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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늘한 NBA 코트…때로는 '입방정'이 화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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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서부컨퍼런스 플레이오프 결승 진출에 기뻐하는 덴버 선수단 (사진=연합뉴스)

 


지난 12일(한국시간) 미국 올랜도에서 펼쳐진 2019-2020 미국프로농구(NBA) 서부컨퍼런스 플레이오프 2라운드 5차전에서 2쿼터 막판 마커스 모리스(LA 클리퍼스)와 폴 밀샙(덴버 너겟츠)이 거칠게 몸 싸움을 벌였다. 감정이 상한 두 선수는 말 다툼을 시작했다.

당시 모리스가 밀샙에게 건넨 말이 최근 미국 현지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모리스는 욕설을 섞어가며 "집으로 돌아갈 준비나 해"라고 비아냥댔다.

두 선수가 감정 다툼을 벌였을 때 클리퍼스는 덴버에게 56대40으로 크게 앞서있었다. 시리즈 전적에서도 3승1패 우위에 있었다.

NBA 플레이오프는 7전4선승제로 진행된다. 승부가 그대로 끝나면 클리퍼스는 서부 결승으로, 덴버는 집으로 가야하는 상황이었다.

밀샙은 모리스의 한 마디에 강한 자극을 받았다. 3쿼터에만 14득점을 몰아넣으며 덴버의 추격전을 이끌었다. 결정적인 활약이었다.

결국 덴버는 111대105 역전승을 거두고 귀가 위기에서 벗어났다.

밀샙은 5차전에서 총 17득점을 기록했다. 그가 올해 플레이오프에서 올린 한 경기 최다득점이다.

밀샙은 모리스의 자극을 계기로 덴버가 유약한 팀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프로 14년차 베테랑의 분발은 팀 전체에 영향을 끼쳤다.

덴버는 6차전에서 승리해 또 한번 살아남았고 기세를 몰아 7차전까지 잡아내며 시리즈를 4승3패로 뒤집었다. 오히려 집으로 돌아간 건 모리스를 포함한 클리퍼스 선수들이었다.

모리스가 밀샙에게 건넸던 말은 '트래시 토크(trash talk)'의 일종이다. 과격하고 거친 말로 상대를 자극하는 것이다. 선을 넘지 않으면 대부분 용인된다. 가족을 언급했다가는 큰 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

아무리 선을 넘지 않는 '트래시 토크'라 하더라도 상대를 가려가며 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은퇴한 NBA 레전드 케빈 가넷은 신인 시절이었던 1996년 2월27일 경기를 잊지 못한다.

가넷이 속한 원정팀 미네소타 팀버울브스는 전력이 강한 홈팀을 상대로 접전을 펼쳤다. 4쿼터 시작을 앞두고 점수차는 크지 않았다. 특히 슈팅가드 아이재아 라이더의 활약이 좋았다.

패기가 넘치는 가넷은 열정을 참지 못했다. 4쿼터를 앞두고 라이더에게 다가가 자신만의 스타일로 격려의 말을 쏟아냈다. "네 상대는 너를 절대 막지 못해. 날려버려. 계속 날려버려. 박살내버려"라고 말했다.

라이더는 싸늘한 기분을 느꼈다. 가넷이 언급한 자신의 상대가 근처에서 이 장면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라이더는 가넷에게 그만 하라고 했지만 가넷은 "무슨 상관이야"라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 라이더의 상대는 가만히 서서 가넷을 10초 이상 차갑게 바라봤다.

라이더의 상대는 바로 시카고 불스의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이었다.

3쿼터 막판 양팀의 점수차는 고작 2점이었다. 조던이 분노(?)하자 승부는 순식간에 갈렸다. 조던은 미네소타 수비 전체를 압도하며 폭발적인 득점 행진을 벌였다.

4쿼터 스코어는 38대23. 시카고는 미네소타를 120대99로 꺾었다. 조던은 35득점을 퍼부었다. 득점을 올릴 때마다 가넷과 라이더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가넷은 올해초 한 방송에 출연해 이같은 일화를 공개했다. 가넷은 "정신을 차려보니 2점차가 어느새 25점차가 돼 있었다"며 "이후 다시는 조던을 상대로 '트래시 토크'를 하지 않았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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