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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블랙코미디 뮤지컬 매력에 푹…'젠틀맨스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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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2022년 2월 22일까지

쇼노트 제공쇼노트 제공알고 보면 잔혹한 연쇄 살인극이다. 그런데 무섭기는 커녕 한 명씩 죽을 때마다 피식피식 웃음이 나온다.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 중인 코미디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사랑과 살인편' 이야기다.

2012년 미국에서 초연한 '젠틀맨스 가이드'는 2014년 브로드웨이 4대 뮤지컬 시상식(토니 어워드·드라마 데스크 어워드·외부비평가협회상·드라마리그 어워드)에서 '최우수 뮤지컬상'을 거머쥐며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코미디 뮤지컬은 국내 관객에게 낯선 장르라 2018년 한국 초연 당시 흥행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관객은 열띠게 호응했다. 이번 공연은 2020년 재공연에 이은 세 번째 시즌이다.

작품은 로이 호니만의 소설 '이스라엘 랭크: 범죄자의 자서전'(1907)과 영화 '친절한 마음과 화관'(1949)이 원작이다. 1909년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낮은 신분으로 가난하게 살아가던 '몬티 나바로'가 자신이 고귀한 다이스퀴스 가문의 8번째 후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백작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이들을 하나씩 제거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작품은 다이스퀴스 가문의 적수들과 펼치는 몬티의 도장깨기를 블랙 코미디 형식으로 풀어냈다. 몬티가 제거해야 할 하이허스트성의 백작과 후계자는 죄다 탐욕스럽고 위선적이다. 백작은 가난한 이들을 하류인생이라며 무시하고 후계자들은 난봉꾼 한량, 무늬만 성직자, 가증스러운 자선사업가 등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몬티는 이들을 기발한 방식으로 살해하는데, 그 과정 하나하나가 재밌으면서 통쾌하다.

쇼노트 제공쇼노트 제공관객을 끊임없이 웃게 하는 건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연기다. 극을 이끄는 몬티 나바로(유연석·이석훈·고은성·이상이)는 순수함부터 부와 권력에 대한 욕망까지 인간의 다양한 내면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어떤 배역과도 찰떡 호흡을 보여준다. 특히 유연석의 경우 전작인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를 연상케하는 대사("어디서 많이 본 의사 양반", "슬기로운 은행 생활 하기 바라네")가 곳곳에 등장해 깨알재미를 준다.

작품의 백미는 홀로 1인 9역(다이스퀴스 가문 백작과 여덟 후계자)을 책임지는 다이스퀴스(오만석·정성화·정문성·이규형)의 연기력이다. 다이스퀴스는 퀵체인지(등장인물이 벡스테이지에서 빠르게 다른 의상으로 갈아입는 과정) 가운데서도 180도 다른 9개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한다. 탄탄한 내공으로 빚어낸 애드리브가 발군이다. 갓 잡은 생선처럼 극을 활기차게 만든다. 배우마다 매력과 색깔이 다른만큼 다양한 조합으로 관람해도 좋을 듯하다.

작품을 풍성하게 해주는 건 영상과 음악이다. 무대 앞쪽에 설치한 LED스크린은 장면이 바뀔 때마다 시·공간적 배경으로 쓰인다. 화려한 색감이 눈길을 잡아끄는 것은 물론 무대 세트 전환을 최소화해 빠른 극 전개를 돕는다. 음악(음악감독 양주인)은 오페레타 형식(19세기 대중적인 음악극)을 결합해 작품의 밸런스를 잡아준다. 오케스트라가 무대 4m 위의 피트에서 배우들의 정수리를 내려다보며 연주하는 풍경도 볼거리다. 광림아트센터 BBCH홀 2022년 2월 22일까지.쇼노트 제공쇼노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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