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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지암' '바람×3' 흥행…韓영화 '편식'을 꼬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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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기 극장가 접수한 장르영화…"영화계 보수적 투자·배급 실태 증명"

 

최근 극장가에 걸린 한국영화 '곤지암' '바람 바람 바람'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는 공통분모가 있다. 극장가에서 찬밥 신세로 전락한 장르물임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성공했다는 점이 그렇다.

영화 관객들은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영화 투자·배급 시스템에서 외면받아 온 이들 장르물에도 호응한다는 점을 증명했다. 이에 따라 그간 이른바 '되는 영화'에만 쏠려 온 한국 영화산업의 불균형 풍토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인다.

9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5일 개봉한 코미디 영화 '바람 바람 바람'은 전날까지 개봉 4일 만에 61만 6878명을 동원하면서 흥행 호조를 보이고 있다.

앞서 지난달 14일과 28일 차례로 개봉한 멜로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공포 영화 '곤지암'은 각각 누적관객수 224만 8495명, 252만 5786명을 불러들이며 여전히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소위 '비수기'로 꼽히는 봄 극장가에서 이들 영화가 흥행하는 데는, 그 동안 장르물에 목말랐던 관객들의 수요가 작용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영화시장 분석가 김형호씨는 9일 CBS노컷뉴스에 "그나마 비수기 극장가여서 개봉이 가능했던 '곤지암' '바람 바람 바람'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장르물을 볼 준비가 돼 있던 관객들를 충족시킨 셈"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전국 상영관 2700여곳 가운데, 지난해 100개관 이상 걸린 공포영화는 전무했고 멜로는 1편, 코미디는 두세 편 정도 된다. 한국영화치고는 매우 적었다"고 지적했다.

◇ 한국산 장르물 수요 검증…"적어도 관객들은 볼 준비 돼 있다"

사실 거대 자본이 들어간 대형 영화들을 주로 거는 성수기 극장가에서 한국 장르 영화가 걸리기는 쉽지 않은 현실이다. 여름에 수요가 큰 공포영화의 경우도 한국산은 사실상 개봉이 불가능하다.

이에 대해 김씨는 "그만큼 (한국 공포영화에 대한) 투자·배급이 안 되기 때문인데, '곤지암'이 잘 된 이유를 딱 하나 꼽으라면, (메이저 배급사) 쇼박스에서 배급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며 "한국에서 이들 장르 영화가 왜 제대로 제작되지 못했는가를 보면, 성수기 때 들어갈 영화들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13년 이후 이 장르에 속하는 영화들이 계속해서 흥행에 실패했던 영향이 컸다"며 "그나마 지난해 4, 5월 '임금님의 사건수첩' '보안관'이 개봉한 것처럼 코미디 장르만 명맥을 유지해 왔다. 나머지 장르는 아예 투자·배급 자체가 안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공포영화는 10대 관객들에게 인기가 높은데, '곤지암'의 경우 중간고사를 여유있게 앞두고 개봉한 덕에 상대적으로 관객을 더 불러들일 수 있었다"며 "코미디 '바람 바람 바람'은 폭력을 소재로 한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가 난무하던 상황에서, 성인들이 볼 만한 코미디로서 호응을 얻는 것"이라고 전했다.

'곤지암'은 10대, '바람 바람 바람'은 성인,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20대라는 각 장르별 주요 관객 수요를 충족시켰다는 이야기다. 결국 공포·코미디·멜로 장르에 대한 관객 수요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드러났다는 것이 김씨의 분석이다.

그는 "그동안 한국산 장르영화에 대한 투자·배급이 굉장히 보수적으로 이뤄져 왔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라며 "비수기 극장가에서 장르물 수요가 원래 있어 왔다는 점을 간과한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곤지암' '바람 바람 바람'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흥행은 한국산 장르 영화도 해볼 만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적어도 관객들은 볼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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