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신 좇는 세상에 내미는 구원의 손길…'소년 아메드'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노컷 리뷰] 외화 '소년 아메드'(감독 장 피에르 다르덴·뤽 다르덴)

(사진=㈜영화사 진진 제공)

 

※ 스포일러 주의

나라는 존재에 대한 고민이 아직은 더 필요한 시기, 극단주의에 내몰린 소년의 내면에는 어떠한 감정들이 도사리고 있을까. 안경과 무표정으로 자신의 감정을 숨기려 한 소년의 안을 들여다보며 관객에게 묻는다. 소년은 극단의 믿음을 극복할 수 있을까. 우리는 그런 소년에게 손을 내밀 수 있을까. 영화 '소년 아메드' 이야기다.

'소년 아메드'(감독 장 피에르 다르덴·뤽 다르덴)는 평범한 무슬림 소년이었지만 종교 지도자 이맘에게 세뇌당한 후 어릴 적부터 자신을 가르친 선생님을 해칠 계획을 세우는 소년, 아메드(이디르 벤 아디)의 이야기를 그린 현실주의 드라마다.

다르덴 형제는 소외된 사람들, 중심에서 벗어난 사람들 이야기에 주목하며 사회적인 문제를 건드린다. 이들의 시선은 이번 영화에서도 드러난다. '소년 아메드'에서는 무슬림 디아스포라 속 극단적 믿음에 빠져든 소년, 아메드에 주목한다.

벨기에에 사는, 게임을 좋아하던 평범한 열세 살 소년 아메드는 종교 지도자 이맘을 만나고 그에게 사로잡히며 종교적 극단주의에 빠지게 된다. 세상에 없는 아버지, 그로 인해 생긴 소년의 마음속 빈자리를 대신한 게 이맘과 그의 가르침이다.

이에 따라 진정한 무슬림이 되기 위해 기도에 집착하고, 여성과의 접촉을 불경하게 여긴다. 그릇된 믿음이 쌓여가며 결국 아메드는 자신을 어릴 적부터 가르친 이네스 선생님을 이슬람교를 위협하는 '배교자'라며 '신의 이름으로' 죽이려 한다. 아메드에게 이는 '성전'의 과정이다. 아메드와 같은 10대 근본주의 테러리스트들의 모습을 우리는 이미 목도한 바 있다.

(사진=㈜영화사 진진 제공)

 

영화는 소년이 광신에 빠져드는 과정보다 극단주의에 빠진 소년이 어린 테러리스트가 된 이후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배교자를 죽이려는 시도는 실패했고, 어쩌면 신이나 교리보다 절대적이었던 이맘은 아메드를 떠났다. 소년 교정 시설로 보내진 아메드를 지탱하는 건 맹신이다. 배교자를 죽이기 위한 그의 계획과 시도는 계속되지만, 번번이 어그러진다. 여기에 새로운 곳, 새로운 인물들이 아메드 앞에 나타나며 혼란을 부추긴다.

무표정한 가면을 쓰고 말없이 있지만, 그의 행동과 가려진 감정들이 안경과 무표정을 비집고 나오려 함을 포착할 수 있다.

소년원에 간 아메드는 외부활동으로 농장 일을 돕게 되고, 그곳에서 또래 소녀 루이즈(빅토리아 블록)를 만난다. 갇혀 있던 마음, 갇혀 있던 장소를 벗어나 세상으로 나온 아메드는 루이즈와 만나는 시간이 길어지며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또래 소년이 느낄 법한 감정 말이다. 살아난 감정은 아메드 얼굴에 드러난다. 그리고 이 감정은 아메드를 종교적 믿음과 순수한 감정 사이에서 더욱 동요하게 만든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처음 느껴보는 낯선 감정, 그로 인해 자신을 지탱해 온 믿음이 흔들리자 아메드는 마지막으로 이네스 선생님을 처단하기 위해 찾아간다. 그러나 이미 소년의 믿음에는 균열이 찾아왔고, 배교자를 처단하러 간 곳에서 소년은 추락하고 만다.

그 순간 그가 부르짖은 것은 그토록 갈망했던 신이나 이맘이 아니라 소년에게 현실로 돌아오라 했던 엄마다. 그리고 추락한 그에게 가장 먼저 손을 내민 건 그토록 죽이고자 했던 이네스 선생님이다. 믿음과 몸은 추락했지만, 그 순간 소년은 원래 소년의 위치로 돌아가려 한다. 이 일말의 가능성을 믿고, 포착해내고자 다르덴 형제는 마지막까지 소년을 뒤쫓았다.

(사진=㈜영화사 진진 제공)

 

'소년 아메드'에서 아메드를 포착해내는 흥미로운 방법 중 하나는 카메라의 움직임이다. 다르덴 형제 영화답게 클로즈업과 핸드헬드, 롱테이크 등을 통해 아메드를 뒤쫓는다. 철저하게, 그러나 개입하지 않고 아메드만을 관찰하며 그를 뒤따른다. 아메드를 뒤쫓다가도 아메드 주변 인물들 사이를 오갈 때 카메라는 빠르게 흔들리며 전환된다.

때로는 마치 자신의 불안과 혼란으로부터 도망치듯 카메라로부터 도망치는 듯한 아메드가 그려진다. 카메라와 마주하지 않으려는 소년의 모습은 관객과 세상을 마주하지 않으려는 것처럼 보여 안쓰럽기까지 하다. 아마 그 작은 체구 속에 우리가 헤아릴 수 없는 큰 상처와 불안과 공포와 갈등 등이 복잡하게 뒤얽혀 있는 듯하다.

이러한 쫓고 쫓기는 듯한 카메라와 아메드 사이 움직임은 광신에 휩싸인 아메드의 흔들리는 심리 그 자체를 보여주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아메드를 쫓는 단순한 듯 보이는 이야기 속에서도 긴장이 이어진다.

익숙하지 않은 얼굴을 통해 영화에 현실감을 더하려는 다르덴 형제의 원칙은 '소년 아메드'에서도 적용된다. 아메드를 연기한 이디르 벤 아디는 지금 어딘가에 있을 소년과 그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영화의 마지막이 주는 여운은 오랜 시간 관객의 뇌리와 마음속에 남으며 질문과 기대를 동시에 던질 것이다. 그때, 우리는 잡힐 것 같지 않은 의문과 희망 앞에서 손을 내밀 수 있을까.

7월 30일 개봉, 84분 상영, 12세 관람가.
(사진=㈜영화사 진진 제공)

 

0

0

오늘의 기자

많이본 뉴스

실시간 댓글

상단으로 이동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다음 카카오채널 유튜브

다양한 채널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제보 APP설치 PC버전

회사소개 사업자정보 개인정보 처리방침 이용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