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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김태호'로 본 '무한도전'의 시작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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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무도-희로애락 ①] '무한도전'은 떠나도 '무모한 도전'은 남는다

4726일(12년 346일). 2005년 4월 23일 '무모한 도전'으로 첫 시작을 알린 후 '무한도전'이 우리와 함께한 시간입니다. 스스로를 '대한민국 평균 이하'라고 부른 멤버들의 도전은 대한민국 예능 역사에 한 획을 그으며, 이렇게 마무리됐습니다. '무한도전'을 떠나보내며, 희로애락의 순간 일부를 모아봤습니다.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라는 노랫말처럼,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립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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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굿바이 무도'-희로애락] '유재석·김태호'로 본 '무한도전'의 시작과 끝
② [굿바이 무도-'희'로애락] 단체대상·법안발의·우표발행…'무도'만의 빛나는 순간들
③ [굿바이 무도-희'로'애락] 음주운전부터 김치전까지…'무도' 웃지 못할 '흑역사'
④ [굿바이 무도-희로'애'락] 멤버도 시청자도 울게 한, '무도'의 짠한 순간들
⑤ [굿바이 무도-희로애'락'] "우리에게 '무도가요제'는 'OO'이다"
끝.

'무한도전' 김태호(왼쪽) PD와 유재석(사진=노컷뉴스·MBC 제공)

 

'무한도전'을 떠받쳐 온 두 기둥은 단연코 연출자 김태호 PD와 예능인 유재석이다. 13년이라는 긴 시간을 함께한 두 사람은 '무한도전'이 닦아 온 길의 시작과 끝을 진단할 수 있는 매력적인 키워드이기도 하다.

◇ 김태호, MBC 향한 깊은 애정…최고 예능 '무도'가 만든 빛과 그늘

'무한도전'을 10년 넘게 이끈 동력으로 문화평론가 하재근은 "김태호 PD의 성향"을 꼽았다.

그는 "TV에서 사회 비판을 제대로 하지 못하던 시절에 '무한도전'의 은유적이고 우회적인 풍자가 시민들의 열광을 이끌어냈고, 프로그램 방향도 그쪽으로 탄력을 받은 것 같다"고 봤다.

"지난 10년간 특히나 MBC가 워낙에 큰 부침을 겪었잖나. 이때 김태호 PD는 노조 활동을 상당히 열심히 하면서 파업에도 적극 동참했다. 그 시기 무한도전이 상대적으로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보니, 누리꾼들의 신망이 더욱 무한도전으로 쏠렸던 듯하다. 김 PD 역시 이러한 책무를 느꼈을 것이다."

하재근은 "MBC가 그렇게 망가지는 때에도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김 PD에게 상당했을 것"이라고 봤다.

실제로 김 PD는 지난 30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다른 방송사로 간 제작진이 '우리 회사는 뭐가 좋다'고 자랑하면 그걸 들으면서 '이걸 MBC에 가져와서 어떻게 적용하면 좋을까'를 생각했다"며 "앞으로도 MBC에서 인사드리겠다. 다른 데 안 간다"고 MBC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재돼 있는 인문학적 소재나 스토리텔링에 대해서 흔히 '탈탈 털었다'고 하잖나. 개인적으로 저는 턴 다음에 제습기에 넣어서 건조까지 끝난 상태인 것 같다. 다시 채우고 싶다"는 김 PD의 말은 다소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문화평론가 김봉석은 "사실 김 PD가 '무한도전'에만 묻혀 있으면서 오히려 역량을 마음껏 펼치지 못한 점을 간과할 수 없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김 PD는 '1박2일'을 이끌었던 나영석 PD와 자주 비교되는데, 나 PD의 경우 '1박2일'에서 손을 떼면서 오히려 한국 예능 프로그램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 왔다. 사실 초반에 보다 높은 평가를 받아 온 김 PD는 '무한도전'에 갇혀 있었던 측면이 있다."

김봉석은 "어쨌든 지금도 '무한도전'의 형식을 본뜬 여러 프로그램들이 전파를 타고 있고, 어떤 것은 인기를 얻는 반면 또 다른 것은 인기를 잃는다"며 "'무한도전'의 경우 13년 동안 거의 같은 멤버가 같은 역할을 해 오면서 이제는 대중에게 먹히지 않게 된 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평균 이하 사람들이 무언가에 도전하고 성취를 이뤄낸다는 '무한도전' 초창기 포맷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한다"며 "나영석 PD가 한때 인기를 잃었던 강호동, 이수근 등과 다시 뭉쳐 흥미로운 예능 콘텐츠를 만들어낸 것처럼, 김태호 PD가 돌아온다면 이러한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 유재석, '무도'와 운명 함께한 선장…주류가 된 예능인의 무게

(사진=MBC 제공)

 

유재석을 두고 문화평론가 황진미는 "'무한도전'의 얼굴이자 운명을 함께해 온 선장"이라는 표현을 썼다.

"유재석에 대한 대중의 첫인상은 '카메라 울렁증이 있는 코미디언'이었다. 과거 어딘가 자신 없어 보이고 약간 소심해 보이던 그의 모습은 비주류 그 자체였다. 남들 다 뜨는데 변방에 머물면서도 잘 버티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그는 "결국 유재석은 특출난 재능은 없지만 성실하고 친근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공격적이지 않은 평범함으로 대중에게 다가섰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그런데 주변 환경들이, 이를 테면 김구라와 같은 굉장히 공격적인 동료들 틈바구니에서 유재석은 상대적으로 의식있고 상식적이면서 신사적인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그렇게 그는 주류가 됐다."

황진미는 "유재석이 오랫동안 최고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도 그 책임을 감수하면서 성실하게 일해 온 데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애초 유재석은 무한도전 안에서 수평적인 리더십을 지닌 멀티플레이어로서 확고히 자리잡고 있었다. 사회를 보다가도 어느 순간 멤버들과 자연스레 섞여 우스갯소리를 했다. 다른 멤버들의 언행에 적절한 반응을 보이는 식으로 다른 사람들을 잘 받쳐 주면서도, 정말 필요한 순간에는 몸을 사리지 않고 뭔가를 해 온 사람이다."

그런데 앞서 언급했듯이 "유재석이 상대적으로 의식 있는 연예인으로 자리잡아 갈수록 그의 위치는 애매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황진미의 지적이다.

"비주류로서 지녔던 예민한 지점들, 뾰족한 점들을 잃어버려 갔다고 해야 할까. 단적인 예로 그가 여타 유명인들과 함께 '앞으로 절대 침묵하지 않겠다'며 미투운동 캠페인 영상에 출연한 것을 들 수 있다. 아주 진지한 얼굴로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미투운동 와중에 한마디라도 말을 보탰나라는 비판이 나오잖나."

그는 "이것이 뭘까. 유재석 개인이 잘못했다는 말이 아니"라며 "예능인을 넘어선 영향력을 지닌 인물로서 지금 그의 위치가 이처럼 애매해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한도전 멤버들 자체가 하나의 공고화 된 권력집단으로 여겨지게 됐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며 말을 이었다.

"멤버들끼리 우스갯소리로 주고받던 '누구 라인이다'라는 이야기는 다른 프로그램에서 멤버들이 비슷한 조합을 이뤄 출연하는 횟수가 잦아질수록 농담이 아닌 것이 됐다. 그들만의 인맥이 방송계 전체로 퍼져나간 셈이다. 예능을 지향하는 사람이라면 '무한도전'에 한 번 나가봤으면 하는 마음이 다들 있다. 그렇게 '무한도전'은 부인할 수 없는 내적 질서, 권력이 됐다."

◇ 'B급 감수성' 중무장한 '평균 이하'들의 아름다웠던 도전

(사진=MBC 제공)

 

'무한도전'이 10년 넘게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 평론가들은 공통적으로 '보통사람들의 이야기'에 주목했다.

김봉석은 "초창기 '무한도전'은 말 그대로 '무모한 도전'이었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당시 유재석을 비롯한 인기 없는 연예인들이 나와서 말도 안 되는 도전을 벌였다. 그 안에서 '하면 된다'도 있었고 '해도 안 된다'도 있었다. 그런 것들을 김태호 PD의 연출력과 몸을 사리지 않는 멤버들의 언행을 통해 대단히 잘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그는 "이렇듯 '무한도전'은 보통사람들, 평균 이하 사람들이 모여 무언가 도전하고 성취를 이뤄내는 과정에 시청자들이 이입하도록 만들었다"며 "'무한도전'은 말 그대로 '무모한 도전'일 때 빛을 낸다고 생각한다. 보통 사람들이 꿈꾸는 무모한 도전, 슬랩스틱으로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뭉클한 동병상련을 느끼도록 만드는 프로그램"이라고 분석했다.

황진미 역시 "애초에 '무한도전'은 '무모한 도전', 그러니까 비주류 중의 비주류로부터 시작한 것"이라며 "'무한도전'이 항상 내세워 온 것이 '평균 이하'였던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프로그램은 반드시 재미를 추구하는 것도 아니고 의미를 담은 것도 아닌, 오히려 무의미로부터 시작된 경향이 있다"며 "굳이 의미를 찾는다면 '무엇이든 매우 열심히 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하재근은 이를 "예능의 독보적인 사회성"이라고 표현하면서 "'무한도전'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항상 연대하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고 부연했다.

"예를 들어 '무한상사' 특집을 통해 88만원 세대 등을 떠올리게 하거나, 강제징용됐던 한국인들이 정착한 일본 우토로 마을 등을 찾았던 에피소드를 들 수 있다.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그것을 아이템이나 자막에 반영하려 애쓴 점도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러한 사회성을 교양 프로그램처럼 완전히 드러내놓기보다는, 은근히 배경으로 깔면서 시청자들이 그러한 의미를 찾아내게끔 만든 일들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하재근은 "물론 '무한도전'이 예능의 자극성을 높이는 데 일조하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점이 없지 않지만 소소하다고 볼 수 있다"며 "'무한도전'은 시청자들과 함께 10여 년이라는 한 시대를 살아낸 예능"이라고 평했다.

◇ 무너지던 MBC 버티고 버텨 온 '무도'…"박수칠 때 떠나다"

(사진=MBC 제공)

 

'무한도전'은 높은 자리에서 스스로 내려오는 길을 택했다. 이에 대해 황진미는 "이른바 박수칠 때 떠나는 셈"이라며 "떠날 때를 알고 가는 사람의 뒷모습은 그나마 아름답다"고 말했다. '무한도전'이 맞닥뜨린 한계를 에둘러 지목한 표현이다.

"애초에 '무한도전'은 변방 내지는 무의미에서 출발했다. 무모하더라도 열심히 한다는 데 방점을 찍은 프로그램이었다. 여기에 차츰차츰 사회 이슈를 담아내기 시작했다. 그것이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좋았고 의미 있는 시절이었잖나. 문제는 그렇게 됨으로써 애초의 동력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는, 자기 모순에 빠졌다는 점이다."

황진미는 "그 와중에 지금의 페미니즘 담론 등과 같은 새로운 시류, 그러니까 예전 '무한도전'처럼 적극 나서서 민감한 정치적 의제를 쫒아가던 그 감각을 지금까지도 유지하고 있다면 당연히 페미니즘 의제에 발을 담궜어야 마땅하다"며 "그러나 이미 아닌 것이 돼 버렸다. 앞서 나가던 그 감각을 스스로 잃어 버린 셈"이라고 지적했다.

김봉석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무한도전'의 역할은 이제 끝났다고 볼 수 있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10여 년이 흐르면서 멤버들 모두 최고 스타가 됐다. 이때부터 그들의 도전이라는 것이 바뀌었다. 일반인들도 할 수 있는 도전이 아니라, 버킷리스트처럼 일반인들이 하고 싶은데 못하는 일을 대신 해주는 콘셉트로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돈이 많이 들어 보통 사람들이 할 수 없는 도전을 대신해 주는 대리체험, 대리만족 형태로 바뀐 것이다."

그는 "이렇듯 '무한도전'은 이미 처음 시작할 때와는 분명히 많은 부분이 바뀌었는데, 문제는 이런 것들을 대중이 언제까지 봐 줄 것인가에 달렸다"며 "결국 새로운 경험을 하고 모험을 하고 도전을 하는 멤버들에게 대중이 공감해야 하는데, 사실 사람들은 갈수록 멤버들에게 감정을 이입하지 못하고 있다"고 봤다.

"지금 무한도전은 방향을 다른 쪽으로 틀어야 하는 시점에 왔다. 그런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라는 또 다른 물음과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연예인들이 대리체험을 해주는 프로그램 형식은 그 해당 연예인들의 캐릭터가 대단히 중요하다. 이 점에서 이미 최고 스타가 된 '무한도전' 멤버들의 한계는 더욱 분명해졌다."

특히 황진미는 "가뜩이나 '무한도전'은 지난 10여 년간 MBC가 망가져 온 시간을 함께해 왔다"며 진단을 이어갔다.

"그 시기 MBC는 엄청난 사회적 풍파에 휘말려 내상을 입고 모든 것들이 와해되고 있었다. 그 와중에 '무한도전'이 그나마 MBC를 버티고 버티고 버텨 왔다. 그 버티는 과정에서 사실 '무한도전'은 점점 더 무언가 의미를 찾고자 했던 것이다. 시대도 그것을 요구했다."

그는 "MBC가 망가져 가는 것을 지켜보는 '무한도전'은 원하든 원치 않았든 마치 정통성을 물려받은 것처럼, 사회적 사명감과 책임의식을 나눠 갖게 돼 버렸다"며 "스스로 아무리 비주류를 자처한다 할지라도 주류, 기득권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던 셈"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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