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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기]방송가는 지금 '멋진 언니들' 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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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우파' '골때녀' 등 여성 중심 예능들 뜨거운 인기
드라마는 장르와 캐릭터 다변화…여성 서사물 대세
"여성 캐릭터 주체성과 공감이 시청자 선택 기준돼"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출연한 댄스팀 리더들. 왼쪽부터 '라치카' 가비, '프라우드먼' 모니카, '코카N버터' 리헤이, '원트' 효진초이, '홀리뱅' 허니제이, '웨이비' 노제, '훅' 아이키, 'YGX' 리정. 엠넷 제공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출연한 댄스팀 리더들. 왼쪽부터 '라치카' 가비, '프라우드먼' 모니카, '코카N버터' 리헤이, '원트' 효진초이, '홀리뱅' 허니제이, '웨이비' 노제, '훅' 아이키, 'YGX' 리정. 엠넷 제공그야말로 '언니들' 시대가 활짝 열렸다. 예능도, 드라마도 여성 서사가 대세다. 오랜 시간 소외됐던 여성들 이야기가 드디어 방송가의 중심에 섰다.

최근 종영한 엠넷(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와 SBS 금토드라마 '원 더 우먼'의 공통점은 하나다. 모두 여성들 혹은 여성이 주인공이라는 것.

'스트릿 우먼 파이터'는 화려한 무대 위 주목 받지 못했던 댄서, 특히 여성 댄서들을 전면에 내세워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들은 매회 창조적인 무대를 통해 댄서가 연예인을 장식하는 부수적 존재가 아니라 한 분야의 전문가이자 예술가임을 증명했다. 통상 귀엽거나 섹시한 춤으로 대표돼 온 여성 댄서들 이미지를 단번에 뒤집었다.

무엇보다 평가와 투표, 탈락이 의미 없는 '언니들'의 케미스트리가 시청자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경쟁은 언제나 치열했지만 그들은 서로의 방식을 존중하고 인정했다. 그 뿌리에는 어떤 경연 프로그램에서도 볼 수 없는 끈끈한 의리가 있었다. 대중에게 선보일 수 있는 무대를 완성하기까지 각자 흘렸던 땀과 노력의 무게를 알기 때문이다.

결국 '스트릿 우먼 파이터'는 '프로듀스' 시리즈 조작으로 나락에 빠졌던 엠넷을 구원했을 뿐 아니라 '댄스씬'을 주류로 자리매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클래식한 무용이 아닌 '스트릿 댄스' 역시 하나의 대중예술 장르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다.

SBS '골 때리는 그녀들' 멤버들. SBS 제공SBS '골 때리는 그녀들' 멤버들. SBS 제공SBS '골 때리는 그녀들'은 여성 스포츠 예능 시대를 활짝 열었다.

그 동안 방송가에서도 축구, 야구 등 메인 스포츠 분야는 대부분 남성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져 왔다. 그러나 '골 때리는 그녀들'은 이 고정관념을 뒤집고 여자 연예인들을 모아 팀을 꾸렸다.

파일럿 당시만 해도 반신반의하는 시선이 쏠렸다. 하지만 스포츠와는 거리가 멀 것 같았던 방송인, 모델, 배우 등 각기 다른 멤버들의 뜨거운 승부욕과 각본 없는 드라마가 인기를 견인했다. '골 때리는 그녀들'은 현재 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이하 동일)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 SBS 간판 예능으로 자리매김했다.

트렌드에 민감한 드라마나 시리즈는 여성 원톱 또는 여성 주연물이 부쩍 눈에 띄게 늘었다.

최고 시청률 17.8%를 기록한 '원 더 우먼'을 비롯해 tvN '마인', SBS '펜트하우스' 등은 여성 캐릭터들의 촘촘한 서사로 흥행에 성공했다.

현재 방송 중인 드라마들 면면만 보더라도 이는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영애와 고현정이 원톱 주연을 맡은 JTBC '구경이'와 '너를 닮은 사람' 그리고 전지현과 박은빈 캐릭터가 이끌어 가는 tvN '지리산'과 KBS2 '연모' 등이 그렇다.

과거라면 전체 드라마 시장에서 남자 원톱물과 주연물 사이 가뭄에 콩 나듯 있었을 여성 서사 드라마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고정관념 깬 시각 전환…액션도 '빌런'도 여배우 몫

웨이브, 넷플릭스, SBS 제공웨이브, 넷플릭스, SBS 제공장르와 캐릭터 다변화는 최근 여성 서사 드라마들의 지향점을 보여준다. 넷플릭스 등 다양성을 중시하는 OTT 플랫폼들이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이 같은 경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넷플릭스 '마이 네임', 웨이브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는 여성 원톱 액션 드라마와 정치 드라마를 선보였다. '마이 네임'의 경우 넷플릭스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여성 원톱 액션물의 가능성을 높였다. 김성령은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로 50대에 원톱 주연을 꿰찼다.

남자 배우들과 달리 40대에 접어드는 순간부터 엄마, 시어머니 등 천편일률적인 역할밖에 주어지지 않았던 여자 배우들에게 드디어 기회의 장이 열린 셈이다. 액션, 정치 등 남자 배우들이 주를 이뤄 온 장르물에서 여자 배우들이 점점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야망 넘치는 권력자나 섬뜩한 악역 등도 더이상 남자 배우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김서형이 연기한 '마인'의 재벌가 며느리 정서현은 그룹 총수 자리에 올랐고, 진서연이 맡은 '원 더 우먼'의 재벌가 딸 한성혜는 회장이 되기 위해 살인도 서슴지 않는 권력형 '빌런'(악당)이었다. '구경이'의 김혜준은 사이코패스 살인마 케이 역으로 변신했다.

이전에도 여자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는 드라마는 많았지만 그 시각이 다분히 남성 중심적이라 여성 서사물로 보기 어려웠다. 주로 가부장적 세계를 안온하게 그리는 주말연속극이 여기에 해당한다. 단순 수치 성장이 아니라 시각의 전환이 관건이라는 이야기다.

뻔한 남장 여자 로맨스를 탈피한 '연모'가 대표적이다. 드라마는 남장 여자 세자에게 반한 남자 주인공이 아니라 비극적 사건으로 세자가 된 여자 주인공의 시각에서 전개된다. 박은빈이 연기하는 세자 이휘 역에는 운명적 역경 등 영웅다운 주인공 설정이 부여됐다. '연모'는 그런 이휘의 고뇌와 심리를 따라간다.

그렇다면 이 같은 변화의 이유는 무엇일까. 여성 시청자들의 작품 선택 기준이 달라진 덕이 크다. 방송가가 소비자들의 '니즈'에 따라 움직였다는 진단도 나온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중문화 콘텐츠에서 남성 중심 현상이 굉장히 심했다. 여기에 자연스럽게 반발이 일어났고, 마침 그 시기 여성주의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트렌드가 바뀌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를 거치면서 예능이나 드라마 콘텐츠 속에서 여성들의 배치가 강화됐다"며 "특히 영상 콘텐츠를 많이 소비하는 여성 시청층이 작품을 보는 기준도 과거와 달라졌다. 얼마나 여성 캐릭터를 주체적으로 그리는지, 여성들이 공감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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