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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오징어 게임의 말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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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
오징어 게임의 주인공 자동차회사 쫒겨난 뒤 나락으로 떨어지는 인물
얼마 전 직원 월급 주고 사망한 자영업자와 오버랩
일본과 비교해도 턱없이 부족한 손실보상 크게 늘려야
자영업자 희생으로 유지하는 방역대책 재고해야 할 때

연합뉴스연합뉴스넷플릭스의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넷플릭스가 서비스되는 거의 모든 지역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발리우드'라는 영화 용어가 있을 정도로 자국 영화에 열광적인 인도에서도 1위를 차지할 정도다.
 
프랑스에서 개장한 오징어 게임 체험관에 들어가기 위해 새벽부터 줄이 장사진을 이루고, 어렵게 들어간 체험관에서는 설탕 뽑기 게임에 열중하는 모습이 연출된다. 아마존에서는 진행요원들이 쓴 검정색 가면과 분홍색 점프 수트가 할러윈데이 용품으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고, 참가자들이 입었던 녹색 트레이닝복까지 인기 품목에 자리를 올렸다.
 
이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목숨까지 내놓고 게임을 해야 하는 처절한 상황을 긴박하게 그려낸 것도 있지만, 이 게임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모두 벼랑 끝에 서있는 절박한 사람들이라는 점도 팬데믹 상황과 맞물려 공감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일 것이다.
 
자동차 회사 노동자였던 주인공은 회사의 구조조정으로 쫓겨나 자영업에 손을 대지만 결국 실패한 뒤 나락으로 떨어지는 인물이다. 코로나 시대 가장 큰 희생을 감수하고 있는 우리 주변의 자영업자들이 오버 랩 된다.
 
프랑스 파리에서 '오징어 게임' 체험하러 모여든 인파. 연합뉴스프랑스 파리에서 '오징어 게임' 체험하러 모여든 인파. 연합뉴스얼마 전 치킨 집을 운영하던 자영업자가 직원들에게 마지막 월급을 준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만일 이 자영업자가 지하철역에서 오징어 게임 참가를 권유하는 그 잘생긴 남자를 만났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코로나 확진자가 2천명 대를 오르내리면서 거리두기 4단계가 2주 더 연장됐다. 식당 운영시간이 탄력적으로 늘기는 했지만, 여전히 밤거리는 한산하고 식당은 텅 비어 있다.
 
지난 1년 사이 자영업자들의 빚은 2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들에 대한 손실보상법이 어렵사리 통과됐지만, 얼마나 실질적인 도움이 될 지는 미지수다. 지급대상도 지나치게 제한적이고 예산 역시 턱없이 적다. 
 
정부가 편성한 7월~9월 손실보상액은 6천억 원이었다. 그나마 국회에서 1조원으로 늘려 놓았다. 내년 예산도 2조원에 불과하다. 
 
이한형 기자이한형 기자일본이 긴급사태를 선언하고 자영업자들에게 손실보상으로 지급한 금액은 하루 4만 엔에서 10만 엔에 이른다. 미국이나 다른 유럽국가들 역시 비슷한 수준의 보상이 이뤄졌다.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이 아무리 높다고 해도 너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최근 대선판은 물론 우리 사회에서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것은 대장동이다. 주역에서 차용한 화천대유라는 기묘한 이름의 부동산 개발 회사에 연루된 인사들이 법조계와 언론계, 정치권을 막론하고 쏟아져 나온다.
 
대장동 개발이익은 수천억 원대에 이르고 그 돈을 성남시와 민간업자들이 나누는 과정에서 뇌물이 오간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본업을 젖혀둔 채 이 사업에 매달렸던 어떤 변호사는 천문학적인 돈을 챙긴 뒤 미국으로 잠적했다.
 
이한형 기자이한형 기자거리에서 오징어 게임의 말처럼 하루하루 힘겹게 그야말로 생존투쟁을 벌이고 있는 자영업자들에게 '대장동'이라는 이슈는 어떤 희망을 줄 것인지. 50억원의 퇴직금을 받고도 자신이 오징어 게임의 '말'이었다고 주장하는 어떤 국회의원의 아들이 '말'은 어떤 울림으로 다가 올 것인지.
 
자영업자들의 희생으로 유지하는 가혹한 방식의 방역대책은 이제 재고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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