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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교체' 남자농구, 조 3위라고 폄하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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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아시아컵 C조 3경기서 골밑-패스 게임 경쟁력 증명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의 오세근(사진 왼쪽)과 최준용 (사진 제공=대한민국농구협회)

 


김주성, 양동근, 조성민 등 국가대표 터줏대감들이 떠나고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의 출발이 나쁘지 않다. 아시아컵 조별예선에서 3위라는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지만 긍정적인 신호를 발견할 수 있었다.

허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은 13일(한국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린 2017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C조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뉴질랜드를 76-75로 눌렀다.

경기 결과에 따라 양팀 모두 8강 직행이 가능한 조 1위를 차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총력전이 펼쳐졌다. 올해부터 호주와 함께 아시아에 편입된 뉴질랜드는 FIBA-아시아 홈페이지에서 우승 후보로 거론한 강팀이다.

대표팀은 전반까지 뉴질랜드에 41-30으로 앞섰다. 하지만 3쿼터 들어 실책이 많아지면서 경기 양상이 달라졌다. 뉴질랜드에게 끌려가기 시작했다.

대표팀은 4쿼터 종료 47.5초 전 이종현의 골밑 득점에 이은 추가 자유투 성공으로 75-75 동점을 만들었다. 골밑에서 순간적으로 자리를 잡은 이종현을 보고 정확하게 패스를 건넨 이승현의 도움 역시 돋보인 장면이었다.

이후 김선형의 스틸로 공격권을 빼앗은 대표팀은 종료 23.2초 전 허웅의 자유투 1득점에 힘입어 76-75로 앞서갔다. 뉴질랜드의 마지막 공격을 막아내면서 1점차 승리를 지켰다.

강호 뉴질랜드를 잡았지만 대표팀의 C조 최종 순위는 3위. 뉴질랜드, 레바논과 같은 2승1패를 기록했으나 공방률에서 밀렸다. 3개 팀이 나란히 맞대결 1승1패씩 주고받은 가운데 득실점에서 +3점을 기록한 뉴질랜드와 +2점을 올린 레바논이 조 1,2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5점으로 조 3위가 됐다.

뉴질랜드는 8강이 직행했고 C조 2,3위 레바논과 한국은 D조 3위 대만, 2위 일본과 각각 8강 진출 결정전을 치러야 한다.

C조 예선을 돌아보면 한국으로서는 레바논과의 C조 1차전에서 6점차 패배를 당한 것이 뼈아팠다. 국제대회 첫 경기는 변수가 많은 법이다. 하필이면 첫 상대가 개최국 레바논이었다. 한국이 경기를 치를수록 더 나은 전력을 발휘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아쉬운 결과였다.

한국이 조 3위에 머문 것은 사실이지만 뉴질랜드, 레바논과의 차이는 깻잎 한장 수준이었다. 경기 내용은 결코 그들에게 밀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골밑 경쟁력이 인상적이었다. 지난 시즌 프로농구 MVP 오세근을 비롯해 김종규, 이승현, 이종현이 버티는 골밑은 레바논, 뉴질랜드를 상대로 선전을 거듭했다. 힘이 세고 몸싸움이 강하기로 유명한 뉴질랜드를 상대로는 리바운드에서 32-31로 앞섰다.

오세근은 대표팀의 주득점원으로 자리를 굳혀나가고 있다. 예선 3경기 평균 13.0점, 6.0리바운드, 야투성공률 65.4%를 올렸다. 김종규도 평균 17.8분을 뛰어 9.7점, 3.0리바운드, 야투성공률 72.2%를 기록하며 골밑에 힘을 실어줬다. 오세근이 세트오펜스의 중심이라면 김종규는 특유의 활동량과 스피드를 앞세워 동료의 도움으로 쌓은 득점이 많았다.

대표팀 빅맨들은 한국 남자농구가 국제대회에서 몸싸움이 약하다는 우려도 씻어내고 있다. 아직 이란과 중국 등 최정상급 골밑을 갖춘 팀들과 붙지 않았지만 긍정적인 가능성을 보여준 것만큼은 틀림없다.

또 하나 인상적인 부분은 대표팀의 패스 능력이다.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의 김선형 (사진 제공=대한민국농구협회)

 



대표팀은 3경기에서 평균 27.0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아시아컵 팀 어시스트 부문 1위다. 116-55로 압승을 거둔 카자흐스탄전에서만 38개를 기록했다. 카자흐스탄전을 제외하더라도 평균 어시스트는 21.5개. 3경기 연속 20개 이상의 어시스트를 올렸다.

한국은 3경기에서 총 96개의 야투를 성공시켰다. 어시스트가 동반된 야투의 비율이 무려 84.4%로 높다.

대표팀은 코트를 넓게 쓰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득점 기회를 창출해내고 있다. 외곽슛을 던질 줄 아는 빅맨들의 존재가 큰 힘이 되고 있다. 또 가만히 서서 농구를 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끊임없이 움직이고 공을 돌리면서 기회를 노렸다.

대표팀 내 유일한 정통 포인트가드라고 볼 수 있는 박찬희는 3경기 평균 11분을 뛰고 평균 7.3개의 어시스트를 올렸다. 김선형이 경기당 4.0개로 팀내 2위. 평균 2개 이상의 어시스트를 기록한 선수가 무려 6명이나 된다.

신장 2미터의 장신 포워드 최준용의 역할도 크다. 최준용은 포인트가드나 다름 없는 역할을 무리없이 소화해내고 있다. 대표팀의 패스 게임이 원활하게 펼쳐지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최준용은 평균 2.7득정메 머물러 있지만 3.7리바운드, 3.3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패스가 원활하게 돌아가면 외곽 슛 기회도 많아진다. 대표팀의 이번 대회 3점슛 성공률은 36.0%로 좋은 편이다. 레바논의 홈 텃세에 고전했던 첫 경기 기록은 24.0%, 이후 2경기에서는 42.0%를 기록했다.

기록만 놓고 보면 조 3위를 차지한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그만큼 C조 상위 3개 팀의 전력은 대등했다. 물론, 대표팀이 보완해야 할 부분은 명확했다. 공격적인 성향의 선수가 많다 보니 승부처에서 실책으로 흔들릴 때가 많았다. 9점차 이상으로 이겨야 조 1위가 될 수 있었던 뉴질랜드전에서 3쿼터 초반 불안한 경기 운영으로 무너진 것이 대표적인 예다.

대표팀의 다음 상대는 D조 2위 일본이다. 아직 경기 시간이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일본과의 8강 진출 결정전은 한국 시간으로 광복절인 15일 새벽에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

세대교체가 이뤄진 대표팀이 C조 예선을 통해 가능성을 보여줬다. 보다 안정된 경기 운영 그리고 승부처에서 해결사 본능을 발휘하는 선수의 활약 등 예선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보완한다면 충분히 8강 진출을 노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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