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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 발탁, 원칙 깼다?'…원칙 자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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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국가대표 선발 규정의 허점 보완해야

'8년 만의 재회?' 김인식 WBC 대표팀 감독(오른쪽)은 11일 선수단 예비 소집일 논란이 됐던 오승환(왼쪽)의 발탁을 공식 발표했다. 지난 2009년 김 감독이 사령탑을 맡았던 2회 WBC 이후 오승환과는 8년 만에 대표팀에서 재회하는 셈이다. 사진은 당시 출정식 때 모습.(자료사진=노컷뉴스)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오승환(35 · 세인트루이스)이 승선하게 된 것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해외 도박 전력이 있는 선수가 별다른 징계 없이 태극마크를 다는 것이 온당하느냐는 것이다.

김인식 WBC 대표팀 감독은 지난 11일 서울 리베라호텔에서 진행된 선수단 예비 소집에서 코칭스태프 회의를 갖고 "오승환을 뽑겠다"고 밝혔다. 이어 "여론이 좋지 않은 문제가 있어 많은 고심을 했다"면서 "선발이냐, 마무리냐 생각도 했는데 전력이 약화됐고 오승환의 합류로 선발이 미흡하더라도 중간에 선수를 기용하기가 나을 것 같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오승환 발탁에 대한 반대 여론은 앞서 언급한 해외 도박 문제 때문이다. 오승환은 2014년 11월 마카오에서 4000만 원 상당의 도박을 한 혐의로 지난해 초 법원으로부터 1000만 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여기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당시 무적 신분이던 오승환이 KBO 리그로 복귀할 경우 한 시즌의 50% 출장 정지 징계를 내렸다. 오승환과 같은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임창용(KIA)은 72경기 출전 정지 KBO 징계를 소화한 뒤 출전할 수 있었다. 다만 오승환은 메이저리그(MLB)로 진출해 KBO 징계는 유예됐다.

반대 여론의 근거는 여기에 있다. 오승환은 아직 KBO 징계가 풀리지 않은 만큼 국가대표로도 뽑혀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다. 징계를 받은 임창용은 이번 대표팀 명단에 포함된 것과 비교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대표팀이 "원칙을 깼다"는 지적도 자주 나온다.

▲아니, 깰 원칙이라는 게 있었나?

하지만 정확히 얘기하자면 대표팀은 원칙을 깬 게 아니다. '깰 원칙 자체가 없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오승환을 발탁한 것은 규정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다. 물론 타당한가는 다른 문제다. 규정으로만 따지면 그렇다는 얘기다.

KBO 관계자는 "KBO가 오승환에 대해 내린 징계의 범위는 리그 경기"라면서 "국제대회 출전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 KBO 규약 중 '국가대표팀 운영규정'에 오승환의 발탁이 문제되는 부분은 없다.

현 대표팀 선발은 KBO 기술위원회에서 결정한다. 기술위가 오승환을 뽑기로 결정한 것이다. 투수 부문은 선동열, 송진우 코치가 맡는다.

'오승환 뽑자고요' 선동열(왼쪽부터), 김인식 감독, 송진우, 김평호, 김광수 코치 등 WBC 코치진이 11일 선수단 예비 소집일에서 선수 선발과 관련한 회의를 하는 모습.(자료사진=박종민 기자)

 

국가대표 자격 논란이 이어지는 것은 확실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대표팀에서 주축 타자로 기대를 모은 강정호(피츠버그)는 제외됐다. 지난달 음주 사고 후 뺑소니 사건으로 여론이 악화된 때문이다. 사실 강정호도 꼭 필요한 선수지만 김 감독은 "여론이 너무 좋지 않다"고 뺐다. 결국 선발 기준이 여론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대표팀은 오승환을 뽑지 못할 이유도 없었다. 모든 국민들의 의견이 반영된 것은 아니나 가장 많이 이용되는 포털사이트 네이버 설문 조사 결과 오승환 발탁에 대해서는 찬성 의견이 우세했다.

지난해 9월 조사 때는 찬성(49.5%)과 반대(49%)가 팽팽했지만 지난 10일 조사의 경우에는 찬성이 53.4%(6465명)로 46.6%(5651명)의 반대보다 많았다. 오승환을 뽑은 이후 여전히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만약 오승환을 뽑지 않았어도 마찬가지 상황이 벌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설문 조사상 오승환의 발탁을 지지하는 팬들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국가대표 품위손상행위 규정 필요하다

때문에 이런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것은 여론이 아닌 확실한 기준이다. 현 규정에는 국가대표 자격과 관련해 허점이 분명히 있다. KBO 리그 징계의 사각지대가 엄연히 존재한다. KBO 선수들의 품위손상행위 규정처럼 국가대표에 대한 기준이 있었다면 오승환 논란도 없었을 터.

그러나 KBO로서도 쉽지는 않다. 사실 KBO는 프로야구를 주관하는 단체인 까닭이다. 최근 KBO 고위 관계자는 "KBO가 확실하게 대표 자격 규정을 만들면 되지 않느냐"는 의견에 쉽게 답하지 못했다. 논의 과정이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는 뜻이다.

축구의 사례를 보면 어떨까. 축구의 경우는 국가대표팀을 대한축구협회가 확실하게 관리하는 까닭에 징계도 분명하다. 일례로 2007년 아시안컵 도중 음주 파문을 일으킨 당시 선수들에 대해 축구협회는 '대표팀 경기 1년 자격정지'라는 확실한 징계를 내렸다. 다만 협회 소관이 아닌 K리그 경기 출전은 가능했다.

지난달 음주 운전 사고 및 뺑소니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메이저리거 강정호(피츠버그)가 지난달 6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출석하는 모습.(이한형 기자)

 

하지만 야구의 경우는 KBO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사실상 대한야구협회의 국제대회 관련 업무를 KBO가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 선수가 국제대회에 나서기 시작한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당시만 해도 KBO와 협회가 업무를 분담했지만 최근 굵직한 대회는 모두 프로 선수들이 출전해 관리도 KBO가 맡는다.

여기에 최근 해외 리그로 진출하는 선수들이 많아진 만큼 KBO 리그 징계가 유명무실해진 상황도 생겼다. 강정호 음주 파문의 경우 KBO는 징계를 내릴 수 없었다. KBO 관계자는 "강정호가 엄연히 MLB 소속이고 KBO 선수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강정호는 엄연히 한국 선수, 국제대회는 태극마크를 달고 나선다. 하지만 국가대표에 대한 징계는 공식적으로 없었다.

국제대회는 이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WBC는 4년 뒤 또 열리고, 2018년에는 아시안게임이, 2019년에는 프리미어12가 펼쳐진다. 2020년에는 야구가 올림픽에서 부활에 숙적 일본에서 대회가 열린다. 그럴 때마다 대표팀 발탁을 놓고 고무줄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승환 파문이 벌어진 이상 차제에 이런저런 논란을 잠재울 확실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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