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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고' 사건사고 급증…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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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국립묘지·시청사 떼로 몰려다니며 피해 주기도

나이언틱의 증강현실(AR) 모바일게임 '포켓몬고' 열풍이 본격화될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안전사고 노출 위험성이 증가하고 있다. 이동하며 스마트폰을 주시한 채 포켓몬을 사냥하는 게임의 특성상 보행자는 물론 운전자 사고까지 발생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연구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사람의 보행 속도는 초당 1.31m로 일반인의 정상 보행 속도인 초당 1.38m보다 더디다. 소리로 주변 상황을 인지하는 거리가 평소보다 40∼50% 줄고 시야 폭은 56% 감소하며 전방 주시율은 15% 정도로 떨어져 이 때문에 스마트폰 이용자는 보행 중 다른 보행자나 차량과 충돌·낙상 위험이 크게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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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전사고 주의보…봄 알리는 '입춘'이 내일모레

일본에서는 포켓몬고 출시 나흘동안 36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고 이중 부상자가 발생한 사고는 4건이나 됐다. 대만에서도 출시한 지 66시간 만에 교통법규 위반으로 벌과금이 부과된 사례가 861건이었다.

지난해 11월 일본 아이치현 경찰은 나이언틱 측에 운전 중일때 포켓몬고를 아예 사용할 수 없는 시스템을 도입해달라고 요구했다. 한달 전 한 트럭 운전자가 포켓몬고를 하며 운전하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9살 초등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현지 경찰은 차가 다니는 도로에도 포켓몬이 나타나지 않도록 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켓몬고에 열광적인 미국에서도 게임 이용자가 중상을 입는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남서부에 위치한 샌디에이고에서 포켓몬고를 즐기던 두 남성이 포켓몬을 잡기 위해 경고표지판을 무시하고 태평양 바다가 바라다보이는 절벽에 다가섰다가 20m 아래로 떨어졌다. 천만다행으로 목숨은 건졌다.

펜실베니아에서는 15세 소녀가 포켓몬을 잡기 위해 고속도로를 건너다 차에 치여 발과 쇄골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기도 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포켓몬고를 하며 운전하지 말라는 당부 메시지

 

캐나다 퀘백에서는 게임에서 이동하는 어려움을 줄이기 위해 꾀를 부린 한 운전자가 차를 타고 포켓몬을 잡으려다 나무를 들이박아 발목이 부러졌고, 또다른 운전자는 포켓몬을 잡기 위해 갑자기 후진하다 경찰 순찰차를 들이받기도 했다.

최근 미국 버지니아 주 체사피크에서는 중국계 60세 노인 지안셍 첸이 리버 워크 근처의 한 포켓몬고 체육관이 노출된 지역에 차를 세우고 게임을 하던 중 한 무장 경비원이 쏜 총에 맞아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첸 노인은 손자들과 소통하기 위해 포켓몬고를 시작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경비원이 왜 총을 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설 연휴를 지나며 아직 한파가 기승을 부려 포켓몬고 이용자에 대한 큰 사고가 보고 되지는 않았지만 4일 입춘 이후부터는 야외활동이 가능한 날씨가 예상돼 본격적인 포켓몬 사냥 시즌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만큼 사고 발생율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개학 시즌이 몰려있고 추위가 누그러들며 안전에 대한 긴장감도 크게 낮아지기 때문이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스마트폰 관련 차량사고는 2011년 624건에서 2015년 1천360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고 보행사고도 2011년 87건에서 2015년 142건으로 1.6배나 늘었다.

포켓몬고를 하며 전방을 주시하지 않은채 걷는 학생들 (사진=자료사진)

 


◇ 개인정보나 위치정보 노출 범죄 주의…떼로 몰려다니며 피해 주기도

포켓몬고는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과 AR을 이용해 실제 장소를 다니면서 포켓몬을 포획하는 게임으로 이를 노린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인적이 드문 포켓스탑이나 체육관에 숨어있다가 이용자들이 다가오면 휴대폰이나 금품을 빼앗는 사례가 해외에서 보고되고 있다. 심지어 총에 맞아 숨지는 무장강도 사건도 발생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게임 출시 5주만에 105건의 범죄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경찰은 이 기간 600만명이 다운로드 받았다며, 포켓몬 또는 포켓몬고와 관련된 강도·도난 사건이 37건, 절도사건 32건, 폭력사건 22건, 성범죄 6건, 약물사건 3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포켓몬 테마의 밤을 개최한 한 나이트 클럽에서 강간 사건이 발생했고, 포켓몬 사냥을 하다 집단 폭력사건에 연루된 30명이 입건되기도 했다.

특별한 포켓몬이 있다며 자신이 있는 곳으로 오라는 메신저 채팅 모습

 

일본은 포켓몬고가 출시되자 관방장관까지 나서 당부 사항을 발표하기도 했다. 일본 사이버보안센터(NISC)는 웹사이트 등을 통해 포켓몬고 게임 시 주의사항 9가지를 밝힌 바 있다.

NISC는 "걷는 동안이나 열차 플랫폼에서 걸어갈 때, 자전거를 탈 때 포켓몬고 게임을 하지 말고 포켓몬을 잡으려다 출입금지구역을 들어가지 말라"고 경고했다. 특히 "개인신상 정보 보호를 위해 GPS로 실행되는 이 게임을 하는 동안 실명으로 등록하지 말라"며 "사기나 개인안전, 열사병에 주의하고 보조 배터리를 가지고 다니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로스엔젤레스 카운티 보안관은 어두운 곳보다는 밝은 곳, 혼자보다는 여럿이, 인적이 드문 골목길보다 사람이 많은 지역으로 다닐 것과 낯선 게이머를 만났을때 같은 같은 포켓몬 트레이너라 하더라도 주의를 기울이라고 당부했다.

보안구역이나 남의 집 울타리를 넘어가다 법적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어 이에 대한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연일 포켓몬을 잡으러 다니는 사냥꾼들이 급증하고 있다. '포켓몬 성지'로도 불리는 부산 유엔기념공원과 서울 국립현충원, 보라매공원, 대전 시청사 등에는 포켓몬을 잡기 위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포켓몬이 주로 등장하는 곳이 포켓스탑 주변이기 때문이다.

이들 포켓스탑은 주로 건물이나 대지 주위에 설치된 기념탑과 조형물 등에 위치하고 있어 기념 조형물이 많은 기념관이나 묘역, 사적에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포켓몬을 잡기 위해 출입이 금지된 구역에 들어가거나 잔디를 훼손하고 정숙해야할 공간에 떼로 몰려다니며 분위기를 헤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특별한 포켓몬이 나타났다는 소식이 퍼지면 주변으로 몰려드는 차량과 포켓몬 사냥꾼들 때문에 교통혼잡과 무질서로 눈총을 받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스마트쉼센터 서보경 책임연구원은 "포켓몬고의 경우 특정 장소에 머무는 기존 게임과 달리 외부 세계에 나가 사람들과 접촉하고 일정 거리를 이동하는 증강현실(AR) 게임으로, 중독성·폭력성·자극성·몰입성 효과 등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가 부족해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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