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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직은 선발, 불펜은 알바…시급 안 챙겨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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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1위 도약 숨은 주역, 좌완 최채흥의 전격 보직 전환

23일 kt와 홈 경기 승부처인 8회 등판해 역투하는 삼성 최채흥. 대구=삼성23일 kt와 홈 경기 승부처인 8회 등판해 역투하는 삼성 최채흥. 대구=삼성
지난 5년 동안 암흑기를 거쳐 2015년 이후 처음으로 가을야구 진출을 확정한 삼성. 더 나아가 역시 6년 만의 정규 시즌 우승도 바라보고 있다.

삼성은 25일 현재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75승 57패 9무로 2위 kt(74승 57패 8무)에 0.5경기 차 앞서 있다.

사자 군단 1위 도약의 숨은 공신은 좌완 최채흥(26)이다. 최채흥은 지난 22, 23일 kt와 홈 2연전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승부처에서 투입돼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최채흥은 22일 4 대 2로 앞선 1사 1루에서 등판해 상대 간판 타자 강백호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빠른 공으로 리그 최고 타자로 꼽히는 강백호를 얼린 강심장이 돋보였다.

23일에는 더욱 빛났다. 최채흥은 3 대 0으로 앞선 8회초 등판 심우준, 황재균, 배정대를 모두 삼진 처리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이날 완승으로 삼성은 kt를 1경기 차로 따돌리고 1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

사실 최채흥은 지난해부터 풀 타임 선발 투수로 활약해왔다. 그러나 시즌 막판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이는 팀 상황에 맞게 불펜으로 보직을 변경했다. 19일 두산전에서는 다소 부진했지만 1, 2위 대결이 펼쳐진 중요한 순간 존재감을 뽐냈다.

삼성 허삼영 감독도 24일 SSG와 경기를 앞두고 "제구가 좋아 포수가 원하는 대로 줄 수 있는 커맨드를 갖췄다"면서 "위험 효소가 적은 유형의 투수"라며 최채흥의 불펜 전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정현욱) 투수 코치가 좋은 결정을 내린 것 같다"면서 "좋은 역할을 해줄 거라 믿고 있고 앞으로도 중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흐뭇한 표정이다.

최채흥도 흔쾌히 불펜 전환을 받아들였다. 최채흥은 "불펜으로 간다고 해서 마음 상하지 않았다"면서 "3경기째인데 긴장된 상황에서 등판하는 게 재미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올해 성적이 상위권이라 가을야구쯤 되면 5선발이 중간으로 가는데 당연히 하겠구나 생각하고 준비도 했다"고 덧붙였다.

불펜도 적성에 맞는 모양이다. 최채흥은 "kt전에서 이상하게 긴장 많이 될 줄 알았는데 불펜에 대기하고 있을 때부터 나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더라"면서 "나갈 때도 설렜고 재미있었는데 이런 상황에 나갈 일이 몇 번이나 있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배짱이 두둑하다. 최채흥은 승부처 등판에 대해 "긴장하는데 경직되거나 그러진 않았다"면서 "상황에 맞게 될 대로 되라 식으로 가면 긴장도 덜하게 된다"고 비결을 귀띔했다. 이어 "공 하나 실수하면 선발 투수는 만회할 수 있지만 불펜은 끝나버리니까 더 집중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완전히 불펜으로 보직이 변경되는 걸 원하는 걸까? 최채흥은 "불펜은 나한테 인 맞고 선발이 딱이고 좋다"고 다급하게 손사래를 쳤다. 이어 "가을야구는 그야말로 불펜 아르바이트"라며 "시급을 줬으면 좋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팀을 위해 선발 대신 불펜으로 백의종군하고 있는 최채흥. 2018년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최채흥의 가을이 의젓하게 무르익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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