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이 관양현대 조합에 제안한 시그니처 캐슬 조감도. 롯데건설 제공롯데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이 안양 관양동 현대아파트(관양현대) 재건축정비사업 수주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현대산업개발 입장에서는 광주에서 연이은 붕괴사고로 신뢰도가 크게 추락한 상황에서 이후 회생 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첫 시험대로 해당 사업 수주 여부가 꼽힌다. 롯데건설의 경우도 안전성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현대산업개발과 수주전에서 질 경우 브랜드의 가치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커 전사 역량을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관양현대 조합은 오는 5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열 예정이다. 조합은 오후 2시 롯데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이 참여하는 합동설명회를 들은 뒤 조합원 투표를 통해 시공사를 결정할 예정이다. 추정공사비는 4200억원이다.
롯데건설은 해당 조합에 '시그니저 캐슬'을 제안한 상태다. 아울러 해당 단지에 '롯데월드타워'와 대만의 '타이페이 101',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등 세계적인 건축물 구조를 설계한 저디(JERDE)사(社)에 외관 디자인을 맡기고 7가지 평면 옵션과 특화설계 등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함께 △사업추진비 책임조달 △무상입주 및 환급 확정 △골든타임 분양제 △물가인상에 따른 공사비 인상 없음 △분담금 입주 2년 후 납부 △환급금 조합원 분양 계약시 100%선지급 △마이너스 옵션(가구당 4천만원) △사업비 전액 무이자 대여 △인테리어 업그레이드 비용 지급(가구당 1천만원) 등을 제시했다.
현대산업개발도 파격적인 공약으로 맞서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관리처분 총회 전 시공사 재신임 절차 진행 △특수목적법인(SPC) 설립 등을 통한 사업추진비 2조원 조달 및 사업추진비 세대당 7천만원 지급 △안양 최고 시세(3.3㎡당 4800만원) 기준 일반분양가 100% 반영, 대물변제 통한 조합원 이익 보장 △매월 공사 진행현황 및 외부 전문가 통한 안전진단 결과 보고 △외부 전문 안전감독관 업체(CM) 운영비용 부담 등을 약속했다.
공약 외에 각종 의혹 등 진흙탕 싸움 양상도 전개됐다. 롯데건설과 관련해서는 관양현대 재건축 조합에 제시한 설계도면과 조감도가 다르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롯데건설은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반박했다. HDC현산은 조합원을 대상으로 로비성 관광을 제공 하고 일부 조합원 명의를 도용해 여론전을 벌였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HDC현산은 "(해당 의혹과 관련해) 확인해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양사가 이렇게 관양현대 재건축정비사업 수주에 사활을 건 이유는 '광주 붕괴 사고'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광주 붕괴 사고가 없었다면 상대적으로 대형 건설사인 HDC현산이 다소 유리한 상황이 전개됐겠지만 광주 붕괴사고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수주전 결과가 4200억 규모 사업 진행 이상의 후폭풍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광주 사고 이후 정비사업 조합을 중심으로 '현산 보이콧'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현대산업개발이 관양현대 사업을 따내지 못할 경우 이후 수주전에서도 불리한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HDC현산과 HDC그룹 지주사인 HDC㈜의 신용등급 조정을 두고 검토에 들어간 만큼 수주전 결과에 따라 자금 압박이 커질 위험도 있다. 광주 붕괴사고 직후 유병규 대표이사가 대국민 사과문보다 긴 자필 사과문을 조합에 보낸 배경으로 관양현대 사업장의 이런 특성이 꼽힌다.
롯데건설도 연이은 붕괴 사고로 안전성에 대한 신뢰도가 땅에 떨어진 현대산업개발과 경쟁에서 패한다면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광주 붕괴 사고 이후 일각에서는 관양현대 시공사 선정 결과가 따 놓은 당상이라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이런 상황에서 결과가 나쁠 경우 타격이 더 클 수 있어 롯데건설 입장에서도 사활을 걸고 수주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