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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들기]'학폭 하차' 억대 손해는 누가 책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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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사 관계자 "배상 청구 안 해 왔지만…이번엔 다를 수도"
업계 관계자 "계약서 조항 세부화…학폭 명시할 가능성 높아"
소속사는 "학폭 조항 생겨도 검증 한계 문제 분명히 존재"

에이프릴 이나은과 배우 지수. 황진환 기자, KBS 제공

 

연예계 학교 폭력으로 방송가에 비상이 걸렸다. 사상 초유의 주연 배우들 하차와 재촬영은 현실이 됐다. 제작사와 방송사는 막대한 금전적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배우 지수는 4일 온라인에서 제기된 학교 폭력 가해 의혹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이에 따라 그가 주인공으로 출연 중이던 KBS2 월화드라마 '달이 뜨는 강'에 곧바로 타격이 미쳤다. '달이 뜨는 강'은 5일 지수의 하차를 밝히고 배우를 나인우로 교체, 재촬영을 결정했다.

SBS 새 금토드라마 '모범택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주연 배우인 그룹 에이프릴 이나은이 전 멤버 이현주에 대한 왕따 의혹에 연루된 탓이다. 소속사 DSP엔터테인먼트는 이를 부인했지만 결국 이나은은 하차 수순을 밟게 됐다. 아직 방영 전인 '모범택시'는 새로운 배우를 섭외해 이나연 출연 분량 전체를 재촬영할 예정이다.

KBS2 금요드라마 '디어엠' 역시 위태롭다. 아직까지 학교 폭력 의혹이 불거진 배우 박혜수가 하차하지는 않았지만 시청자 여론은 강력하다. 9일 기준 KBS 시청자권익센터 홈페이지에 올라온 박혜수 하차 청원은 4천명 넘는 동의를 얻었다. 공영방송인 KBS가 이런 여론에도 방영을 강행하기에는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사건은 박혜수와 피해자 양측의 팽팽한 입장 차로 인해 법정에서 진실을 가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렇다면 긴 법적 공방이 끝날 때까지 방영을 무기한 연기하기 보다는 시청자 여론을 고려해 나은의 경우와 같은 조치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재촬영을 선택할 경우 드라마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가라앉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금전적 손해는 적게는 수십억, 많게는 수백억에 달한다. 현재 방송 중인 '달이 뜨는 강'은 이미 95%, '모범택시'는 60% 사전제작을 마친 상태였다. 더욱이 '디어엠'은 100% 사전제작 드라마다.

업계에 따르면 실제 범법행위 외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배우 개인적 사유로 인해 작품에 피해를 입힐 경우 손해 배상 등은 출연 계약서에 명시돼 있다. 문제는 이것이 실제 손해 배상으로는 이어지지 않는 관행에 있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분명 법적으로 가면 배상 청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미투' 당시에도 그랬지만 실제로 이 조항이 적용된 적은 거의 없다. 이 업계가 결국 다 돌고 도는지라 그 소속사·소속 배우들과 계속 일하지 않을 각오를 하지 않는 이상은 그렇다"라고 전했다.

이어 "지금 20대, 소위 청춘 배우들을 중심으로 학교 폭력 의혹이 터지고 있어 이들을 기용한 작품들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물론 이번 사태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낼 가능성도 있다. 이후 제작되는 드라마 출연 계약서에는 학교 폭력을 특정한 조항으로 포함시키고, 제작사들이 소속사나 해당 배우에게 막대한 피해액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관계자는 "사실상 선의의 피해자들이 너무 많고, 단순 논란이라도 이미 시청자 몰입도 문제 때문에 재촬영 외 선택지를 찾기 어렵다. 그럴 경우 결국 피해액이 너무 크기 때문에 관행대로 하지 않고 손해배상 청구로 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학교 폭력 논란을 계기로 새로운 업계 기준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이제는 계약서 조항이 보다 세부화 될 것으로 보인다. 아마 계약서에 '학교 폭력'을 특정한 조항으로 명시할 가능성이 높다"며 "방송사 입장에서는 언제까지 편성을 미룰 수 없고, 법적 판결이 날 때까지 기다리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부인하는 배우에게 하차를 압박할 수도 없다. 그나마 피해를 최소화 하는 건 해당 배우가 자진 하차하는 방향"이라고 진단했다.

'학교 폭력' 조항이 생겨도 사실상 연예인 본인 양심에 맡기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 매니지먼트를 맡은 소속사가 검증을 해야 하지만 '표면적 조사' 이상 진행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한 소속사 관계자는 "최대한 검증할 수 있는 만큼은 하겠지만 일단 전속계약을 맺기 전 사안이고, 수사기관처럼 권한을 갖고 조사할 수도 없어 해당 연예인 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검증을 한다 해도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파고들기'는 CBS노컷뉴스 문화·연예 기자들이 이슈 깊숙한 곳까지 취재한 결과물을 펼치는 코너입니다. 간단명료한 코너명에는 기교나 구실 없이 바르고 곧게 파고들 의지와 용기를 담았습니다. 독자들 가슴속 깊이 스며드는 통찰을 길어 올리겠습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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