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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웠던 두산 황금기 주역들의 '라스트 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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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부터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두산 베어스의 황금기 멤버들 (사진=연합뉴스)

 


"자유계약선수(FA)도 많고, 다들 고민도 많이 하고, 올해는 선수들 사이에서 그런 모습이 특히 더 보였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의 말이다.

김태형 감독은 2014년 10월 두산의 제10대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OB 시절부터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휘했던 김태형 감독의 리더십과 베어스 특유의 화수분 야구는 절묘한 조화를 이뤘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의 첫 포스트시즌 시리즈는 극적이었다. 두산은 2015년 넥센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역대 포스트시즌 최다인 7점차 뒤집기를 선보이며 11대9로 승리했다.

두산은 플레이오프에서 5차전 접전 끝에 NC 다이노스를 따돌렸다. 한국시리즈에서는 5년 연속 우승에 도전한 삼성 라이온즈 왕조를 무너뜨리고 챔피언으로 우뚝 섰다.

당시 주축 유격수로 뛰었던 김재호는 올해 포스트시즌 초반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어떻게 보면 그때가 분위기가 훨씬 좋았다.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은 그때만큼 파이팅이 넘치지는 않는다"며 웃었다.

그 사이 두산에게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두산은 늘 마지막 우승을 다투는 무대에 서있었다. 선수들은 큰 무대에 적응해 즐기기 시작했고 그만큼 여유도 늘었다. 2010년대 중반부터는 그야말로 두산의 황금기였다.

두산은 그해부터 올해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2016년 한국시리즈 MVP 양의지는 2019시즌부터 NC 유니폼을 입었다. 2015년 우승을 견인했던 김현수는 메이저리그 무대를 거쳐 지금은 잠실 라이벌 LG 트윈스의 주장을 맡고 있다.

민병헌 역시 FA로 팀을 떠났고 2017년까지 10승 보증수표였던 장원준은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두산은 이같은 변화의 흐름 속에서도 특유의 근성과 화수분 야구로 프로야구 정상권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2015년과 2016년 한국시리즈를 제패했고 2019년 다시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두산은 2015년부터 올해까지 6시즌 동안 MVP 3명(2016년 니퍼트, 2018년 김재환, 2019년 린드블럼)과 골든글러브 수상자 13명을 배출했다.

하지만 프로스포츠에서 영원한 왕조는 존재할 수 없다. 황금기 두산의 남은 주역들에게 2020시즌은 '라스트 댄스'나 다름 없었다.

두산 베어스의 김재환 (사진=연합뉴스)

 



지난 수년동안 두산을 리그 최강팀으로 이끌었던 수많은 주축 선수들이 시즌이 끝난 뒤 FA 권리를 얻기 때문이다.

야수 중에서는 오재일, 김재호, 최주환, 허경민, 정수빈 등이 대표적이고 투수 중에서는 유희관, 이용찬, 이현승 등이 있다.

지난 몇년동안 스토브리그에서 주축 FA들의 이적을 바라보기만 했던 두산으로서는 한꺼번에 쏟아지는 FA들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설상가상으로 올 시즌 초반 모기업 두산중공업의 경영난으로 인해 야구단 매각설이 돌기도 했다.

황금기 주역들 다수는 이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들도 이같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올해 포스트시즌이 더욱 특별했다.

지난 6년동안 두산의 내야를 굳게 지켰던 베테랑 오재원은 "우리끼리 농담으로 이 멤버가 같이 뛰는 게 마지막일 수 있다고 말한다. 각자 마무리를 잘하고 싶어 한다. 좋은 추억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재호는 주축 선수들이 함께 뛰는 마지막 시즌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의식하는지 묻는 질문에 "의식한다. 많이 의식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재호는 "선수들 모두 같은 마음이다. 앞으로 야구 인생에서 이렇게 좋은 멤버로 야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또 있을까, 이제는 그런 고민이 생기는 시기"라며 "좋은 추억을 오래 갖고 가려고 하고 있다"

2015년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했던 정수빈 역시 "많은 FA들이 우리 팀에 남으면 좋겠지만 저 뿐만 아니라 FA 선수들과 모든 선수들이 그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올해 조금 더 뭉치게 되는 분위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두산은 특별한 동기부여로 똘똘 뭉쳤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잠실 라이벌을 완파했고 플레이오프에서는 KT 위즈의 돌풍을 꺾었다. 그야말로 파죽지세였다.

그리고 두산은 대망의 한국시리즈 무대에 다시 섰다. 하지만 정규리그 챔피언 NC는 강했다.

두산은 24일 오후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2대4로 패하면서 시리즈 전적 2승4패로 무릎을 꿇었다.

두산의 황금기 멤버들은 어느 때보다 잘하고 싶어 의욕을 보였지만 이는 역으로 심리적인 위축으로 이어졌다. 김태형 감독이 가장 아쉬워 한 대목이다.

두산의 2021시즌 로스터가 어떻게 구성될 지는 누구도 모른다. 두산이 얼마나 많은 FA를 잔류시킬 수 있을지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선수들은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하기 위해 끝까지 노력했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과 3번의 우승. 두산의 황금기는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오래 지나지 않아 두산의 전성시대가 다시 찾아와도 놀랄 일은 아니다.

두산은 올해 가을야구를 통해 김민규, 이승진 등 많은 원석들을 발굴했다. 또 후배들이 선배들과 함께 동행하며 쌓은 경험은 언제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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