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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PD '민주당 항의' 하차 후폭풍…"국민은 안 무섭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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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이재익의 시사특공대' 이재익 PD 하차 논란 계속
이 PD "노래 가사 민주당 항의에 회사 조치로 하차"
SBS 노조 "민주당 한 마디에 교체? 방송 자유 침해 그만"
시청자들 게시판 항의 봇물…"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이재익 PD. SBS 라디오 '이재익의 시사특공대' 유튜브 영상 캡처이재익 PD. SBS 라디오 '이재익의 시사특공대' 유튜브 영상 캡처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항의에 따른 SBS 라디오 진행자 하차 논란이 거세다. 청취자들은 물론이고 SBS 구성원들까지 언론 자유와 방송 독립 침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재익의 시사특공대' 진행자 이재익 PD는 지난 6일 블로그에 자신이 그만두게 된 정황을 자세히 전했다.

해당 글에 따르면 문제의 발단은 지난 4일 첫 곡으로 나온 DJ DOC '나 이런 사람이야'의 가사를 소개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이 PD는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막 대하고 이 카드로 저 카드 막고'라는 가사를 들어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막 대하는' 그런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뽑아서는 안 되겠다, 누구라고 이름을 말하면 안 되지만 청취자 여러분 각자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내로남불'을 비판했다.

이 PD는 "특정 후보 이름을 언급하거나 힌트를 준 것도 아니고, '내로남불'은 제가 평소 방송에서 자주 분개했던 악습이고 네 후보 모두 소리 높여 비판하는 문제이기도 했다. 노래를 틀고 선곡의 의미를 자유롭게 해석하라고 청취자들에게 맡기는 방식도 수없이 했던 방식"이라고 자신의 의도를 설명했다.

그런데 주말 사이 민주당으로부터 항의가 들어왔다. 이재명 대선후보를 겨냥해 공정하지 못한 방송을 했다는 이유였다. 노래 가사에 나오는 '카드'가 이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지적으로 보인다.

이 PD는 "제 의도와 달리 가사의 메시지가 아닌 '카드'라는 단어에 주목한 분들도 있었다. 말과 선곡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미리 살피고 조심하지 못했다. 사과드린다. 죄송하다. 항의와 함께 전해주신 요구도 들어드린다. 진행자 자리에서도 물러나는 걸로 회사의 조치를 받았다. 당장 내일부터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날 그 노래를 틀었을 때도, 그런 가사를 소개했을 때도 저는 청취자들이 해석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했다. 저는 물러나지만 2022년 민주주의 국가의 방송에서 그 정도 여유와 자유는 보장되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소식을 접한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이하 SBS노조)는 7일 공식 성명서를 냈다.

SBS노조는 "'이재익의 시사특공대'의 진행자가 민주당의 항의 한 마디에 교체되는 반민주적, 시대착오적인 일이 벌어졌다. 항의와 교체 사유는 황당함을 넘어 낯 부끄러운 수준이다. 집권 여당은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막대하고 이 카드로 저 카드 막고'라는 대중가요의 노랫말이 그렇게 무서웠고, 불쾌했는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사회 이슈를 전하며 권력을 비판하는 건 언론 본연의 역할이다. 가사 한 구절에 시사프로그램의 근본적 역할마저 부정하고 나선 집권 여당의 왜곡된 언론관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다의적 표현이 날카롭고 따끔하게 느껴졌으면 부끄러워하고 반성부터 하는 게 정상이다. 언론사에 항의부터 하는 후진적 모습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런 행위가 결국 언론 자유와 방송 독립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SBS 노조는 "비판에 수긍 않는 정치권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권력을 이용해 다짜고짜 언론사 간부에게 항의하는 건 명백한 언론 자유와 방송 독립 침해"라며 "졸렬한 권력은 비판을 참지 못하고, 얄팍한 권력은 힘을 남용한다. 집권 여당의 방송 자유 침해는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항의 이후에 진행자 교체를 결정한 사측에 대해서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항의를 받을 때마다 진행자를 교체한다면 어느 누가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고, 어떤 프로그램이 존속될 수 있겠는가. 얼토당토않은 정치권 항의, 부당한 압력을 맨 앞에서 막아서는 게 책임자와 사측 본연의 역할이자 공정 방송을 지키는 길"이라며 진상규명을 위해 노사 대표가 참여하는 공정방송협의회 개최를 예고했다.

'이재익의 시사특공대' 청취자 게시판에도 항의글이 빗발치고 있다. 이들은 "민주당의 어떤 압박이 있었길래 담당 PD이자 진행자를 하루아침에 하차 시키냐",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말 한마디에 진행자를 하루 아침에 자르나. 민주당 권력만 무섭고 청취자와 국민은 안 무섭냐" 등의 지적을 쏟아내며 이재익 PD의 복귀를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SBS 측은 이날 공식입장을 내고 "SBS는 시사프로그램에서 모든 이슈를 다룸에 있어 최우선적으로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대원칙을 정해두고 있다. 이 PD의 하차는 이 원칙이 훼손되었다고 판단해 결정됐다"며 "방송 내용에 대해 이재명 후보 캠프 측의 항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그런 항의는 종종 있는 일이고 이 때문에 이 PD가 하차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논란을 부인했다.

이재익 PD에 따르면 앞으로 '이재익의 시사특공대' 진행은 경제전문기자로 알려진 박연미 기자가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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