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고교 랩 대항전'을 표방, 2017년 첫 돛을 올린 '고등래퍼'는 음악채널 엠넷이 탄생시킨 힙합 경연 프로그램 중 단연 '수작'이라고 할 만하다. '10대 청소년들의 문화를 힙합을 통해 생생하게 보여준다'는 취지를 잘 살린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특히 지난해 봄 방송된 시즌2가 시청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우승을 차지한 '명상래퍼' 김하온을 비롯해 이병재, 이로한(배연서), 윤진영, 조원우 등 출중한 실력을 갖춘 참자가들이 랩 가사에 담아낸 진정성 있는 이야기는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논란도 없었다. 엠넷은 시즌2를 준비하며 '출연자검증 심의위원회'를 신설해 참가자들을 둘러싼 과거 행적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제작진은 '디스 배틀'과 같은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는 미션을 부여하지 않고, 참가자들의 이야기에 중점을 두는 데 초점을 맞춰 랩 가사 논란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
기리보이-키드밀리
"실력이나 경쟁이 아닌 10대들의 성장 스토리를 담는다는 것이 저희 프로그램의 매력입니다. 그런 방향성을 그대로 가져가려고 합니다"
어느덧 세 번째 시즌으로 시청자들과 만나게 된 '고등래퍼3' 제작진의 말이다. 전지현 PD는 22일 서울 상암동 CJ ENM센터 탤런트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시즌 1,2를 보셔서 아시겠지만, 저희 프로그램은 힙합 경연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경쟁 위주가 아니다"라며 "이번 시즌 역시 10대 친구들의 캐릭터와 이야기를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범 엠넷 전략콘텐츠사업부장은 "지난 시즌 당시 '출연자검증 심의위원회'를 통해 SNS상에서 도는 소문들을 빠르게 확인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다"라면서 "32명의 래퍼들을 모으는 과정에서 여러 검증을 거쳤다. 마지막 단계에서 부모님과 통화도 나누며 출연자 상태에 대해 얘기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루비룸
더콰이엇-코드쿤스트
'고등래퍼'를 보면 요즘 10대들이 보인다. 이번 시즌에서도 32명의 참가자들이 선보이는 랩을 통해 2019년 현재를 살아가는 10대들의 생각과 가치관을 엿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즌1부터 '고등래퍼' 제작을 맡은 전지현 PD는 "매년 10대 친구들을 만나는데 요즘 10대 친구들의 특징이라고 느끼는 것 중 하나가 뭔가 한가지로 묶이는 걸 싫어한다는 것"이라며 "제가 10대 때만해도 'X세대'라는 키워드가 있었고, 유행하는 패션이 있었다. 반면, 요즘 10대들은 본인만의 시그니처 아이템을 갖길 원하고 튜닝과 리폼 등을 좋아한다. 정의 내릴 수 없는 게 요즘 10대들의 특징인 것 같다"고 말했다.
개성 강한 '고등래퍼'들만큼이나 개성 강한 '멘토 군단'이 모였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번 시즌에서는 그루비룸(박규정-이휘민), 행주-보이비, 더콰이엇-코트 쿤스트, 기리보이-키드밀리 등 총 4팀이 '멘토 군단'으로 나선다. 진행은 지난 시즌에 이어 넉살이 맡는다.
보이비-행주
넉살
지난 시즌에서 우승자 김하온의 '멘토'를 맡았던 그루비룸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친구들과 재밌게 임하겠다"며 "같이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는 스토리가 있는 친구들, 방송이 끝나고 나서도 같이 음악을 하고 싶은 친구들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고등래퍼'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낸 바 있는 키드밀리는 "방송으로만 끝나지 않고 음악적 행보를 잘 걸어서, 많은 아티스트와 사람들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어린 래퍼들을 응원하고픈 마음에서 나오게 됐다"고 했다.
그간 엠넷의 또 다른 힙합 경연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에서 활약해던 더콰이엇은 "'쇼미더머니'를 여러 번 했다. ('고등래퍼'는) 랩을 매개로 하고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전혀 다른 프로그램 같고, 분위기가 '쇼미'보다는 많이 편안하고 따뜻한 것 같다"고 출연 소감을 밝혔다.
총 8부작으로 기획된 '고등래퍼3'는 이날부터 매주 금요일 밤 11시에 방송된다. 제작발표회 말미 김태은 CP는 "(김)하온이처럼 가사를 쓰고 가치관을 가진 친구는 없지만, 또 다른 개성과 매력을 가진 친구들이 있다"며 "'제2의 김하온'이 아닌 '제1의 ㅇㅇㅇ'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