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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왕자' 정영식 "시련의 눈물은 그만 흘려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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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련의 눈물은 그만' 한국 남자 탁구 간판 정영식이 22일 제 71회 전국남녀 종합선수권대회' 단체전 1회전에서 미래에셋대우의 승리를 이끈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대구=노컷뉴스)

 

한국 탁구는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노 메달'에 그쳤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7개 대회 연속 이어온 메달 행진이 멈췄다.

하지만 확실한 스타는 탄생했다. 바로 남자 탁구 대표팀 정영식(25 · 미래에셋대우)이었다. 정영식은 당시 세계 랭킹 1위 마룽과 런던올림픽 남자 단식 우승자 장지커(이상 중국) 등과 호각의 대결을 펼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마룽과 16강전이 인상적이었다. 정영식은 첫 두 세트를 따내며 마룽을 몰아붙였다. 그러나 경험 부족과 마룽의 뒷심으로 내리 4세트를 내줬다. 경기 후 정영식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패배의 아픔을 곱씹어 국민들의 심금을 울렸다. 그래서 '눈물 왕자'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랬던 정영식은 올해 깊은 슬럼프에 빠졌다. 지난해 리우올림픽 뒤 중국 리그 진출과 국내 대회 우승까지 이루며 승승장구했던 정영식은 그러나 이상수(27 · 국군체육부대)와 나선 복식을 빼면 올해 국제대회 소식이 뜸했다. 10위권을 넘보던 세계 랭킹도 35위까지 떨어졌다.

'아픈 손목' 정영식은 지난 4월 인대 부상을 입은 뒤 손목에 파스를 떼지 못하고 있다.(대구=노컷뉴스)

 

22일 '2017 신한금융 한국탁구챔피언십 및 제71회 전국남녀종합선수권대회'가 열린 대구 실내체육관에서 만난 정영식은 특유의 미소년 미소를 지으면서도 그동안의 마음 고생을 털어놨다. 화려했던 올림픽의 기억 이후 불의의 부상이 찾아와 심적으로 힘들었다는 정영식이다.

정영식은 "리우올림픽은 정말 힘들었지만 기뻤던 기억이 더 컸다"면서 "대회 이후 한 달 동안은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셔서 기분이 좋았다"고 지난해를 떠올렸다. 이후 정영식은 중국 리그로 진출했고, 지난해 70회 전국종합선수권대회에서 단식 금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올해 4월 오른 손목 부상으로 상승세가 꺾였다. 정영식은 "원래 손목을 많이 쓰는 타법인데 경기와 훈련으로 너무 많이 써서 부상이 왔다고 하더라"면서 "치료와 재활을 병행했지만 또 아파질까 봐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한국 탁구의 차세대 에이스로 꼽혔지만 올해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이유다.

심리적인 아픔이 더 컸다. 정영식은 "올림픽을 위해 모든 것을 다 쏟아부었고, 이후에도 성적이 좋았다"면서 "그러나 부상과 훈련 부족으로 대회 나가도 계속 지니까 그게 가장 힘들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나도 멘탈이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이겨내기가 쉽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탁구 단식 16강에 출전한 정영식이 세계랭킹 1위 마롱(중국)과 경기에 역전패 당한 뒤 눈물을 흘리는 모습. 이철승 당시 코치가 위로하고 있다.(자료사진=노컷뉴스DB)

 

정영식은 현재의 시련이 더 큰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이겨낸다는 각오다. 정영식은 "사람이 항상 강한 정신력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나도 지금은 힘들지만 더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믿고, 이제 조금씩 더 어른이 돼가는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내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은 새로운 동기 부여가 될 만하다. 정영식은 "지난해 올림픽처럼 내년 아시안게임을 목표로 삼아 다시 일어날 것"이라고 다짐했다.

리우올림픽 때 얻은 '눈물 왕자'라는 별명에 대해 정영식은 "그때는 패배로 흘린 슬픔의 눈물이었지만 이젠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눈물 왕자' 정영식, 그의 정신적 키가 한 뼘 더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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