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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여성 성폭행' 군 정보요원 '무죄'…"위력 입증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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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정보사령부 중령·상사, 공작 대상자 탈북 여성 성폭행 혐의
재판부 "그루밍 성폭력…다만 위력 입증 안 돼 무죄"
무죄 선고 후 재판부 "피고인들이 잘해서 무죄 아냐" 일침
피해자, 울먹이며 "억울하다" 토로

18일 군 정보요원의 성폭력 재판이 열린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피해자 변호인인 전수미 변호사 등이 피고인 엄벌을 청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김형준 기자18일 군 정보요원의 성폭력 재판이 열린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피해자 변호인인 전수미 변호사 등이 피고인 엄벌을 청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김형준 기자탈북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전직 군 정보부대 간부 2명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2부(박남준 부장판사)는 18일 피감독자간음 등 혐의로 기소된 전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A상사와 B중령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A상사는 2018년 5월~2019년 2월 6차례에 걸쳐 탈북여성인 C씨가 취한 틈을 타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2019년 9월 합의서 공증 관련 문제로 말다툼을 하다 C씨를 폭행한 혐의도 받는다.

B중령은 2019년 1월 C씨와 식사를 한 뒤, 그의 집에 들어가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국방정보본부 예하 정보사령부에서 공작담당관과 팀장으로 근무하던 이들은 북한 무기 연구소에서 근무했던 C씨에게 접근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C씨는 이들이 마음만 먹으면 자신을 북한으로 돌려보낼 수 있다는 두려움에 수년 간의 성폭행 등을 견뎠다고 진술했다.

이번 사건은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저지르는 '그루밍 성폭력'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재판부는 그루밍 성폭력을 증명할 수 있는 '위력'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무죄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그루밍 성범죄 형태로서, 피고인들은 서로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범죄에 위력이 행사됐는지가 중요한데 그 증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들과 피해자간 카카오톡 대화나 녹음 파일 등이 있긴 한데, 위력을 행사한 부분에 대한 근거는 부족하고 합의 후에 성관계를 했다는 것에 부합한다"며 "또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잘못이 없어서 무죄를 선고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무죄 선고 후 재판부는 피고인들을 불러 세운 뒤 "피고인들이 잘해서 무죄가 나온 게 아니다"라며 "그루밍 성폭력에 대한 증거 입증이 어려워서 무죄가 나온 것이지 피고인들이 잘 하셔서 무죄가 나온 게 아니란 걸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피고인들에게 무죄가 내려지자 피해자인 C씨는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법정을 떠나지 않았다. C씨는 재판정에서 나온 뒤에도 울먹이며 "억울하다"고 했다.

C씨의 변호인 전수미 변호사는 "성인지 감수성이 없는 판결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북한에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것이 아닌데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느냐"며 항의하다가 퇴정당하기도 했다.

한편 A상사 등은 국방부 보통군사법원 재판을 받았지만, 이번 사건으로 해임되면서 재판은 같은 심급인 성남지원으로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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