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을 통한 여권 인사 고발 사주 의혹의 제보자임을 밝힌 조성은 씨. 연합뉴스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을 밝혀낼 주요 단서인 제보자 조성은씨와 김웅 국민의힘 의원과의 텔레그램 대화방이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삭제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조씨는 방이 폭파됐더라도 증거는 훼손되지 않았다면서 조만간 로그 기록 전체를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15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해보면, 공수처가 조씨로부터 확보한 휴대전화에는 김 의원과의 텔레그램 대화방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은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윤 전 총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現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 범여권 관계자들에 대한 고발장을 김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조씨와 김 의원과의 대화방은 그 연결고리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주요 근거로 손꼽혀왔다. 공수처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수사로 전환하면서 조씨의 휴대전화 포렌식에 나섰지만, 이미 조씨가 방을 폭파한 상태에서 휴대전화를 건네 받았다.
조씨는 전날 CBS노컷뉴스 취재진과 만나 인터넷매체 뉴스버스의 고발 사주 의혹 보도 이후 김 의원과의 대화방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조씨는 대화방이 없더라도 텔레그램 대화 소스를 수사기관에 제출했고 원본 확인을 받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조씨는 "신분 노출이 끔찍했기 때문"이라고 방을 폭파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도 CBS노컷뉴스의 보도 직후 자신의 SNS를 통해 "손준성 검사 등이 해당 날짜에 대화로 자료를 송부한 것은 전부 디지털 포렌식 과정과 진본 확인을 마쳤기 때문에 지난해 4월 3일부터 8일까지의 대화 기록인 것은 '주장'이 아니라 '사실 관계'로 입증된 사실"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김웅 의원. 윤창원 기자특히 조씨는 지난해 4월 3일부터 8일까지의 원본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손준성 검사가 보낸 자료들이 새롭게 저장된 날짜 외에 지난해 4월 3일부터 8일에 직접 다운로드 기록이 있는 이미지 원본들을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오후에도 SNS를 통해 "살인사건에서 흉기와 범인의 지문, 발자국이나 기타 증거까지 명백한데 살인장면을 다 찍어놓지 않았기 때문에 살인사건의 범인이 아니라고 발 뺄 순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조씨와 김 의원 사이에 고발장 등을 주고 받은 대화방 자체가 사라지면서 공수처가 확보한 자료의 증거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작이 쉬운 디지털 기록의 특성상 최근 법원에서 디지털 자료의 증거 능력을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어서다. 아무리 원본을 캡처했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사본이기 때문에 증거로 보기에는 부족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조씨가 제출한 자료를 포렌식한다고 해도 원본과의 대조가 불가능하다보니 증거 능력으로서의 의미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수사기관으로선 대화방 폭파로 인해 난감한 상황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