.

최소 4년 100억 원이 아니면 양현종의 자존심을 세우기가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통산 성적에서 양현종에 떨어지는 차우찬(29)은 이미 이같은 조건 이상이 보장된 상황. 삼성이 LG 출신 우규민을 4년 65억 원에 데려오면서 차우찬에 4년 100억 원 이상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차우찬은 해외 무대가 아니라면 LG행이 유력한 상황이다.

'최형우냐, 차우찬이냐' KIA와 역대 최고액인 4년 100억 원에 계약한 최형우(왼쪽)와 이를 뛰어넘는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삼성 출신 FA 차우찬.(자료사진=이한형 기자, 삼성)

 

하지만 KIA는 윤석민(30)의 아픈 사례가 있다. 지난해 3월 윤석민에게 KIA는 4년 90억 원이라는 당시 역대 최고액을 안겼다. MLB의 꿈을 접고 돌아온 우완 에이스에 대한 보상 차원이 컸다.

윤석민은 지난해 2승6패 30세이브 평균자책점(ERA) 2.96으로 나름 선전했지만 올해는 부상으로 2승2패 1세이브 6홀드에 머물렀다. 설상가상으로 어깨 수술로 내년 전반기를 사실상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FA 성공보다는 실패 쪽에 더 가까운 것이다. 윤석민의 수술로 양현종이 더욱 필요해졌지만 위험 부담에 대한 걱정도 더 커진 역설적 상황이다.

KIA로서는 양현종의 계약을 앞두고 윤석민의 그림자가 어른거릴 수밖에 없다. 물론 양현종은 올해 200이닝 이상을 소화했고, 지난해까지 2년 동안 255이닝 이상을 던졌다. 그러나 김광현(SK)가 수술을 받는 등 양현종과 비슷한 국가대표 투수들의 부상 낙마는 불안함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과연 KIA와 양현종이 어떤 결론에 이를 수 있을까. 이번 스토브리그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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